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이 발표된 이후 국내 태양광 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유휴부지 활용 등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형태의 태양광발전소 개발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생겨나고 있다.
염도가 높아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유휴부지인 염해 간척농지의 경우, 지난해 농지법 개정을 통해 태양광발전사업 용도로 20년의 일시사용기간이 확보됐다. 이로써 여의도의 50배 규모에 해당하는 국내 염해농지를 활용한 안정적 태양광발전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2018년 3월 UPC솔라코리아를 한국에 설립하면서 법인대표를 맡게 된 박재필 대표는 이러한 국내 태양광 시장의 흐름에 맞춰 염해농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소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 CNS와 OCI 등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태양광 사업을 추진해오던 그는 사업개발, 자금조달, 시공, 구매, 운영 등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UPC솔라코리아 박재필 대표는 “사업 안정성 및 높은 이윤을 추구하는 대기업의 사업 전략에 한계를 느꼈다”며, “보다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위해 ‘사업개발’ 분야에 집중하고자 태양광/풍력 전문 개발기업인 UPC리뉴어블즈 그룹과 함께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UPC리뉴어블즈는 어떤 기업인가?
UPC리뉴어블즈(UPC Renewables)는 1995년 유럽에서 풍력사업을 시작하면서 설립된 민간 개발회사로 현재는 미국에 본점을 두고 있다. 2017년부터 홍콩에 UPC솔라아시아퍼시픽(UPC Solar Asia Pacific)을 설립하면서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지역 태양광 사업개발을 확장했고 그동안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약 4.5GW의 태양광/풍력 사업을 개발했다.
2019년에는 필리핀의 대기업인 아얄라(Ayala)그룹과 호주에서 1GW급 태양광 및 풍력사업을 공동 개발하는 한편, 아시아 지역 태양광 사업에도 50:50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해 홍콩 본사를 UPC-AC Energy Solar Asia로 사명을 바꿨다.
UPC리뉴어블즈 그룹과 일을 하게 되면서 놀라웠던 점은 빠른 의사결정과 높은 전문성이었다. 수 백억의 총사업비가 필요한 10MW 이상의 대규모 유틸리티급 태양광 사업에도 본사의 이사회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의 1회 보고로 투자 여부가 결정되는 등 매우 단순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의사결정 기간이 짧지만 검토 과정이 느슨하지 않다.
2018년 여러 사이트의 임야태양광 개발을 위한 위성사진 및 부지현황 등의 검토 과정에서 산림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데 한국에서 인허가 문제가 없겠는지 투자심의 과정에서 불거졌고, 그해 산지관리법 개정을 통해 더 이상의 임야 태양광 개발이 어렵게 되는 과정을 직접 보게 됐다.
UPC솔라코리아가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주력하고 있는 사업 내용은?
UPC솔라코리아는 10MW 이상의 대규모 태양광 사업 개발 및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부지의 확보(매입 또는 임대) 단계부터 시작해 인허가, 자금조달을 거쳐 시공, 운영까지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의 전 단계를 사업 영역으로 두고 있다.
현재 국내의 태양광발전 산업 정책상 대규모 태양광을 개발할 수 있는 부지는 염해농지, 염전, 수상태양광 등으로 제한돼 있다. UPC솔라코리아는 이러한 대규모 태양광발전 부지마다 갖고 있는 특성에 맞춰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계통 상황이나 토지 소유 권리관계 측면에서 염해농지에 집중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기준, 최근 3년 간 쌀 자급률은 약 100%에 육박하고 있고 농어민 평균 연령은 53세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의 일환인 10GW 목표의 염해농지 태양광 사업은 매우 시의 적절하며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UPC솔라코리아는 농지법 개정 전인 2018년 말부터 염해농지 태양광 부지 개발을 시작해 서산간척지에 약 45만평의 사업부지에 대한 장기 임대차계약을 완료하고, 이 중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최근 한국농어촌공사의 토양평가를 완료해 약 35MW의 발전사업허가를 접수, 내년 착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해남/강진 지역의 사내간척지 주변 농지 80만평을 대상으로 올해 초부터 장기임대차계약을 시작해 2020년 7월 현재 약 1/4 가량 계약을 마친 상태다. 특히, 사내간척지 태양광 사업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추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사내간척지 태양광발전 주민조합이 결성됐고, 지난 4월 UPC솔라코리아와 협약서까지 체결한 바 있다. 최근 부지 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해 토양평가를 시작으로 사업 개발을 보다 구체화할 예정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EPC 및 금융과 관련해 염두에 둘 사항이 있다면?
중국산 모듈 및 인버터의 유입으로 태양광 시공 단가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원가를 비교해 볼 때 국내의 EPC 원가는 아직도 더 하락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이며,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원가를 유지하는 이유는 국산 제품 사용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그에 따른 인증 등의 진입장벽이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하락하는 SMP+REC 가격에 대한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산 제품의 원가 하락도 불가피하다. 국내 제품도 글로벌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으며, 이는 우수한 품질과 더불어 해외 시장을 보다 폭발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금융시장은 아직 본격적인 프로젝트 금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 EPC 사나 관리운영사의 자금보충약정 내지 보증에 의해 금융구조가 완료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자체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는 순수한 프로젝트 금융을 찾기는 아직 어렵다.
