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시 글로벌 판매량 현대차그룹 앞서며 단숨에 3위 전망
하이브리드‧배터리‧전기차 기술력 한데 모여 거대 시너지
인도시장 공들이는 현대차, 인도·동남아 시장서 경쟁 불가피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닛산이 합병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통합될 양사는 글로벌 판매량 측면에서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을 앞서며 단숨에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으로선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반(反) 전기차 정책 기조에, 위협적인 경쟁 상대까지 등장하며 가뜩이나 힘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시기에 ‘삼중고’를 겪는 처지가 됐다.
무엇보다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 관계에 있는 혼다가 닛산의 ‘전동화’ 기술을 전수받는다는 점에서 향후 현대차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혼다와 닛산이 통합 추진을 공식화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과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추진을 공식화하며 내년 6월 최종 계약을 목표로 양사 합병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후 2026년 8월 지주사를 설립해 도쿄 증시에 상장한다. 두 회사가 신설 지주사의 완전 자회사로 들어가고 브랜드는 각각 유지하는 형태다. 지주사 사장은 혼다 측에서 맡기로 했다.
지주사 수장은 혼다 측에서 임명하기로 했으며, 닛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쓰비시의 합류 여부는 내년 1월 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계획대로 미쓰비시까지 합류할 경우 일본 ‘통합 완성차 3사’는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인 토요타그룹(1123만 대)과 2위 폭스바겐그룹(923만 대) 뒤를 잇는 세계 3위의 자동차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혼다(398만 대)와 닛산(337만 대), 미쓰비시(78만 대)의 판매량을 합치면 800만 대 이상이다. 현대차그룹은 730만 대를 판매해 4위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 혼다‧닛산‧미쓰비시, 미래 기술력 한데 모여 거대 시너지 낼 것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선 양사의 화학적 결합과 관련해 향후 시너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각도 있지만, 혼다‧닛산 간 차별화된 특화 기술로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혼다는 엔진 및 하이브리드 기술에선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에 대한 막대한 투자도 이어가며 상당한 배터리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평가다.
닛산은 2010년 세계 첫 양산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 바 있다. 닛산 전기차는 특히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양사의 합병은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기술력이 한데 모여 거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세계 최강 업체인 미쓰비시까지 여기에 합류된다면 그 시너지는 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론적으로 양사 및 미쓰비시의 합병은 단순히 몸집 불리기에 그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의 패권이 달린 주요 기술들이 하나로 뭉쳐지는 자동차 업계의 일대 지각변동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같은 일본발(發) 지각변동에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는 완성차 업체는 4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그룹이다.
지난해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선 현대차그룹은 혼다‧닛산이 공격적으로 겨냥할 북미와 인도·동남아 신흥국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맞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에서 최근 기업공개에 나서는 등 인도를 포함해 동남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전기차‧배터리 등 기술이 융합될 혼다‧닛산과의 경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과 혼다‧닛산 양측간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혼다‧닛산이) 추후 융합된 새로운 브랜드를 가지고 나타난다면 (현대차그룹) 생각 이상의 피해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혼다‧닛산 통합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측은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