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빼앗긴 유통 주도권 회복…“대형마트 핵심 전략으로 부상”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온라인 플랫폼에 밀려 유통 주도권을 내준 대형마트가 일대 반격에 나섰다.
대형마트들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 떠나는 장소가 아니라 장보기부터 여가, 체험, 문화까지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며 소비자의 발길을 되찾겠다며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에 출사표를 던진 모양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같은 날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신규 점포 출점 및 리뉴얼을 통해 ‘머무는 마트’ 만들기에 시동을 걸었다.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공간 혁신 경쟁에 돌입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스타필드 마켓’ 2호점으로 새롭게 오픈했다.
지난해 죽전점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스타필드 마켓은 지상 1·2층, 약 4445평 규모에 쇼핑과 문화, 휴식을 융합한 ‘공간 혁신형 복합몰’ 콘셉트를 적용했다.
대표 공간은 1층의 ‘북그라운드’다. 스타필드의 상징인 ‘별마당 도서관’을 축소한 형태로, 옆에는 135평 규모의 대형 스타벅스를 배치해 고객이 장을 보는 도중에도 온전한 여유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옆 ‘아뜨리움’은 브랜드 팝업스토어와 휴식공간이 결합된 형태로, 이마트는 이를 통해 계절별, 테마별 체험 콘텐츠를 수시로 선보일 계획이다.
2층에는 ‘키즈 그라운드’를 마련해 가족 단위 고객 유입을 꾀했다. 다음 달에는 실내 놀이시설 ‘바운스 더 퍼스트’도 문을 연다. 이와 함께 다이소, 올리브영, 무신사 스탠다드 등 인기 브랜드의 매장을 대폭 확장·유치하면서 ‘몰’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같은날 롯데마트도 경기 구리시에 구리점을 신규 오픈했다.
이 점포는 1999년부터 2021년까지 20년 넘게 영업하다 폐점한 옛 구리점 자리에서 재출점한 것으로, 약 7273㎡(2200평) 규모에 식품 전문 매장과 가족 친화 콘텐츠를 결합한 ‘미래형 매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1층은 식품 중심의 ‘그랑그로서리’로 꾸며졌다. 30m 길이의 '롱 델리(간편식) 로드'와 냉동 간편식 특화 매장, 주류 전문관, 신선식품 특화 진열 등으로 고객의 ‘장보기 편의’와 ‘오감 만족’을 동시에 겨냥했다.
2층은 ‘몰링(쇼핑+여가)’ 개념에 충실한 구성을 선보였다. 닌텐도 스위치, 레고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토이저러스, 프리미엄 뷔페 ‘고메 스퀘어’, 북카페 ‘놀멘서가’, 키즈 미술체험공간 ‘파레트팡’ 등이 입점했으며, 롯데마트 최초로 문화센터 ‘트니트니 플러스’도 들어섰다.
이처럼 롯데마트는 쇼핑은 물론 아이 교육과 가족 여가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머무는 매장’ 모델을 지향한다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 소비심리 회복조짐 보이는 시점에 공격적 신규 출점…업계도 주목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롯데마트 모두 오프라인 소비심리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공격적으로 신규 출점에 나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실제로 4개월 만에 오프라인 매출이 반등세로 전환됐다. 지난 5월 주요 유통업체 가운데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했다.
비록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줄곧 하락세를 보여온 오프라인 유통시장에 ‘회복 신호’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이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5월 CCSI는 101.8로 5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회복한 데 이어 6월에는 108.7까지 오르며 2021년 6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CSI는 현재생활형편, 향후경기전망 등 6개 항목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로, 100 이상이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지난해 말부터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장기간 100을 밑돌던 흐름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통업계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공간 체류형 매장을 표방한 신규 매장들이 소비자 유입은 물론 매출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이미 수치로도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리뉴얼된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에서는 3~6시간 머문 고객 수가 전년보다 163%, 4~5시간 체류 고객은 184% 늘었다. 이에 힘입어 같은 기간 누적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장을 보러 왔다가 책도 읽고 카페에서 쉬고, 아이와 체험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앞으로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방문해야 할 이유가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트렌디한 브랜드 유치와 체험형 콘텐츠 확대는 물론 식품 중심의 카테고리 강화로 ‘그로서리+몰링’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이 장보기의 일상화를 주도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오프라인은 ‘경험’으로 승부할 여지가 아직도 많다”며 “쇼핑은 기본이고 휴식과 체험, 가족과의 여가가 공존하는 공간 구성이 대형마트의 핵심 무기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