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전당대회 개최 놓고 김문수-한동훈은 '오월동주'...친윤계는 사멸 위기
탄핵,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과 반성 없이 또 다시 그들만의 권력다툼에 빠져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국민의힘은 6.3 대선에서 참패했다. 국민의힘 당 내부에서는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애매하게 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선 전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서 35%대를 유지하던 김문수 전 후보는 실제 본투표에서 41.15%를 득표했다.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얻었던 득표율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라기보다 김문수 개인의 특장점이 발현돼 얻은 '개인 표'라는 해석도 나왔다.
사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후보가 35%대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제1 보수정당은 완전히 붕괴해 새롭게 집을 지어야 할 형편이었다. 하지만 김 전 후보가 막판에 힘을 내며 선전하자 국민의힘의 대선 패배 수습과 쇄신도 애매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아예 김 전 후보가 만약 대패했더라면 그의 정치생명도 거의 끝날 뻔했다. 김 전 후보는 다시 광화문 아스팔트 위로 되돌아가 그가 대선 과정에서 버리지 못했던 '극우적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김 전 후보가 '애매하게' 선전하면서 향후 전개될 당권 경쟁에서 그도 할 말이 생겼다.
김 전 후보는 대선 패배 바로 다음날 집근처 관악산에서 턱걸이를 하는 장면이 공개돼 건재(?)를 과시한 바 있다. 김 전 후보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열혈 청년 김문수가 오늘 아침 집 근처 관악산에 올라 운동 중이다"라는 글과 함께 턱걸이와 대형 훌라우프를 돌리는 동영상을 첨부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김 전 후보가 당권을 노리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해단식 전부터 당대표 출마 요구가 쏟아졌지만, 김 전 후보는 그런 요구를 오히려 '정신 못 차리는 소리'라고 꾸짖었다"며 "지금은 당내 자리싸움보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주로 대국민 성명을 남기고 해외로 표표히 사라지거나 잠시 칩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김 전 후보는 패배 바로 다음날 턱걸이를 하며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와 화제를 모았다.
이는 김 전 후보가 당면한 당권 경쟁에 참전하는 것은 물론 다음 대선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설파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은 김문수 전 후보의 턱걸이 영상을 두고 "당권 도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일 한 인터뷰에서 "(김 후보가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하는 영상이) '나 건재해', '당은 내가 이끌 거야' (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김 전 후보가 대선 이후 나경원·안철수 의원과 잇따라 만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권 경쟁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왔다. 김 전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김재원 전 최고위원에 따르면 김문수 전 후보는 지난 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여의도에서 안철수 의원과 저녁을 함께하고 그 전후로 나 의원과 차담을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문수 전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나 의원과 안 의원에게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를 도운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다만 차기 당 대표 선출과 관련한 전당대회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문수 전 후보는 자신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만남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후보 측은 이 전 총리와 손 전 지사와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고 향후 정국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이렇게 김문수 전 후보가 대선 다음날인 4일부터 연일 공개 행보를 이어가면서 당내에서는 그의 당권 경쟁 참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최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용퇴하지 않고 9월 전당대회 개최 등의 일정을 공개하며 버티기 작전으로 돌입한 것도 그를 '낙점'했던 김문수 전 후보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후보로서는 6월 대선의 여세를 몰아 9월 전당대회에 참전한다면 당대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대선 참패로 계파가 궤멸 직전에 있는 '친윤계'로서는 올해 말로 전당대회를 최대한 늦춰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9월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 한동훈 전 대표도 찬성 입장쪽으로 기울면서 국민의힘은 9월 전당대회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안이 유력해 보인다.
그렇다면 차기 당권 경쟁은 김문수-한동훈의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있다. 한때 80명에 이르는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윤계'는 대선 참패 후 사실상 사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전략 관계자는 "국민의힘 친윤계가 80명이라고 해도 권성동 윤재옥 등 몇몇 지도부급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류의 눈치를 보는 의원들이었다. 친윤계 핵심부가 무너질 경우 친윤계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대부분 해체돼 김문수-한동훈쪽으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도 합류할 수 없는 성골 친윤계들은 탈당해 광화문 태극기부대나 자유통일당 쪽으로 합류하거나 아니면 '윤 어게인' 세력들과 전광훈 목사 세력들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극우정당을 창당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문수가 부활하든 다시 차기 대선에 도전하든, 아니면 한동훈이 서까래가 다 썩어가는 국민의힘의 새로운 당대표가 되든 둘 다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국민의힘에 진짜 필요한 것은 ‘누가 당권을 잡느냐’는 권력 싸움이 아니다. 대선 참패의 본질은 ‘윤석열 체제의 몰락’이었고, 그 핵심에는 비상계엄과 탄핵, 국정의 사유화, 검찰독재 체제에 대한 국민의 철저한 심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서는 전혀 보수정당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정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박수민 최형두 최수진 의원 등이 '개인적으로' 반성문을 내기도 했지만 당 전체는 대선 패배는 아예 잊어버리고 당권 경쟁에만 매몰돼 있다. 탄핵 책임자들은 버젓이 국회에 남아있고, 윤석열 체제의 핵심 실세들은 여전히 재기의 타이밍을 저울질한다.
보수의 가치는 실패와 과오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반성에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패배하고 일주일이 돼 가지만 보수야당의 쇄신 의지나 자기참회의 메시지는 전혀 나오지 않고 그들만의 권력다툼에 빠져 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차기 지도부 구성에만 빠져 있다. 국민이 원하는 건 그들만의 당대표가 아니라 탄핵과 대선 참패의 황무지에서 다시 새로운 싹을 틔울 성찰의 토양을 만들어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