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그래핀(graphene)’,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다. 그래핀은 올해 탄생 2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 국적의 김필립 박사(現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2005년 네이쳐를 통해 그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이래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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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국의 과학자 안드레 가임과 러시아의 과학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스카치테이프로 연필심의 재료인 흑연을 붙였다 뗐다 하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흑연에서 분리하는데 성공하면서 이들은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노벨상 수상자인 노보셀로프 박사가 최근 경희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는 등 그래핀의 연구개발은 현재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다.
그래핀이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된 탄소 원자들이 2차원 평면을 이루는 고분자 탄소 동소체이다. 뛰어난 전기 및 열전도성과 기계적 강도를 자랑하며, 경량성, 투명성과 유연성, 높은 저항성 등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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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다이아몬드보다 열전도가 2배 이상 높다. 전자 이동도는 실리콘의 100배, 강도는 강철의 200배가 넘는다. 이러한 완벽에 가까운 물성으로 인해 응용 분야에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다.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의 산업이 진화하면서 그래핀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에 적용되던 소재를 그래핀으로 대체하면, 보유하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라고 불린다.
세상에 등장한 지 스무돌이 된 그래핀이지만, 그 주목도에 비해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그래핀을 만나보긴 힘들다. 높은 가격과 낮은 생산성으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화학적 증착법(CVD), 화학적 산화-환원법, 전기화학적 박리법 등 다양한 제조법은 개발됐지만, 이들 모두 상용화에는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공정으로 그래핀 제조 단가 대폭 절감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 Tube) 등 유사 신소재의 역사를 봤을 때 그래핀의 산업계 적용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독자적인 그래핀 제조기술을 보유한 그래핀이엔지는 대량생산을 통한 생산단가 절감으로 2026년경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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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설립된 그래핀이엔지는 친환경 그래핀 제조 전문기업으로, 설립 연도부터 현재까지 울산·울주 강소특구 지원을 받고 있으며, UNIST 산학협력관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래핀이엔지 이재영 대표는 “당사가 보유한 독자적인 그래핀 제조법은 기존 그래핀 제조법 대비 매우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폐수 배출이 적어 각종 환경 규제에서 자유롭다”며, “그래핀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그래핀의 특성이 달라지기에 활용 분야도 다르다. 이에 각 제조법의 장단점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조법 별로 각각의 특성이 다르지만, 이들 제조법의 공통점 중 하나가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다량의 폐수”라며, “폐수 처리를 위한 비용 및 정화시설 등으로 인해 양산시설 구축 비용 증가 및 생산 단가가 높아져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래핀이엔지의 제조법은 전기화학적 그래핀 박리 기술에 기반한다. 고품질 그래핀을 단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며,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개발 초기에는 박리과정에서 유독한 폐수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화학폐수 처리비용에 화평법, 화관법, 인허가로 인한 HSE (Health, Safety and Environment) 비용까지 더해져 양산화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그래핀이엔지는 기존 제조법에서 진보된 친환경 공정을 적용한 그래핀 제조법을 개발한다.
이 대표는 “화학약품을 사용하던 기존 공정을 없앤 매우 친환경적인 제조법”이라며, “사용 후의 용액은 회수유닛으로 계속 재사용하기 때문에 폐수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존 공정 대비 그래핀 품질 또한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 단가를 대폭 낮춘 그래핀의 등장, 상용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26년 이후를 양산화의 적기로 생각하고 있다. 많은 개선에도 불구하고, 상용화하기에는 여전히 생산 단가가 높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현재 당사의 제조법으로 기존 공법 대비 생산 단가를 상당히 저감시켰지만, 여전히 상용화하기에는 비싸다”며, “당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더욱 획기적인 가격절감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품질의 저렴한 그래핀으로 이차전지 한계 극복
앞서 말했듯, 그래핀은 ‘꿈의 신소재’라고 불린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전도성 잉크, 바이오 및 에너지소자, 이차전지, 방열 및 차폐용 재료 등 만드는 방식에 따라 적용 분야가 무한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그래핀 제조법을 보유한 그래핀이엔지는 이차전지 그래핀 적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에너지 밀도 한계에 봉착한 이차전지에 그래핀을 적용해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친환경 시장에 발맞춰 이차전지 시장의 발전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차전지가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미래 사회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는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가경경쟁력 있는 에너지 밀도 구현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차전지에서 음극재는 리튬이온을 저장하고 방출하며, 리튬이온을 이용해 전류가 흐르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음극재가 리튬이온을 안정적으로 저장할수록 배터리 수명이 길어지고, 빠르게 저장할수록 충전 시간도 단축되는 것이다.
흑연은 이러한 음극재 소재의 대표 주자이다. 리튬이온을 안정적으로 보관 가능하며,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적 한계로 인해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대표는 “흑연은 매우 단단한 물질이라 리튬이온이 충전돼도 약간만 팽창한다”며, “이에 반해 실리콘은 흑연보다 10배 정도의 리튬이온을 머금을 수 있지만, 충전되면 부피가 매우 팽창해 장기 안정성이 저하된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각각의 물질이 보유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흑연에 실리콘을 첨가하는 연구가 여러 과학자에 의해 오랫동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리콘 팽창으로 인한 부풀어 오름과 화재 발생 위험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이에 그래핀 혼합체를 이용한 기술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래핀을 활용, 실리콘의 팽창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단가가 높아진다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했다. 그래핀이엔지는 자사의 저렴한 그래핀을 이용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함으로써 상용화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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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음극재에 실리콘을 첨가하면, 에너지 밀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기에 현재 상용되는 음극활물질에도 실리콘이 첨가되고 있다”며, “관건은 음극재에 얼마나 많은 실리콘을 첨가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음극재 한계 극복에 당사의 그래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꾸준히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자사의 그래핀을 통해 이차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 크고 무거운 지금의 배터리를 작고 가볍게 만드는데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차전지 분야 이외에도 페인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특수페인트 첨가물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3D 프린터용 특수 필라멘트, 방열 복합소재, 특수도료 첨가물 등 기존 산업이 당면한 한계를 극복하는데 자사의 그래핀이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외적으로도 이러한 그래핀이엔지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23 도전! K-스타트업 왕중왕전 예비창업리그’ 최우수상, ‘2024 울산 스타트업 페스타’ 최우수상 등 굵직한 수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응용 분야 PoC를 통한 공급계약 체결이 중기적 목표이며,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 후 본격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그래핀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며, “친환경적이고, 고품질의 저렴한 그래핀을 생산하고, 그래핀의 응용 분야 개발로 환경과 안전에 기반한 에너지 혁명과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하며 글로벌 탄소중립에 일조하는 것이 그래핀이엔지의 미션과 비전”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