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2년부터 카본프리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이하 CFI) 2030, 탄소없는 섬 정책을 발표한 이래 다양한 저탄소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제주도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4,085MW를 보급해 에너지를 자체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출 계획이다. 아울러 2023년 이후 전기차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계기로 2030년까지 제주도에 등록된 차량 50만대 중 75%가 넘는 37만7천여대를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또한, 에너지 융복합 신산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대비 33.9% 감축한 277만9천톤CO2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풍력사업은 기술개발과 수용성 확보 등 과제가 산재해 있으며, 태양광사업 역시 환경보호와 규제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기차 역시 제주도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보유대수와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 2만대도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제주도는 올해 6월 CFI 2030 정책의 수정안을 발표하고 기존보다 목표치를 하향하는 대신, 좀 더 과감한 도전과 창의력을 발휘해 과제들을 풀어나가고 있다. 그것이 해상풍력과 전기차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 등이다. 또한,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라는 특수한 행정적 이점을 활용해 제주도만의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이런 제주도의 활동 현장에서 제주도 저탄소정책과 문경삼 과장은 항상 최선봉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번에 추진하는 CFI 사업의 도민 거버넌스는 문경삼 과장과 정창보 주무관의 작품이다. 특히 문 과장은 주민수용성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서귀포 표선면 출신인 문 과장은 동장을 지내기도 하면서 다양한 마을사업의 수용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문 과장은 “공무원이 마을사람들의 불만이나 니즈를 알겠느냐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항상 주민들의 입장을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제주도가 추진한 CFI 2030 정책의 현황과 성과는?
2017년부터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이 투자하는 탐라해상풍력단지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면서, 국내 유일무이로 해상풍력 사업이 실시됐다. 풍력발전의 터빈기술이 발전한 덴마크 같은 국가에서도 장관을 포함해 에너지사절단이 방문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관심도도 높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제주의 CFI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도 13.6%에 달하고 있다. 전국 평균 보급률이 8.8%인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수치다. 전기차 보급 역시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 모두 앞선다. 올해 10월 현재 제주도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1만8천대이며, 보급률은 22%나 된다.
해상풍력이 제주도에서 국내 최초로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앞으로의 과제는?
2007년에 풍력실증단지가 만들어지고 에너지기술연구원과 두산이 참여해서 2~3MW 풍력발전기로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두산중공업은 5.5MW급 상용화터빈을 만들어서 국내외로 수출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려면 평균 풍속이 3~4m/s는 돼야 하며,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5m/s 이상이어야 한다. 제주풍력단지는 평균 풍속 7M/S까지 나오고, 한경읍 지역도 6~7m/s로 풍황이 좋은 편이다.
해상풍력의 장점은 소음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육상풍력의 경우에는 소음문제 때문에 민원이 많지만 해상풍력은 그런 것이 없다. 또한, 해상풍력은 육상풍력보다 경제성이 높다. 육상풍력의 경우 발전효율성이 20%대인데 반해 해상풍력은 30%로 효율성이 높다. 또한 해상풍력은 땅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용부지 구입비용도 저렴하다. 허가도 공유수면점용허가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육상풍력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다. 특히 제주도는 700MW에 달하는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업과도 연결돼있다. 따라서 이는 한국 조선업을 부흥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해상풍력에도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일단 비용이다. 1㎿급 육상풍력은 평균 25억 원인데 해상풍력은 6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다르면 7~8년만 지나면 수익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선박과의 충돌 우려가 있어서 어업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또한, 설비장치의 부식이 높고 수리나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과제다.
따라서 제주도는 해상풍력을 공공주도 사업으로 추진해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술개발에도 투자해서 8MW급 터빈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제주도를 전기차충전서비스 자유규제특구로 지정했다. 앞으로의 추진계획과 전망은?
처음에는 전기차 전반에 대한 규제특구를 신청했지만, 중기부에게 컨설팅을 받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전기차충전서비스 등 애프터마켓이었다. 현재 전기차 보급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충전 인프라 해결이다. 충전의 부분이 해소가 안 되면 보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육지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충전의 편리성을 선도적으로 비즈니스화시키고 글로벌 마켓으로 성장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제주도는 이 사업과 관련해 4가지 규제를 해소했다.
