[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기업 열 곳 중 일곱 곳(68.3%)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의 진행으로 조만간 인력부족, 내수기반 붕괴 등과 같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 비중은 7.5%에 불과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매출액 1,00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기업 인식조사’(모노리서치 의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응답 기업들은 이대로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유지될 경우 평균 11년 이내에 경제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부 응답으로는 △6~10년 42.7%, △11~15년 25.6%, △16~20년 13.4%, △1~5년 12.2%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 45.8%,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원활한 인력수급의 어려움’ 가장 우려
저출산‧고령화가 기업에 미칠 영향 중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에 대해 응답 기업의 절반(45.8%)은 원활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꼽았다. 뒤를 이어 △시장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19.2%), △인력 고령화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17.5%), △인구구조 급변 및 시장변화에 따른 사업구조 변경의 어려움(15.0%) 순으로 답했다.
한편, 기업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가 평균 9년 이내로 산업현장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간별 응답으로는 △5~10년(44.2%)이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10~15년(24.2%), △3~5년(9.2%), △현재 영향 미치고 있음(7.5%) 순이었다.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인력 활용환경 조성’ 시급
기업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 문제 대응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임금체계 개편 등 고령인력 활용 환경 조성(35.0%)을 꼽았다. 실제로 기업들은 고령인력 계속고용의 애로사항으로 높은 인건비 부담(35.8%)을 가장 많이 꼽은 바 있는데, 이는 생산성과 관계없이 근속․연령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급 체계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고령인력 재교육 확대 등 고령층 취업기회 확대(29.2%), △근로시간 유연화, 보육부담 완화 등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24.2%), △취업비자 발급요건 완화 등 외국인 고용규제 개선(7.5%) 순으로 정책적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가정 양립 제도, 기업 22.5%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법적 제도들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활용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제도가 기업 내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응답 기업의 44.2%에 그쳤다.
한편 기업 5곳 중 1곳(22.5%)은 일․가정 양립제도가 기업 내에서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가정 양립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대체인력 확보의 어려움(37.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기업의 인식 및 의지 부족(25.9%), △경직적인 기업 문화(25.9%) 등을 지적했다.
‘대체인력 비용’, ‘세제혜택’ 등 지원 필요
일․가정 양립제도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로는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41.7%)을 꼽았으며, 이어서 △법인세 감면 등 세제지원(35.8%), △중소기업 지원 및 정책자금 확대(18.3%) 순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일․가정 양립을 위해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40.0%)라고 밝혔다. 이어서 △시차출퇴근, 재택근로 등 유연근로제 확산(23.3%),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14.2%),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서비스 확충(8.3%) 등의 순으로 답했다.
한경협은 “저출산‧고령화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 제도 확산 등 육아부담 완화 정책과 함께 근로시간제도 유연화, 세부담 완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또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AI를 통한 생산‧물류시스템 효율화 등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경협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서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가 산업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 세제혜택(ex. 법인세 감면) 등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