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한양대, 차세대 유기 배터리 수명 단축 원인 찾아냈다
  • 정승훈 기자
  • 승인 2025.02.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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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배터리 수명 단축 주범은 ‘전극 용출’

[인더스트리뉴스 정승훈 기자] 유기 전극은 가격이 저렴하고 충·방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용 중 일부 성분이 전해질 속으로 녹아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점이 문제였다. 이 현상은 배터리 성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지만 그동안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극 성분은 왜 전해질에 녹을까? 최근 연구에서 그 원인이 밝혀졌다.

(우측부터)이현욱 연구원(제1저자), 곽원진 교수, 이주현 연구원 [사진=UNIST]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곽원진 교수팀은 지난 24일, 전해질 속에서 용매와 양이온이 강하게 결합할수록 유기배터리 전극이 더 쉽게 녹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유기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금속 전극’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유기물로 대체한 차세대 이차전지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전극 일부 성분이 전해질에 녹아 배터리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가 발생해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으나 정확한 용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곽원진 교수팀은 전해질 조성에 따른 유기 전극 활물질의 용출 정도 차이에 주목했다. 전해질은 일반적으로 용매, 양이온, 음이온으로 구성되며 이들 간 상호작용이 전지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기 전극의 경우 전해질 내 양이온 종류에 따라 용출 수준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양이온을 리튬(Li), 나트륨(Na), 칼륨(K)으로 바꿔가며 실험했고 이를 통해 양이온과 용매 간 상호작용이 용출 현상의 핵심 요인임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 리튬이온을 사용한 전해질에서 전극 두께가 가장 많이 감소했으며 이는 유기 활물질에서 용출이 가장 심하게 일어났음을 의미했다. 반면 나트륨과 칼륨을 사용할수록 용출 정도는 감소했으며 전지 성능은 칼륨이 가장 우수했다. 나트륨과 리튬이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양이온과 용매 간의 강한 상호작용이 ‘공삽입(Co-intercalation) 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공삽입이란 전해질 속 양이온이 전극 내부로 들어갈 때 용매 분자까지 함께 끌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리튬 기반 전해질에서는 양이온과 용매가 강하게 결합해 리튬이온이 전극 내부로 삽입될 때 용매 분자도 함께 끌려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전극 내부 미세 구조가 벌어져 활물질이 쉽게 흘러나오게 된다. 반면 나트륨과 칼륨은 리튬보다 용매와의 상호작용이 약해 공삽입이 덜 발생하며 활물질 용출도 줄어든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용매와 양이온 간 상호작용 에너지를 이론적으로 계산했다. 다양한 전해질 시스템에서 공삽입의 정도를 분석했고, 전해질 농도를 높이면 용출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도 검토했다. 결과는 고농도 전해질(LiFSI)을 사용하면 유기 전극 활물질 용출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염 농도가 증가할수록 용매와 리튬이온 간의 상호작용이 약해지며 공삽입이 줄어들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또한 방전 후 유기 전극을 각각 리튬, 나트륨, 칼륨 기반 전해질에 72시간 동안 담근 후 UV-Vis 분광법을 이용해 용출된 활물질 양을 측정한 결과 리튬 기반 전해질에서 가장 많은 활물질이 용출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양이온-용매 상호작용이 전극 용출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며 이는 다양한 전해질 시스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번 연구로 양이온과 용매 간 상호작용 조절을 통해 용출을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곽원진 교수는 “전극 물질 용출이 단순히 용해도만이 아닌 전해질 내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메커니즘 변화에 기인함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현욱 연구원은 “기존 유기 전극 관련 연구는 주로 전극 물질이나 구조 변화를 통해 용출 현상을 해결하려 했는데, 이번 연구는 근본적 원인을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에 지난 1월 14일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한편, 이 연구는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최준명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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