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직무 배제' 위헌 논란으로 경제계에도 영향
환율시장도 출렁이는 조짐...탄핵 정국 불안정성 해소 시급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 7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불성립되면서 정국은 혼미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시키고 한덕수 총리와 국정을 '공동 운영' 하겠다고 밝힌 점이 위헌 시비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렇게 정치 불안과 혼란 상황이 지속되자 경제계에서는 정국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정치적 혼란은 있었지만 국가 신인도와 경제에 그나마 영향이 미미했던 것은 탄핵과 헌법재판소 결정, 그리고 대선으로 이어지는 예측가능한 일정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은 국민의힘이 더 큰 혼란을 우려해 탄핵 표결에 불참하거나 부결할 것이 예상돼 향후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한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질서 있는 퇴진론'의 구체적인 방식과 혼란한 정국을 수습할 만한 예측가능한 일정표를 제시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불안정성을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탄핵 정국이 조기에 수습될 가능성은 낮다.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민주당 소속 예결위원들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없이 예산안 협의는 없다"며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10일에 반드시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탄핵과 예산안을 '연동'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예산안 통과 등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의힘은 야당의 탄핵-예산안 연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8일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동조하지 않으면 감액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데 대해 "감액예산안을 그대로 확정하는 것을 '협박 수단'으로 쓴다는 건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안이 잘못이라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 대표는 "민주당은 감액 예산으로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탄핵 정국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계와 해외에서는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직무 배제'되었다고 해도 경제 총사령탑이 중심을 잡고 이끌어가면 혼란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 정책이 멈춰 섰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정부가 매년 12월에 내놨던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앞으로 언제 발표할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내년에 정부가 추진할 기본적인 계획과 실행안, 그리고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릴 구체적인 안도 수립되지 않으면서 경제계 전반이 스톱된 양상이다. 앞으로 언제 발표될지도 알 수 없다. 정부 내부에서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수립에 대해 “상황이 유동적이라 일단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불안정한 경제 상황 때문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쟁부 장관은 8일 "경제팀이 총력을 다해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하겠다. 해외투자자, 국제사회와도 적극 소통하겠다"며 시장 안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정국에 대한 단기 여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1,44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불안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지난 7일 국회에서 폐기된 데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9일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9시 10분 현재 전장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9.6원 오른 1,428.8원에 거래됐다. 정치 불안으로 환율시장도 출렁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미국 투자은행의 전망도 나왔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9일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전망했다.
BoA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인 아다르쉬 신하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실패로 불확실성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마저 불발해 원화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주식시장도 외국인과 개인의 투자금 회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정국 불안이 계속되면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내년에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을 포함해 여러 변수에 대비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정부는 내년 예산안 등 경제문제만큼은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달라며 국회에 호소하고 있다.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단기 경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탄핵정국에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주요 금융지주회장과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은행·보험·저축은행·부동산 등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비상 대응체계를 점검한다.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으로 금융권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시장안정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다.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불안변수를 여야와 정부가 하루빨리 해소해 해외시장에서 한국의 대외신인도나 경제상황에 신뢰를 가지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경제계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