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에너지 안보가 매우 중요한 시대적 선결 과제로 부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글로벌 자원수급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깊게 각인시켰다.

이에 앞서 점차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전개하고 있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노력도 더해지며, 세계 각국 정부의 에너지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는 세계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가 2025년 역대 최고치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지난 5일 발간한 ‘2025년 세계 에너지 투자(World Energy Investment 2025)’ 보고서를 통해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025년 에너지 부문 투자 규모가 3조3,000억 달러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부문 성장 핵심 키워드는 ‘청정에너지’와 ‘전기화’
역대 최고치 기록 달성의 핵심 역할은 청정에너지가 맡는다. 재생에너지, 원자력, 전력망,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저배출 연료, 에너지 효율, 전기화 부문에 대한 투자는 총 2조2,000억 달러로, 총 1조1,000억 달러 투자가 예상되는 석유, 가스, 석탄 부문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경제 및 무역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일부 투자자들이 신규 프로젝트 승인에 대해 관망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기존 프로젝트에 대한 지출에는 아직 뚜렷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IEA는 분석했다.

지난 5년간 나타난 에너지 전환 관련 투자의 급격한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부양책에서 시작됐으나 이후 기후정책, 경제, 기술, 산업, 에너지 안보에 대한 다양한 고려 사항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투자 증가분의 약 70%는 화석연료 순 수입국에서 발생했다. 이는 △석유·가스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신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노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PNG 공급 중단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의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투자 확대 조치 △인도의 태양광 투자 증가 등이 주도했다.
투자(지출) 증가분의 20%는 미국에서 발생했으며, 새로운 청정기술 공급망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2025년 태양광 투자, 4,500억 달러 전망… 단일 항목으로는 최대 규모
에너지 투자 증가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전력, 산업, 냉방,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AI 등을 위한 전력 수요의 급속한 증가가 에너지 투자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화석연료 공급에 대한 투자가 발전, 전력망, 에너지 저장설비에 대한 투자보다 30% 더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역전된 상황이다.
2025년 전력 부문 투자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석유, 가스, 석탄 생산에 대한 전체 투자보다 약 50% 더 많은 수준이다.

특히, 태양광을 중심으로 저탄소 발전원에 대한 지출은 지난 5년간 두 배로 증가했으며, 대규모 발전소 및 가정용을 포함한 전체 태양광 투자는 2025년 4,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투자 중 단일 항목으로는 최대 규모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원유 수요 약세 전망으로 인해 2025년에는 상류부문에 대한 투자가 6%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2020년 코로나 시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기업들의 발표를 바탕으로 한 당초 2025년 전망은 석유·가스 상류부문 지출이 2024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유가에 대한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부정적으로 전환됐다.
가스전에 대한 자본지출은 2024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석유 부문 지출 감소로 2025년 전체 석유·가스 상류부문 투자는 전년 대비 약 4% 감소해 5,700억 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약 40%가 기존 유전의 생산 감소 속도를 둔화시키는 데 투입될 전망이다.
2025년에는 세계 정유 부문에 대한 투자도 지난 10년 중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에너지 안보 확보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