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상수망 수열로 서울 건물 냉난방 해결한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의 확대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데,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는 친환경에너지원인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고, 보급 확대를 위해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상반기 중 신재생에너지 포함 결정 기대

[Industry News 박관희 기자] 서울의 광역상수도망에 존재하는 상수열 자원을 활용할 경우 롯데월드타워 89개소 규모의 냉·난방열을 공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매년 1백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덧붙여 그동안 이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던 에너지인 수열에너지에 대한 효과적인 이용과 신재생에너지로 포함되어야 하는 당위성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됐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댐 등의 호소수 및 상수도 원수의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려는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다. [사진=pixabay]

서울에너지공사 박진섭 사장은 “국제에너지기구 히트펌프센터에 따르면 히트펌프만으로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절감할 수 있다”면서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던 친환경에너지인 상수도 수열에너지를 냉난방에너지로 활용하면 냉각탑 방식에 비해 에너지사용량이 2분의 1로 줄고, 열섬현상과 소음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수열에너지는 물의 온도에너지를 직접 또는 히트펌프(열펌프)로 회수해 건물의 냉난방과 급탕에 이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박 사장이 주목 한 바 역시 상수도 원수가 보유하고 있는 열에너지를 히트펌프의 열원을 이용해 건축물의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서울과 같은 큰 규모의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은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크고, 특히 냉난방 부하는 건물의 에너지 소비 중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한다. 때문에 세계적인 대도시를 보유한 미국 환경청에서는 히트펌프를 사용하는 지열을 현존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냉난방에너지원으로 발표하고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수열에너지 활용 효과는 국내에서도 입증됐다. 최초의 시범사업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례다. 광역상수도를 활용한 롯데월드타워 운영 결과 기존 냉난방설비에 비해 에너지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설비공학회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에 적용된 수열에너지 시스템으로 대기오염물질은 36%, 에너지 34%, 운전비는 52%가 절감됐다.

서울에너지공사 박진섭 사장은 수열에너지를 냉난방에너지로 활용하면 냉각탑 방식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2분의 1로 줄어든다고 밝혔다.[사진=Industry News]

해당 사례를 토대로 수열에너지 확산을 위해 지자체와 공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에너지공사, K-water는 ‘광역상수도 물 에너지를 활용한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사업 참여협약’을 체결하고, 수도권 관망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추진키로 했다.

수도권에 광역상수도를 공급 중인 K-water는 2014년부터 수도권 지하에 그물망처럼 매설된 광역상수도를 활용해 도심건물에 냉난방에너지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물과 대기의 온도차를 이용해 냉방시 건물 내의 열을 물로 방출하고, 난방시에는 물로 부터 열을 취득해 실내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는 소양강댐 수열을 이용한 ‘강원 K-cloud 사업’을 추진해 관련 시설을 2022년 준공 예정이다. 소양강 심층수를 활용한 냉난방을 통해 기존 에어컨 방식 대비 75.7%의 에너지절감과 약 40억원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제도상의 문제로 확대보급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열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 범주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행 법률상 해수만을 제한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있어 수열에너지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

지난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광역상수도 수열 냉난방에너지 포럼'이 개최돼 수열에너지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사진=Industry News]

강원도 수질보전과 김경구 팀장은 “에너지국제기구에서 수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REC 시장에 수열이 진입할 경우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의 사유로 관계당국이 수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유럽과 일본에서 수열을 재생에너지로 지정했고, 수열만 취하고 다시 광역상수도망을 통해 빠져나가기 때문에 수온의 변화나 하천 생태계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직 에너지절감량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던지, 수열에 대한 열량을 제시하는 제도적인 요금체계가 없다보니 전방위 확산에는 무리가 따르고 있다.

산업부 신재생에너지과 정대환 사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열과 관련해 현재 유관기관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에너지원으로서의 가치가 중요한 문제이고, 다른 (에너지)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REC, 시행령, 지침 등의 개정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정 사무관은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착수에 들어가더라도 시행령 개정에 기본적으로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하반기에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