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는 2024년 <Change The World>라는 의미를 담아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고 관련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외 대표기업 CEO 인터뷰를 매달 릴레이 형식으로 연재합니다. 태양광, ESS 산업 분야의 대표 CEO를 만나는 11번째 주인공은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김희성 대표입니다. / 편집자주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는 단기간에 국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활약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탄탄한 구성원과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대형 투자도 이끌어냈다. 네 차례에 걸친 투자액은 3,810억원에 달한다.
BEP에 합류한 임직원들은 해외시장에서 2조원에 달하는 재생에너지 거래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기차 급속충전 네트워크 브랜드 ‘워터’를 론칭해 에너지와 모빌리티 융합을 통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본지는 올해 태양광 업계 CEO 릴레이인터뷰 기획을 통해 대표 리더들의 목소리를 조명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과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김희성 대표다. 김 대표는 2011년부터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투자 금융 전문가로 경험을 쌓고 미래에셋증권, 한화큐셀, 한화자산운용 등에서 전문성을 키워왔다.
BEP 김희성 대표는 “해외 업무로 만난 기업 중에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이 여럿 있었다”고 언급하며, “개인적으로 그런 창업이나 성장 과정에 관심이 많았고, 국내에서도 이러한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뉴욕 주재원으로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최소 4~5년을 나가 있을 생각을 하면 이 사업의 기회 또한 놓치겠다는 생각에 급하게 사직서를 내고 지금의 옷을 입었다”고 BEP 설립 비화를 소개했다.
블랙록의 대형 투자와 함께 사업에 힘이 실렸다. 그 배경은?
블랙록은 BEP에 첫 투자를 결정하기 8~9개월 전부터 국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었다. 블랙록 투자자들은 결국 어떤 회사가 성공할 건지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갖고 있었고, 마침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환경에서 가장 성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BEP를 선택했다.
블랙록을 포함한 초기 벤처투자기관들이 BEP에서 발견한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좋은 팀과 합리적인 사업 모델이다. 아울러 블랙록은 국내 태양광발전 사업의 위험조정수익률(Risk Adjusted Return)이 선진국 중에서도 우수한 편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조건 하에서 짧은 시간 안에 국내 우량 태양광 자산을 빠르게 운집시킬 수 있는 BEP의 사업 모델과 맨파워를 높이 샀다.
또 올해 1월에는 자체 보유 중인 76MW 규모 태양광발전 자산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마쳤다. PF 규모는 총 1,019억원 규모로,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에서 각각 569억원, 450억원을 조달했다. 외부 투자 환경이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국내 대형 은행으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에 대출을 하는 금융기관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편으로, 17년의 만기 기한까지 발전소를 잘 관리해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 집행할 수 있는 자금이기도 하다. BEP가 보유한 태양광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우량함을 모두 인정받은 것인데, 이번 PF 계약은 기존 발전자회사 이외에 LG이노텍, LG화학 등 국내 RE100 기업들과 체결된 REC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체결됐다.
BEP가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업 분야는?
BEP는 태양광발전 포트폴리오를 규모나 사업단계 측면에서 다변화해 나가고 있다. 초기에는 중소형 태양광발전소를 직접 보유하고 운영하는 사업 모델이었다. 그러나 블랙록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태양광발전소를 자체 자본으로 조달하거나 대형사업자와 같이 사업을 투자·발굴하면서 단기간 내에 350여곳의 태양광발전소를 보유하게 됐다. 원사업주가 있는 태양광발전소를 인수하는 방식에 주력한 전략이 주효했다.
가동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목표 수익률은 낮아진다. BEP는 그간 목표 수익률이 낮은 대신 사업 위험도가 낮은 프로젝트를 인수하는 데에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리스크는 다소 있더라도 목표 수익률이 높은 프로젝트를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자체 개발 비율을 늘려가고자 한다.
RE100 이행과 전력시장 구조 변화 등에 따른 의견 및 사업 전략은?
제조 분야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해야 하는 수요는 엄청난데 공급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RE100은 ESG 등 사회적 압력보다 수출 관련 불이익이 많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 경제적인 판단에서 이행에 나서고 있다.
이에 국내기업들이 미국, 유럽 등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탄소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PPA와 REC 거래가 훨씬 더 많아지고 시장 또한 커져야 한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재생에너지를 구매해야 하는 3~4개 상위 제조 분야 기업들의 수요량만 보더라도 국내에 누적 설치된 모든 태양광과 풍력 발전원의 전력을 공급해도 이들의 수요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양광발전 사업은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다 보니 BEP도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년 내 1G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REC 매매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자원 확보와 EV 충전인프라 확대, ESS 연계를 통한 에너지 사업 전략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BEP는 현재 태양광발전이라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업을 하고 있고, 전기차 급속충전 사업인 워터는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이 중간에 BESS라는 에너지 저장까지 들어간다면 먼 훗날 전기를 생산, 저장, 판매하는 이 3개의 점들이 크게 연결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전력의 저장과 판매를 아우르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이러한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창업 초기에는 태양광발전, 즉 생산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워터를 론칭하면서 전력 판매 부문에도 진출하게 됐다.
