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온화하고 합리적 성향, 혼란과 갈등 최소화할 적임자...봉욱은 의견 엇갈려
검찰 개혁은 권력기구 통제력 포기하는 자기 희생적 모험...사정기관 공백은 숙제로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2가지 관점에서 초기 연착륙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부총리에 예산, 재정 전문가인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을 앉혀 재정정책을 통한 경제성장의 '실험'에 나선다. 기업 감세에 따른 투자 증가와 성장 선순환 정책에서 공공투자, 복지지출 확대 등의 재정 확장 정책으로 수요를 창출해 경제성장을 유도하려는 야심찬 정책이지만 재정 여력이 고갈되고 민간부분 위축이 우려돼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경제 성장 방법론을 둘러싼 이재명 정부의 '도전'이 성공을 거두느냐의 여부는 향후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도약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경제 개혁과 함께 사회 개혁 또한 만만치 않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바로 검찰개혁이다.
이 검찰개혁은 단순히 검찰이라는 최대의 권력기관을 무장해제하거나 그 기능을 축소 변형하는 식의 '조직 구조조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 개혁은 '윤석열'이라는 검찰 권력이 대통령 직위에까지 올랐다가 비상계엄으로 나라 전체를 파탄으로까지 이르게 한 권력의 왜곡된 구조를 쇄신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다시는 '검찰 괴물'이 탄생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과 제도의 본질적 쇄신도 검찰 개혁에 숨어 있는 것이다.
특히 최고 권력자가 정적을 죽이기 위한 무기로써 검찰의 칼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하면서 생긴 정치와 협치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점검도 검찰 개혁에 포함돼 있다. 이런 점에서 검찰 개혁은 단순히 검찰 시스템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검찰의 권력을 분산해 견제와 균형점을 찾고 종국적으로는 권력구조의 개편과도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국정 과제의 최우선 순위로 잡았고 그 책임자를 자신이 가장 믿고 맡길 만한 사람으로 지명했다. 정성호 의원과 봉욱 전 대검차장이 각각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투톱을 차지해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섰다.
정치권에서는 먼저 정성호 의원의 법무부 장관 지명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검찰 개혁을 위해 택한 가장 최선의 인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의 38년 지기로 민주당 내 ‘친명계 핵심’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이 대선 도전에 실패한 뒤 만들어진 '7인회'의 실질적인 좌장을 맡았고 정권 실세라는 점에서 향후 정 의원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검찰 출신 봉욱 민정수석이 검찰 개혁의 실질적 밑그림을 그리고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때 정성호 의원이 그 과정을 정무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정 의원의 온화한 성품이 검찰 개혁의 파열음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장관을 내세워 검찰 개혁을 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추 의원이 다선에 정치력도 겸비했지만 자기 정치 성향이 있어 가끔 무리하게 일을 처리하는 데다 직설적인 언행으로 검찰을 자극해 불필요한 갈등을 노정한 것 등은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라면서 "반면 정성호 의원은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에 자기 정치 욕심이 없다. 이런 점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검찰의 오해나 반발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정 의원이 이재명 대통령과 친분이 있지만 그동안 당내에서 일종의 레드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에서 정 의원의 재량권이 커질 것이고 이는 검찰 개혁의 성과를 내는 데는 이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민정수석에 임명된 봉욱 변호사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봉 변호사는 26년간 검찰에서 일했으며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대검찰청 차장검사이던 2019년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밀리면서 검찰을 떠났다. 2022년 10월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합류해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봉 변호사가 검찰 내부에서도 비교적 신망이 두텁기 때문에 검찰 개혁도 무난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그의 '검찰 이력' 때문에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검찰 개혁을 당의 핵심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는 조국혁신당은 전체가 반대하는 모양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30일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봉욱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향해 "새 정부의 검찰개혁 추진에 동의하는지 밝혀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김 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봉 수석은 지난 2022년 4월 문무일 전 검찰총장 등과 함께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29일 공개된 옥중편지를 통해 “친윤(친윤석열) 정치 검사들이 정권 교체 이후로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갑자기 검찰 개혁에 찬동하는 언사를 쏟아내며 접근하는 검사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민주당과 함께 검찰 개혁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온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법무부 차관에 이진수 대검 형사부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그토록 열망하는 내란종식과 검찰개혁, 친윤검찰 청산을 완성해야 하는 지금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복무한 친윤 검사의 법무부 차관 임명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봉욱 변호사가 김앤장 출신이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김앤장은 대형 기업 및 권력층을 대리하는 로펌으로 법조 기득권의 심장부로도 불린다. 봉욱 변호사가 민정수석이 되면 이재명 정권의 대기업 수사나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 등에 대해 이해상충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김앤장의 집요한 일처리 특성상 4년 가까이 재직한 김앤장의 요구나 기대에 얼마나 독립적으로 처신할지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사실 검찰 개혁은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사정기관 통제력 포기'를 의미하는 양날의 칼이다. 검찰개혁은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권력기구에 대한 통제권’을 내려놓는 자기 희생적 모험이기도 하다.
특히 현재 이재명 정부가 닥친 윤석열 내란죄나 김건희 여사 의혹 등은 특검을 통해 어떻게 해결해볼 수 있지만 그 후의 권력형 비리나 대기업 관련 수사 등은 검찰이 그동안 쌓은 수사 노하우를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보여준 수사 능력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공수처 인력과 조직을 대폭 보강한다고 해도 검찰이 수십년 동안 쌓아온 권력형 비리 등의 대형사건 수사 노하우는 쉽게 얻을 수 없다. 이런 사정기관 전력 누수와 공백을 어떻게 메우는지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워딩'은 유의해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정 후보자는 "기소청,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등 여러 가지 법안이 나오는데 검찰청이란 이름을 그대로 가져가기 쉽지 않지 않겠느냐"라면서 다만 "검찰청 폐지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수사와 기소 분리를 뼈대로 한 대대적인 검찰 개혁 작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그런 논의가 곧바로 검찰청 조직의 완전한 폐지로 인식되는 것에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 것이다. 검찰 개혁이 조직의 존폐로만 매몰될 경우 권력형 비리 등의 수사를 하는 사정기관의 약화 현상은 향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 최종 로드맵이 어떤 형태롤 나타날지 관심을 모은다.
한편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30일 검찰개혁과 관련해 "수사와 기소 기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눌 것인가가 핵심"이라며 "그것을 적절하게 담보할 수 있는 행정기관의 형태, 그리고 각 행정 기관을 어느 소속으로 둘 것이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청을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 등으로 쪼개면서 각 기관의 권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분산, 분배 하느냐가 검찰 개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대의 모선인 검찰청을 3~4개의 소형 모델로 분리해 운영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