그러나 FIT부터 시작한 국내 태양광 프로젝트 금융 역사가 10년이 넘은 만큼 많은 사례가 쌓였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인 프로젝트 금융이 시작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대기업의 보증 구조가 사라질 때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 하도급사가 아닌 도급사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불필요한 수익의 분배를 막아 원가의 현실화는 물론 중소기업 상생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급락하고 있는 REC로 인한 사업성 하락과 관련해 제안할 수 있는 솔루션은?
먼저 태양광의 운영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염해농지 태양광 사업을 위한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대 2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 개발사들 역시 발전소의 수명을 최대 20년으로 두고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를 최소 25년 혹은 30년 이상으로만 변경해도 사업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발전소 중 핵심 부품인 태양광 패널만 하더라도 제조사의 성능 보증기간이 최소 25년 이상이다. 보증기간이 25년이라는 것은 수명은 그 이상이라는 의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후에 태양광 패널을 철거해야 한다는 것은 산업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는 빠른 사업 결정이다. REC 가격의 하락은 지속적이고 불가피한 현상이다. 사업 개발 시 REC 가격의 하락과 EPC 등의 원가 하락은 함께 예상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사업 리스크를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발사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부지 확보 원가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부지의 매입이나 임대가격을 오늘 시점에서 정해야 하고,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몇 년 후에는 이미 해당 부지가격이 너무 높아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 소유주들이 하락하는 REC 단가를 고려하지 않고 더 높은 가격 조건을 제시하면서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결정이 늦어지면 사업개발사는 결국 해당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부지소유주와 사업개발사 양측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매우 높은 가격을 형성했던 임야 가격이 산지관리법 개정 후 폭락하는 과정을 봤다. 현재 형성되고 있는 염해농지, 염전 등의 가격도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태양광발전소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발전사업주에 대한 조언은?
태양광발전소 개발 준비 단계에서는 적절한 부지의 확보, 계통의 여유, 그리고 조례에 저촉 여부 등 인허가 관련 사항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 쉽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민원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문제가 없는 사업도 지역 민원 때문에 결국은 사업이 좌초될 수 있으며, 반대로 어려운 사업도 지역 주민의 지지 기반 위에 사업이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지역 주민들은 타지에서 오는 개발사들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본능이며, 생활환경의 변경에 따른 피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개발사의 개발 이익 극대화보다 개발수익을 지역주민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작은 변화와 더불어 국내 미래 에너지 생산 구조 개선으로 살기 좋은 나라를 후손에 물려줄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태양광 개발로 인해 지역 주민들 사이에 새로운 반목과 갈등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개발사들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지역 주민으로부터의 통합된 지지를 얻지 못하고 분열만 일으켜, 결국은 그 어느 개발사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최근 국내 태양광발전소 시장 변화에 대한 의견과 활성화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2019년 농지법 개정으로 본격 시행된 염해농지 태양광 사업은 아직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몇 가지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먼저, 일시사용 허가기간이 최대 20년으로 정해져 있는데 허가기간이 공사기간을 포함하고 있어 사용전검사 후 20년이라는 기간을 정한 현행 RPS 제도와 그 기간이 불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기간 및 허가 후 공사 준비기간에 따라 전체 기간이 수 개월에서 많게는 수 년까지 불일치할 수 있어 허가 기간의 종료 시점에 제도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일시사용 허가 기간이 5년 이후 3년씩 5회에 걸쳐 재연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기간의 금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의 특성상 유연성 있는 금융상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태양광 사업은 장기간 안정적인 매출과 충분히 예상 가능한 현금 흐름이 가장 큰 장점인데 사용기간의 불확실성은 사업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허가기간 종료 후 철거에 대한 이슈도 있다. 태양광 패널의 기본 수명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년 후 전력 계통 운영 환경의 변화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재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태양광에 대한 가짜뉴스는 아직도 지속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최근 산업부나 신재생에너지센터 등에서 사실을 바로잡는 보도로 적극 반응하고는 있으나,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보다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 여론을 전환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하반기 및 향후 계획 중인 프로젝트와 마케팅 전략은?
현재 개발 중인 서산, 해남/강진의 염해농지 사업 외에 대규모 태양광 사업을 위해 추가로 검토 중인 부지가 있다. UPC솔라코리아는 염해농지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는 어느 태양광 개발사보다 일찍 시작해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다. 이미 국내 여러 간척지에 대해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UPC솔라코리아는 개발사 간 경쟁보다는 협업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UPC솔라코리아는 어느 단계, 어떤 형태로의 협업에 대해서든 열려 있고 함께 솔루션을 모색할 수 있다. 대규모 사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쟁 개발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 민원, 계통, 인허가 등의 해결을 위해서는 함께 머리를 모으고 협력해 좋은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