이제 곧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시장 역시 민간 자본의 참여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한다. BEP도 조만간 에너지 저장 부문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BESS 영역에선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전무한 상황이라 이 부분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대용량 BESS와 연계할 수 있으면 국가적으로 전력 수급을 조절하거나 계통을 안정화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BESS 투자를 모두 한전 자금으로만 할 수 없기에 민간 자본이 BESS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태양광 사업의 국민 공감대 형성 혹은 인식 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가장 시급한 것은 이격거리 규제 완화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다. 태양광발전소를 큰 도로나 민가로부터 한참 거리를 떨어트려야만 설치할 수 있게 해 놓은 독특한 규정인데, 지자체들마다 조례로 정하고 있어 각 지자체의 규제가 다른 상황이기도 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전국 228개 지자체 중 129개가 주거지역 또는 도로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토 전역에 도로가 거미줄처럼 포진돼있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도로 주변으로 짧게는 200m, 길게는 1km까지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설 수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규제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국토를 태양광발전 용도로는 활용하지 못하게 되고 있는 셈이다.
각 지자체의 이격거리 관련 조례는 상위법에는 없는 규제인데 이 규제가 최우선적으로 풀려야 한다. 태양광은 아무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다.
태양광을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의견이나 정책 제언, 업계와 공유하고픈 생각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큰 문제 중 하나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교직원공제회 등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거의 집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접적으로는 수백억원 수준의 투자를 했다고 하는데, 이는 다른 나라 연기금, 공제회와 비교하면 아예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안 한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부동산과 인프라 시장의 중간에 위치한 측면이 있다. 정부 보조금도 필요하지만 기관 자금이 크게 유입될 필요가 있는 분야다. BEP는 기업형 태양광을 통해 부동산 지분 투자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액티브 펀드와 안정적인 매출원에서 현금 흐름을 발생시키는 인프라 펀드 중간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BEP라는 기업을 통해 기후 인프라라는 분야가 굉장히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주는 분야라는 걸 널리 알리고 싶다. 연기금, 보험사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들까지도 태양광발전이 위험조정수익률이 높은 시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더 많은 민간·공공 자본이 이 섹터에 들어올 수 있는 ‘트리거’ 역할을 BEP가 해나갔으면 한다.
BEP의 향후 사업 계획과 장기적인 목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BEP는 2~3년 내에 1GW 정도의 태양광 자산을 보유하고자 한다. 태양광, 전기차 충전에 이어 배터리 ESS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다만, 수천억원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 만한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배터리 ESS 관련 민관 투자를 지원하는 제도가 잘 만들어져 안심하고 투자할 상황이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BEP는 가정과 산업에 직접 클린 에너지를 파는 에너지 리테일러로 성장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현재는 전기의 송전, 판매, 배전이 모두 독점되는 구조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가정과 기업들이 어느 회사의 전기를 살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이 도래할 거라 믿는다.
BEP 최대주주인 블랙록은
국내 태양광발전 사업의 위험조정수익률(Risk Adjusted Return)이
선진국 중에서도 우수한 편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태양광 산업의 최대 화두는?
사람 체온이 평균적으로 1.5도가 오른 채로 생활한다면 생명에 굉장히 위험한 상태다. 지구의 평균 온도, 기후위기가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1년, 3년, 5년 후에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2031년 이후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지점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광, 풍력 등의 확대를 위해서도 제도적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사명의 뜻은?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가 이니셜을 따서 BEP라고도 하는데 손익분기점 아니냐는 분도 계신데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다. 태양광을 코어 비즈니스로 하고 있기 때문에 밝은 빛을 표현하는 단어를 생각했고, ‘브라이트’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담기길 바랐다. 아울러 기업 문화 또한 긍정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는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감명 깊게 본 문화콘텐츠는?
음악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잘 때도 음악을 틀어놓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사무실에도 잔잔하게 음악이 나오고 있고, 4개의 사내 통합 커뮤니티 이름도 레전드 뮤지션들을 따와 정했다. 잭슨, 말리, 행콕, 레논 하우스로 명명했다. 최근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은 재즈 기반의 세련된 음악을 하는 <크러시>다. 유일하게 큰 돈을 들여 싸인 LP를 구하기도 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인사이트가 있었다. 경영에서도 도움이 된 부분이 있는데, 개체 하나로는 굉장히 약한 호모 사피엔스가 힘을 얻게 된 것은 시너지다. 어마어마한 집단 지성이 발전을 이뤄내는 것과 같이 회사도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평소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타고나기를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경영을 하면서 건강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수영과 골프를 하고 유산소 운동을 자주 하는 편이다. 특히, 무동력 트레드밀이나 계단 오르기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
달성하고픈 목표는?
전력 소매시장에서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영국의 옥토퍼스에너지는 우리와 비슷하게 투자회사로 시작했지만 현재 영국에서 가장 큰 클린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공급사로 자리매김 했다. 당사 브랜드 워터를 통해서 작지만 이러한 비즈니스의 시작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나누고픈 메시지는?
직장생활이 본인에게 가치와 의미가 있는 시간이길 바라고 그것을 추구했으면 한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늘 행복할 수는 없지 않나. 인생도 마찬가지로 80년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 며칠이 안된다더라. 일을 하면서 도전적인 상황도 있고 순간순간 어려움도 있겠지만, 가치 있는 일을 통해 성장해갔으면 좋겠고 그런 데에 집중하면서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