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ESS 보급이 도리어 화재 이슈로 신재생에너지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계통 한계라는 걸림돌 앞에 놓인 태양광은 ESS의 확대 보급을 통해 그 한계를 보완하고 있었다. 특히, REC 가중치 및 요금제 등의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세계적 수준의 ESS 시장이 형성됐다. 그러나 잇따른 ESS 화재 이슈로 시장은 경직되다 못해 꽁꽁 얼어붙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정부는 신속히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 마련을 위해 TF(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를 꾸리는 등 ESS 화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을 비롯해 ESS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했다. 업계의 기다림과 달리 정부의 발표는 더뎠지만 REC 가중치 5.0 6개월 연장이라는 소식과 함께 지난 6월 11일,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강화 대책 발표
정부는 ESS 화재에 대해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 사고원인을 확인했고, 제조상 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가혹한 조건에서 장기간 사용되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추가로 밝혔다. 제조상 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이 포함돼 사실상 5가지의 원인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배터리 결함 조사에 대해 다수의 사고가 동일공장,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셀 해체분석을 실시해 1개 사의 일부 셀에서 결함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극판접힘, 절단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결함이 발견된 셀의 제조사명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화재원인을 토대로 ESS 제조·설치·운영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소방기준 신설을 통해 화재대응 능력을 제고하는 종합적인 안전강화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ESS용 대용량 배터리 및 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정해 ESS 주요 구성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했으며, ESS 설치기준을 개정해 옥내설치의 경우 용량을 총 600kWh로 제한하고, 옥외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별도 전용건물 내 설치토록 규정해 안전성을 제고한다.
또한, 전기적 충격에 대한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배터리 만 충전 후 추가충전 금지, 이상징후 탐지 시 관리자 통보 및 비상정지 등을 내용에 담았으며, 올해 9월까지 ESS 특화 화재안전기준을 제정하는 등 운영·관리 및 소방기준도 강화한다.
강화되는 ESS 설치기준 개정은 8월 말로 예정돼 있으며 신규발주 지연에 대한 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발표된 ‘사용전검사’ 기준에 ESS 설치기준 개정사항을 우선 반영해 ESS 신규발주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것으로 파악된다.
ESS 화재 이슈에 대응하는 민간 기업 방법론
민간 차원에서도 ESS 화재 이슈에 대응해 다양한 방법론이 나오고 있다. ESS 설치, 운영, 소프트웨어 및 통신 등 기업의 사업영역에 따라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화재 이슈에 대응하고 있었다.
국내 최초 하프 랙(Half Rack) 방식의 ‘올인원 ESS’를 공동 개발해 성능과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이맥스파워는 최근 한화큐셀과 100kW 태양광용 올인원 ESS(274kWh/411kWh)의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ESS 화재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안정성과 내구성이 확보된 혁신적인 ‘스트링 방식 ESS(String Type ESS)’도 출시했다. 제작, 설치, O&M에는 파인이엠텍이 함께한다.
이맥스파워 배성용 대표는 “이 제품은 테슬라 및 AES라는 ESS 선진 기업에서도 채용하고 있는 방식”이라며, “배터리와 PCS를 작은 용량 단위로 분산 설계해 화재 방지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강화시킨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제조사와 ESS 사고대책위 등의 설명회에서도 안정성이 보장된 시스템 방식으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로 시스템에서 파생되는 노이즈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은 용량의 ESS를 분산 설계한 방식으로 파악된다.
대용량 ESS 낙뢰방전 보호 및 감지시스템 연구를 시작해 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과제로 ‘MW급 ESS의 신뢰성, 안전성 향상기술 및 현장 평가기술 개발’ 과제를 수주해 주관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 티팩토리는 리튬이온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ESS 화재예방 솔루션을 소개했다.
화학적 관점 솔루션으로 소개한 내용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발생 메커니즘의 이해에서 출발한 Off-가스에 집중했다. 미 해군의 개발요청에 의해 넥서리스(Nexceris) 사가 상용화에 성공한 ‘Off-가스 검출에 의한 ESS 화재예방 솔루션’으로 기존의 BMS-PMS-EMS로 이어지는 감시운용 시스템과 백업 개념으로 사용된다. 기설 및 신설 ESS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최근 국내에 출시됐다.
함께 자리한 티팩토리 최형석 대표, 이주광 전무는 “정부가 가이드하고 있는 전기적 안전장치 설치 및 비상정지로 과전압, 과전류, 누전, 온도상승 등을 모니터링해 비상정지가 가능하나 범위가 넓으면 빈번한 출동이 필요하고, 좁으면 사고가 날 수 있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며, “어떠한 임계치를 기준으로 해 비상정지를 할 수 있는지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Off-가스 검출 시스템으로 확실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의견을 냈다.
최근까지 배터리 용량 기준 총 800MWh에 달하는 EMS 구축 실적을 세워 국내점유율 1위에 있는 대건소프트는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추구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통합에너지시스템의 필요성과 AI, 딥러닝 중심의 소프트웨어 구축에 중점을 뒀다.
대건소프트 이재명 대표는 “대건소프트에서는 각 기기별 시스템의 고도화 및 정부주도하의 안전정책 수립과 관리체계 도입이라는 시장의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며, “ESS 운영에 대한 시스템 고도화와 안전관리 강화를 통해 올해 하반기 ‘고장진단분석 프로그램 AI(루시_Lucy)’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건소프트의 AI 기술 적용은 발전원의 단순한 충·방전 운영만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폭넓은 범위에서의 스마트한 에너지 관리가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대표는 “다양한 화재 및 안전 솔루션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통신이나 소프트웨어적인 제어가 포함돼 있어 점점 커지고 있는 역할에 잘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ESS 전체 시스템에 대한 KS표준을 제정한 정부는 국제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동반 성장을 이루고 있는 ESS 산업 육성 지원에 나섰다. 안전강화 대책 마련과 더불어 실증시험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향후 ESS 분야 국제표준 제안 등 국제표준화 논의를 주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각 민간기업의 ESS 화재 이슈에 대한 노력과 정부 주도의 ESS 설치 안전강화 대책이 향후 ESS 산업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