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뭐가 그리 급했나"…홍보관 운영지침 무시한 '불법 홍보' 물의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4.12.30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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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이후에도 각종 불법행위 '나몰라라'… 허울 뿐인 '클린 수주' 논란
조합 승인받지 않은 자료 배포, 미등록 OS요원 투입 등으로 불협화음
삼성물산, 열세 만회 위한 무리수…객관적 조건에서 현대건설에 밀려
30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조합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은 홍보자료를 홍보관에 비치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무단 배포하는 등 조합의 홍보관 운영 방침을 위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조합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 배포한 불법 홍보물. 기호 1번이 삼성물산, 기호 2번이 현대건설이다./사진=조합측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양사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258㎡에 달하는 한남4구역 수주와 관련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불법홍보'로 물의를 빚으며 논란을 자초해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클린 수주’를 강조하며 공정한 경쟁을 표방해왔지만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보인 여러가지 무리한 행보는 이같은 슬로건을 무색케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조합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은 홍보자료를 홍보관에 비치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무단배포하는 등 조합의 홍보관 운영 방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보관에 비치되는 홍보자료의 경우, 해당 조합 운영 방침에 따라 조합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되지 않은 자료의 사용은 엄격히 금지되는 것이 건설업계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측은 이를 무시하고 왜곡된 자료를 사용하다가 조합 상주 감시단에 이같은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물산측은 조합으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물산의 거친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등록된 OS요원을 투입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개별 홍보를 진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합이 양사에 공식 통보한 홍보관 운영 방침에는 사전 등록되지 않은 인력이 활동하는 경우에는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이마저도 위반했다고 조합측은 지적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이처럼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되는 일까지 자초하면서 무리수를 두는 것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아마도 설계 및 객관적인 조건에서 현대건설측에 뒤처진다는 조급함 때문에 서둘러 열세를 만회하려다 빚어진 일이 아닌가 하는 것이 업계의 관측인듯 싶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 대표적으로 지목하는 것은 바로 삼성물산측이 제안한 원형 주동 설계의 문제점이다. 

원형주동 설계는 전체 세대의 50%가 북향으로 배치돼 맞통풍이 불가능할뿐 아니라 6.6m 깊이로 들어간 침실은 햇볕을 받기가 어려워 기본적으로 채광(採光)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안방 바로 위층에 화장실을 배치해 하자 및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문제 제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삼성물산의 '한강 조망'에 대한 주장도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제안서를 통해 1652세대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조합의 공문과 각종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이같은 주장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현재까지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측의 입장이다.

게다가 15평, 18평 등 초소형 주택 비율이 25%에 달하는 설계 역시 고급 주거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31블록과 32블록의 경우, 장벽처럼 한 층에 12, 14, 17조합의 복도형 설계로 이뤄져 다수의 세대가 하나의 동으로 묶인데다 이 세대 입주자들이 엘리베이터 2대를 공유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설계로 불편함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삼성물산의 초소형 평형 위주의 설계안은 한남동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적 시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은 ‘나인원한남’과 ‘한남더힐’ 등 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돼 있는 최고급 주거지의 랜드마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서 저평가를 받게 되거나 향후 시장에서 단지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현대건설은 각 라인에 전용 엘리베이터를 배치해 입주민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협업해 한남4구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 설계를 제안해 호평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공사비와 공사기간, 금융비용 측면에서도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또한 현대건설은 초소형 평형 비율을 12.86%로 제한하면서 중대형 평형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계획해 단지 고급화라는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러한 설계는 한남동의 고급 주거지 이미지에도 부합해 시장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부산 촉진 2-1구역 수주전에서 OS요원을 배제한 ‘클린 수주’ 전략을 강조해왔으나 포스코이앤씨에 밀리며 수주전에서 패배한 적이 있다”며 “삼성물산이 이번 한남4구역에서도 불법 OS요원을 동원하며 과거 방식으로 회귀한 것은 ‘클린 수주’라는 명분이 그야말로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한남4구역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조합과 협의를 거쳐 각각 1곳씩 홍보관을 설치해 지난 24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바 있다.

현대건설은 옛 크라운호텔 부지에, 삼성물산은 인근 명보빌딩 5, 6층에 한남4구역 홍보관을 각각 마련해 열띤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시공자 선정 총회는 내년 1월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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