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계획한 105층 1개 동 아닌 54층 3개 동 건립…서울시에 제출
市-현대차 최대 3조원 ‘공공기여금’ 놓고 또다시 팽팽한 기싸움 예상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초대형 랜드마크로 지으려했던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공사가 10년 넘게 공회전만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GBC를 당초 계획했던 105층 1개 동이 아닌 54층 3개 동으로 나눠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주목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3개 동 중 1개 동은 지분 매각 또는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용도의 건물로 건립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동안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이 GBC 계획안을 놓고 지속적인 마찰과 파열음을 이어온 만큼 이번 계획안이 현대차그룹이 원하는 그림대로 결정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GBC 사업시행자인 현대차그룹은 전날 시(市)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GBC 개발계획 변경 제안서를 제출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시 절차에 맞춰 층수를 낮춘 설계변경안을 다시 제출함에 따라 양측은 공공기여 등에 대한 재협상에 돌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GBC 개발은 삼성동 옛 한전부지(면적 7만9341.8㎡)에 지상 105층(높이 561m)의 업무 빌딩과 호텔, 국제적 수준의 전시·컨벤션 시설과 공연장 등을 2016년까지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그간 건립계획을 전혀 진척시키지 못한 채 공회전만 거듭하던 현대차그룹은 돌연 초고층 랜드마크를 짓는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지난해 2월 55층 2개 동으로 낮춰 짓겠다는 변경 제안서를 시에 제출하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GBC 착공을 2020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건설 부지 터를 다지는 공사를 진행하던 와중에 공사비가 치솟고 글로벌 경영 상황 등이 급변하자 기존 초고층 설계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해당 변경안으로 서울시와 마찰을 빚자 내용 보완을 위해 같은해 7월 이 변경안 마저 철회했다가 약 7개월 만에 54층 3개 동으로 수정해 이번에 서울시에 접수하는 수순을 밟은 셈이다.
다만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GBC 건립을 두고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왔던 만큼 이번 변경안이 현대차그룹 구상대로 이뤄질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2월 현대차그룹이 돌연 설계안을 변경했을 때 서울시 측은 “현대차가 기존 협의한 설계와 다르게 공사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시와 재협상을 해야한다”면서 단호한 태도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측이 ‘공공기여금(개발이익금)’을 두고 또 다시 기싸움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현대차그룹과 서울시는 2016년까지 GBC를 105층 규모로 짓기로 하고 현대차가 서울시에 1조7491억원의 공공기여금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는 서울균형발전론을 내세워 이 공공기여금을 GBC가 들어설 강남구뿐 아니라 전체 서울시민을 위해 사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시는 GBC 사업과 관련해 당초 협의된 계획안에 따라 현대차가 인센티브(토지용도변경‧용적률 완화 등)를 받았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초고층 GBC가 아닌 층수를 낮춰 건립한다면 공공기여금을 1조7000억여원에서 3조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수빈 서울시의원(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GBC 사업과 관련해 현대차의 공공기여금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이목을 끈 바 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GBC 사업 관련 공공기여금은 서울의 균형발전을 위해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협상을 통해 최대치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만약 GBC 협상에서 공공기여금이 줄어들거나 특혜성으로 마무리된다면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당초 초고층에 따른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을 필요가 없어져 GBC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도 그만큼 줄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GBC에 건설하게 될 54층 3개 동 가운데 1개 동을 공동으로 개발하거나 일부 지분을 매각해 공동으로 소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공사비와 서울시에 지불해야 하는 공공기여분을 충당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개 동을 통째로 임대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개발계획을 놓고 전문가·민간·공공으로 구성된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GBC 부지에 대한 추가 협상을 조속히 추진하고, 향후 협상 결과를 반영해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이와관련, “건설경기 불황 등 어려운 경제전망 속에서 사전협상을 비롯한 행정절차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해서 현대차 GBC 개발을 통해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질의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