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지털 협업 혁신 : 조직과 사람의 변화가 SDM을 만든다
  • 최종윤 기자
  • 승인 2025.06.26 1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OT·IT·DT가 함께 일하는 문화 만들기

[글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현장 부서, 특히 생산과 정비 조직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매우 보수적이다. 이는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 교대 근무자들은 새 장비가 들어오면 많은 학습과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하고, 이는 생산휴지나 품질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이 조직 내부 갈등을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지름길로 SDA(Software Defined Automation) 전략을 제시했다. [사진=gettyimage] 

20년 이상 숙련된 베테랑 조차 새 시스템 도입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젊은 인력은 경험이 부족해 변화에 대한 부담이 크다. 정비 부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금까지 사용하던 시스템과 동일한 벤더의 제품을 선호한다.

새로운 시스템을 배우고 고장에 대응하기 위해 밤낮없이 출근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투자부서는 새롭고 경제적인 솔루션을 알고도 기존 고가제품을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는 조직 문화에 갇혀 있다.

이러한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전략이 바로 SDA(Software Defined Automation)다. SDA는 물리적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장비 작동과 공정 시뮬레이션을 사전에 수행하게 한다.

즉, 새로운 장비 도입 시 공급 벤더와 디지털트윈 모델을 계약해 클라우드 기반에서 공정 전체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3D 시각화 모델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생산 현장의 교대 근무자도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사전 검증된 공정과 소프트웨어를 학습하고 신뢰하게 된다. 이렇게 구축된 모델을 실제 제어 시스템에 다운로드해 Plug & Produce 방식으로 현장 투입이 가능해진다.

이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OT와 정비인력의 저항을 줄이며, 투자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품질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이 된다. SDA는 SDM의 핵심이자, 조직 내부 갈등을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지름길이다.

변화의 속도가 다른 세 조직, 융합 없이는 SDM도 없다

제조 산업은 크게 장치 산업과 부품 조립 산업으로 나뉘며, 이들 산업에서 OT(Operational Technology), IT(Information Technology), DT(Data Technology)의 역할은 각기 다르고 변화 수용성에도 큰 차이가 있다. OT는 생산현장을 책임지는 부서로 무엇보다 ‘안정된 생산’을 우선시한다.

새로운 기술 도입이 생산중단이나 품질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며, 교대 근무자와 정비인력은 오랜 시간 검증된 방식과 장비를 선호한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정유 같은 장치 산업은 수십년간 유지된 시스템과 장비를 그대로 운용하며 변화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

반면 IT는 비교적 변화에 유연하고, 최신 기술을 빠르게 수용하며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주도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시스템이 현장에 제대로 안착되지 못한 채 단절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여기에 새롭게 부상하는 DT는 기존의 수학적 모델링이나 통계 기반 분석을 넘어 실제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와 디지털트윈을 연계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바로 이 DT 기반의 AIX(AI Transformation) 조직이 과거 OT와 IT 사이에 놓였던 벽을 허물고 있다. AIX는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이를 AI로 분석해 생산 공정의 예측·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트윈 기술은 새로운 장비나 공정을 도입하기 전에 전체 공정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해, 품질 문제와 생산 중단의 위험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의 복잡한 공정에서는 OT는 공정 운영, IT는 MES/ERP, DT는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량률을 낮추는 시뮬레이션을 담당한다.

자동차 조립산업에서는 로봇, 센서, PLC가 실시간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디지털트윈으로 분석함으로써 라인 속도 조정이나 품질 검출이 자동화된다.

이처럼 OT·IT·DT의 융합이 없다면 SDM(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변화의 속도가 다른 이 세 조직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연결될 때 제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생산중단, 품질불량, 유지보수 비용 증가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은 “제조 현장에서의 디지털 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IT와 DT, 그리고 이들을 잇는 AIX(AI Transformation) 조직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gettyimage]

OT·IT·DT, AIX 조직을 통해 실질적인 전환을 실행하는 시대

제조 현장에서의 디지털 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OT는 여전히 현장을 중심으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생산을 책임진다. 그러나 고질적인 품질문제, 반복적인 설비고장, 그리고 에너지낭비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더이상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IT와 DT, 그리고 이들을 잇는 AIX(AI Transformation) 조직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먼저 IT는 ERP, MES, SCADA 등 기업의 기존 시스템을 관리해왔으며,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AAS(IEC 63278) 같은 국제 표준 기반 구조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현장의 운영방식과 괴리돼 데이터가 사일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DT는 AI, 빅데이터, 디지털트윈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시뮬레이션 하는 역량을 제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는 DT 중심이 아닌 OT 중심으로 협업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에 의존하거나 DT 전문가를 채용해야 했다.

