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식품가 인상, ‘원자재값’ 상승 탓?…“정부 ‘콘트롤타워’ 부재 영향”
  • 서영길 기자
  • 승인 2025.02.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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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실생활 밀접한 주요 식품 가격 인상 소식 줄이어
식품업계 “원자재값 상승·고환율 ‘이중고’로 인상 불가피”
정국혼란 틈타 ‘올리고 보자’는 경쟁적 가격인상 꼼수 지적
롯데웰푸드는 17일부로 인기 제품인 ‘가나마일드’의 가격을 21.4% 인상한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새해들어 커피, 빙‧제과, 빵, 아이스크림, 소스류 등 식품 업계 전방위적으로 가격 인상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뛰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여파로 정부의 ‘콘트롤타워’가 부재한 정국을 틈타 식품기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눈치 안보고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지수 상승률은 각각 2.7%, 2.9%에 달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2.2%를 웃돈 수치다.

이같은 물가 지수 오름세는 주요 식품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린 영향 탓이다.

원재료값 상승에 비상계엄 등 정치적 혼란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육박하자 식품 업체들은 저마다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실제로 연초부터 실생활과 밀접한 주요 식품에 대한 가격 인상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빙그레가 가격 인상 소식을 알렸다. 빙그레는 3월부로 커피 및 과체음료의 가격을 8.3~12.5% 인상한다. 특히 자회사인 해태아이스의 ‘더위사냥’은 무려 25% 가격이 오른다.

슈퍼콘‧붕어싸만코‧부라보콘‧시모나 등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빙과류도 16.7% 인상된다.

롯데웰푸드 역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회사는 건빙과 등의 제품 가격을 17일부로 평균 9.5% 인상한다. 가장 큰 인상 폭을 기록한 제품은 롯데웰푸드의 인기 제품인 ‘가나마일드’로 21.4% 가격이 뛴다. 스테디젤러 제품인 월드콘도 16.7% 오른다.

SPC그룹 파리바게뜨도 이달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5.9% 인상했고, 동아오츠카도 지난달 1일부로 포카리스웨트, 나랑드사이다 등 제품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했다.

제과업체인 오리온, 해태제과 등은 앞서 지난해 연말부터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린바 있다.

오리온은 13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고, 해태제과는 10개 제품에 대해 평균 8.6%의 가격 인상을 적용했다. 버거킹도 대표 제품인 '와퍼'를 비롯한 일부 메뉴 가격을 지난달 24일부터 100원씩 인상했다.

서민 식생활과 밀접한 식품들 역시 가격 인상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대상은 지난달 16일 청정원 마요네즈, 드레싱 등 소스류 제품과 후추 가격을 평균 19.1% 인상했다.

오뚜기는 이달부터 컵밥 7종 가격(편의점 판매가 기준)을 12.5% 올렸다. 김치참치덮밥‧차돌강된장보리밥 등의 가격은 12.5% 올랐고 옛날 사골곰탕(500g)은 20% 가격이 뛰었다.

커피 전문점들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커피업계 맏형격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달 24일부로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200∼300원 인상하자 커피값은 우후죽순 올랐다.

같은 날 할리스도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렸고, 폴 바셋 역시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이같은 가격 인상 행렬은 저가 커피 브랜드인 컴포즈커피로도 이어져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20% 오른다.

식품‧유통업계에서는 이달 말을 기점으로 가격 인상 태풍이 한 차례 더 불어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가격 인상 폭 너무 커” vs “가격 인상 요인 많아 불가피“

연말과 연초에 식품 가격 인상 소식은 낯선 게 아니다. 어차피 가격 인상을 단행할거라면 연초부터 올려서 그 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게 대체적 관행이라는 게 식품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올해 역시 이같은 관행대로 가격 인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환율이라는 이중고에 빠져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 원두 가격은 지난 6일 톤(t)당 8905달러(약 1288만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도 지난해 12월 18일 t당 1만2565달러(약 1819만원)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만 달러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아울러 국내 정치적 불안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재집권으로 인한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고환율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은 식품 업계에 불리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기업들의 가격 인상 동참률과 인상 폭이 예년에 비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부의 콘트롤타워 부재로 물가 관리가 느슨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을 망설이던 기업들이 어수선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지금이 가격 인상의 호기다'라며 너도나도 가격 인상에 동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식품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정부가 식품 업체들의 가격 인상에 대해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푸시(압력)를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때문에 수익성을 감내해가며 가격을 올리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고환율에 원자재 값도 너무 많이 뛰며 올해 가격 인상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고, 많은 식품 업체들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정부의 콘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관리‧감독 소홀도 가격 인상이나 인상 폭을 결정하는데 고려된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국 혼란이 없었더라도 올해 식품 업계의 대대적 가격 인상 조치는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국의 혼란한 틈을 타 인상한다기보다 가격을 많이 올릴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이 정말 많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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