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사용폭 넓히나? “주택용 소비자에게도 선택권 보장해야”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5.02.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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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솔루션, 박지혜 의원, 소비자기후행동 공동 국회토론회 개최
- 주택용 전기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 모색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로,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국가나 기업뿐만 아니라 시민 차원에서의 기후 대응의 공감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주택용 전력 소비자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의원 박지혜 의원실, 소비자기후행동과 공동 주최한 ‘주택용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주택용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현재 국내 전력시장에서 기업은 K-RE100과 같은 제도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를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가정에서는 이러한 선택권이 사실상 제한돼 주택용 소비자들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에너지를 선택해 개인 차원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은 국회의원 박지혜 의원실, 소비자기후행동과 공동 주최한 ‘주택용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고 13일 밝혔다.

요금제 다양화로 재생에너지 선택권 부여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외 주요 국가의 재생에너지 선택 방안 사례를 살펴보고 한국에서의 실현 가능한 정책적·제도적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박지혜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정부시갑)은 개회 인사말을 통해 최근 헌법재판소가 청소년들이 제기한 기후헌법소원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언급하며, “주택용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또한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한국전력공사가 공급하는 전력의 60% 이상이 화석연료 기반으로 일반 가정이 독립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이라며,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의 첫 번째 발제는 기후솔루션 최서윤 연구원이 ‘일본과 호주의 사례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 방안’을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신규 전력판매업체를 통한 전력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소비패턴, 사용량, 타상품 결합 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바탕으로 친환경 전기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

일본의 한 업체는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 전기로 구매한 것과 동일한 물량의 비화석증서(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라는 증명서)를 조달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100% 재생에너지 전기를 공급한다. 소비자가 전기 사용량을 시뮬레이션하고 적합한 요금제를 찾을 수 있는 가격 비교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일본에서는 신규 전력회사와의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하는 그린파워(GreenPower)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가 전력회사와 계약을 맺고 일정 비율의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고객이 재생에너지 전기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전기량을 1:1로 재생에너지 인증서(Large Generation Certificate, LGC)와 매칭하는 메커니즘을 채택했다. 전기소비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10~100%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kWh당 4~8센트를 더 지불하는데, 하루 1호주달러(약 900원)를 더 내는 정도다.

최서윤 연구원은 이러한 해외 사례가 주택용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제도적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구조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석광훈 박사(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는 영국 옥토퍼스 에너지(Octopus Energy)의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제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재생에너지 100%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신생 전력회사로, IT 역량을 살려 플랫폼으로서의 장점을 살려 전기소비자에게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한다. 또한, 공급이 과잉되는 시간대에 전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사전 신청자에게 무료 전기를 제공하거나 피크 수요 시간대에는 소비자들에게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옥토퍼스 에너지는 요금 조건, 가격, 고객 리뷰, 앱 서비스 측면에서 기존 전력회사인 EDF와 비교해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전력시장에서 수동적이었던 소비자를 주체적인 참여자로 전환하며, 전기요금 절약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다.

특히,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소비자의 능동적 대응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주도의 전력 사업 모델을 창출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력시장이 개방된 유럽에서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전력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으며, PPA(전력구매계약), 녹색 요금제, 재생에너지 인증서(Guarantees of Origin, GO) 시스템 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특히, 영국과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전력공급사들이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회의원 박지혜 의원실, 소비자기후행동과 공동 주최한 ‘주택용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사진=기후솔루션]<br>
국회의원 박지혜 의원실, 소비자기후행동과 공동 주최한 ‘주택용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 보장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사진=기후솔루션]

재생에너지 시대 도래… 유연성 자원 시장 활성화 필요

발제에 이어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경기도 에너지산업과 김연지 과장은 경기도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경기도는 재생에너지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흐름에 맞춰, 중앙집중형 에너지에서 분산형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산업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도민 참여형 발전소,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 유도, 도민 대상 지붕형 태양광 설치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가스 배관 설치 요청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을 요구하는 민원이 늘어나고 있어 일반 주민들도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강조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이진영 선임연구원은 현재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의 적용 대상이 산업용·일반용으로 제한돼 있으며, 최소 1MW 규모 이상의 설비가 필요해 일반 소비자가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가 전력 시스템의 신뢰도와 경제성을 고려하면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할 방안으로 가상 PPA를 제안했다.

브이피피랩 차병학 대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기술, 제도, 소비자 의식 중에서 특히 제도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제주에서 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시장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차 대표는 “제주에서는 재생에너지가 남아도는 상황에서도 소비자가 이를 직접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VPP(가상발전소), ESS(에너지저장장치), V2G(전기차 양방향 충전) 등을 활용한 유연성 자원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분산화하고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통상부 전력산업정책과 문양택 과장은 현행 전력시장과 구조라는 현실론을 중심으로 발언했다. 재생에너지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대한 제도적 고려 사항을 설명하며, 현재 전기요금에 포함된 기후환경 비용과 RPS·REC 제도를 통해 이미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확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발전 사업자의 의무(RPS)에서 소비자 선택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새로운 제도 도입이 전기요금 부담 증가, 취약계층 지원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기후행동 이차경 사무총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며,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다양한 도전과 정책적 의지를 통해 재생에너지 선택권이 보장된 만큼, 한국도 소비자가 녹색 전기를 선택해 기후위기 대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입법과 정책적 실행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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