그러나 요즘은 SAP, Siemens, Schneider Electric, Falkonry 등이 제공하는 상용화된 AI Workbench와 디지털트윈 솔루션을 활용하면 공급기업의 지원을 통해 현장에 손쉽게 도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는 예지정비 솔루션을 도입할 때 설비 담당자가 수년간 써온 장비에서 완전히 새로운 벤더의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큰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디지털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공정 전반의 작동 원리를 시각화하고, 실제 장비의 물리적 특성을 반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연하면서 현장의 이해도를 높였다.

결국 OT는 자발적으로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정비 부서의 야간 출동 횟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사례를 보면 조립라인의 자동화 설비에 AI 기반 품질 검출 시스템을 도입할 때, OT와 IT 간의 협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품질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DT 전문가가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라인 속도를 조정하고 설비 동작을 최적화했다.

초기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성공한 뒤 전체 생산라인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품질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이처럼 OT는 현장의 경험과 신뢰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운영을 이끌고, IT는 시스템 통합과 표준화를 통해 데이터 연계를 지원하며, DT는 시뮬레이션과 분석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기반의 실행력을 제공한다.

세 조직이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상호 존중하며 협업하는 AIX 체계가 바로 SDM 구현의 핵심이다. 결국 제조기업은 DT 전문가를 별도로 고용하지 않아도, 공급기업의 AI 솔루션과 디지털트윈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기술을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핵심은 단 하나의 공정에서 성과를 입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공정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이러한 방식은 중소기업에도 실현 가능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길이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은 “SDM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는 학습 문화’ 위에 세워지는 체계”라며, “결국 SDM의 성공은 기술보다도 조직 문화와 사람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사진=gettyimage]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이 SDM을 만든다

제조 현장은 안정성과 신뢰성이 생명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늘 존재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이 도입될 때 실패의 가능성은 종종 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된다.

하지만 SDM(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을 실현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POSCO는 고로(용광로) 공정에 AI 기반 공정 최적화 솔루션을 도입할 당시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철의 품질을 좌우하는 고온 공정에 AI가 개입하는 것을 두려워한 현장 작업자들이 많았지만, 작은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가 누적되면서 AI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졌고, 품질 편차는 눈에 띄게 줄었다. 이를 통해 현장 작업자들도 AI의 가치를 실감하게 됐고, 이후 다른 공정으로 확산이 가능해졌다.

또한 독일의 Bosch는 설비 이상 진단을 위한 예지정비 AI를 시범 도입했지만 초기 모델의 오류율이 높아 작업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실패 과정을 수치로 기록하고 반복 개선하는 체계를 조직 차원에서 인정하고 지지해주었기에, AI 팀은 빠르게 알고리즘을 개선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체 설비에서 고장 발생률이 20% 이상 감소했으며, 야간 긴급 수리 출동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스라엘의 Augury사는 회전설비에 진동, 온도, 자기장을 무선 측정해 1억2,000만 시간이 넘는 데이터를 딥러닝해 Baseline Model를 만들어 제공한다. 이 모델을 기반으로 24시간 AI가 모니터링 분석, 판단하고, 진동 전문가가 원격에서 분석해 생산 현장에 작업지시를 통해 사전 조치한다. 예지 정비율을 99.9%의 신뢰도로 보증하면서 미국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는 ‘위에서 지시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실패를 허용하고 학습하는 분위기’에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에 실패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조직적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도록 유도하는가에 있다.

SDM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우는 학습 문화’ 위에 세워지는 체계다. 작은 시도라도 조직 전체가 실패를 분석하고 다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고, 빠르게 개선해 확산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Fail Fast → Learn Fast’, 빠르게 실패하고 더 빠르게 배우는 전략이다.

결국 SDM의 성공은 기술보다도 조직 문화와 사람의 태도에 달려 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서로 배우고 협업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디지털 협업과 자율 생산이 현실이 될 수 있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
(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결국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변화와 전환을 이끄는 근본적인 힘은 ‘사람’이다. 기술이 아닌 사람의 태도, 조직의 문화,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려는 의지가 디지털 협업과 SDM을 가능하게 한다. 제조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토론하며, 공급기업과 함께 실험하고 발전해가는 모습 속에서 진정한 혁신이 피어난다. 실제 제조업에서 성공적으로 디지털전환을 이루어 낸 사례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바로 OT·IT·DT가 함께 참여하는 실험적 소통 플랫폼의 구축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데이터를 함께 분석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OT는 현장의 리얼리티를, IT는 시스템적 가능성을, DT는 데이터 기반의 예측력을 제공한다.

공급기업 역시 단순한 시스템 제공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현장에 상주하며 OT와 함께 공정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변화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함께 찾아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이고, 디지털 협업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다.

사무실과 현장, 분석가와 작업자, 공급자와 사용자.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함께 대화하고, 함께 배우며, 함께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OT·IT·DT가 진정으로 함께 일하는 문화이며, SDM을 실현하는 진정한 출발점이다. 디지털 협업 혁신은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조직의 문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학습과 공유를 통해 성장을 만들어내는 문화다. 이것이야말로 SDM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