하나는 기존 충전기 50KW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50KW ESS를 추가로 병합해 100KW 충전기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한, ESS를 탑재한 이동형 충전기를 마련해, 충전기 설치가 어려운 곳이나 행사장 같이 한시적으로 충전수요가 발생하는 장소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에어비앤비처럼 공유화플랫폼을 벤치마킹하여 개인이 소유한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대에 충전기를 공유화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를 한번 충전하면 3~4일 정도는 충전기를 쓸 일이 없다. 이럴 경우 공유플랫폼을 만들어서 전기를 공유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공유비용을 토큰으로 받자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이동형 전기차 서비스의 마련이다. 전기차의 부품은 내연차의 1/3 수준이기 때문에 지정된 장소가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이동형 카센터를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서 배터리의 가치를 평가하고 전기차의 성능상태 점검도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또한, 제주도는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추진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현재는 전기차의 주차요금과 충전요금을 감면해주고 있으며,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도 지정해둔 상태다. 앞으로는 초소형전기차 보급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사업용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사업도 마련한다. 지금은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전기차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전기차 산업생태계가 안정화될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이때부터 전기차 보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주도의 태양광 사업의 현황은 어떠한지.
제주도는 2019년 9월말 기준으로 250여MW를 운영 중에 있으며, 1,787개소가 사업허가가 난 상태다. 이 중 187개소의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최근 농지와 산지에 허가가 난 태양광발전은 작년과 비교해 농지는 62%, 산지는 9%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제주도가 올해 초 주먹구구식 태양광발전사업의 인허가 제도를 정비한 결과다. 그동안 태양광사업은 개발사업과 전기사업을 동시에 하거나 순서를 바꿔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전기사업만 받아놓고 개발행위절차를 밟지 않는 사업자들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사업을 하려면 개발사업 절차를 받지 않은 사업자에게는 전기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앞으로 제주도는 영농형태양광과 건물형태양광을 유도·권장할 계획이다.
또한, 제주도가 자랑할 일이라면 마을회관이나 어촌계 등 마을공동보호시설 대부분에 태양광보급사업을 전액 투자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이 가능한 이유는 세금과 달리 풍력발전사들로부터 받는 풍력발전공유화기금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2017년부터 약 40억 원의 기금을 모아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올해 19억 원을 투자해 148개소의 공공시설에 태양광시설을 구축했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여름과 겨울에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껏 전기를 쓰셔도 된다고 권장하고 있다.
주요사업 외에 제주도가 집중하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이 있다면?
전국적인 사업이기는 하지만 제주도 역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올해까지 제주도는 108만억원을 투입해 △강정마을에너지자립마을조성 △우도융복합 △이호융복합 △애월·안덕융복합 △애월에너지자립마을조성 등의 5개 사업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강정마을과 대정읍, 제주해녀마을, 동백동산 등 4개 사업에 태양광 2,555kW, 태양열 128㎡, 지열 87.5kW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경제와 관련해 P2G(Power to Gas) 통합운영 실증 연구를 위해 올해부터 수소경제 TF팀을 구성하고 연구과제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서 올해 11월 수소융합복합단지 실증사업을 신청했으며, 2023년 이후부터는 대형화물차를 시작으로 수소연료전지차 도입을 추진한다.
올해 제주도가 중점 추진할 CFI 2030 사업계획은 무엇인가?
제주도는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일단 유네스코 3관왕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정 자연과의 공존을 선포했고, 풍력 자원이 우수하다. 또한 제주특별법을 통해서 풍력의 인허가권도 제주도지사가 가지고 있다. 태양광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특별법으로 해서 풍력에 대한 인허가권은 제주도가 가지고 있다. 풍력발전공유자금을 통해서 업체들의 단기순이익의 17.5%를 받아서 제주도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돌려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민들은 CFI 사업을 잘 모른다. 그러다보니 민원도 많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데 주민수용성을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내년 1월부터 제주도는 도민들이 참여하는 CFI 거버넌스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2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거버넌스를 먼저 구축해 에너지 거버넌스 소관 사무 등의 자문을 받을 계획이다. 또한 일반인 공모와 읍면동 주민자치센터별 추천을 통해 100명의 도민 거버넌스도 만들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피드백도 받을 계획이다. 이 거버넌스를 통해서 도민들에게 CFI 사업을 홍보하고 수용성도 높이려고 한다.
이밖에도 읍면지역의 도시가스 공급지역을 선정하고 공급시설을 지원하는 조례를 정비할 계획이다. 또한, 한동평대의 공공주도 해상풍력의 투자자도 공모할 계획이며, 에너지 자립마을 4곳을 추가로 마련할 것이다.
결국 이런 사업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탄소배출 제로화와 미세먼지 감축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프랑스가 주관하는 탄소중립연합에 가입돼있다. 또한, 현재 전체 전력 중 40%를 담당하는 해저케이블에 대한 의존을 줄이면서 에너지자립섬으로 가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청정과 안정, 성장을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생태계를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