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꺾지 못한 날개… 백신 낭보에 들썩이는 항공기산업
  • 최정훈 기자
  • 승인 2020.11.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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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및 인재 확보 노력 배가해야

[인더스트리뉴스 최정훈 기자] 화이자 백신 관련 낭보에 가장 이목이 쏠리는 산업분야는 단연 항공이다. 펜데믹 이동제한에 맥을 못 추고 주저앉았던 항공주가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이런 가운데 그간 꾸준히 기술력 확보와 품질 향상에 노력을 경주해온 우리나라 항공기 제조산업에도 두터운 관심이 모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이자 코로나 백신 효과 발표 이후 항공업체들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사진=utoimage]
화이자 코로나 백신 효과 발표 이후 항공업체들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사진=utoimage]

백신 발표에 치솟는 항공주

화이자가 코로나 백신 3상 임상에서 90% 효과를 입증했다고 11월 9일(현지시간) 공표했다. 화이자는 2개월 안전성 데이터까지 확보한 후,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허가를 신청할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도 안 된 백신 출시 소식이었건만 여객 수요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곧바로 주가에 반영돼 항공주가 일제히 솟구쳤다. 단 하루 만에 유나이티드항공(19.15%), 델타항공(17.03%), 아메리칸항공(15.18%), 사우스웨스트항공(9.7%) 등이 상승세로 전향했다. 대한항공 주가도 14.9%, 아시아나항공은 15.54% 상승했다. 

특히, 항공기 제작사에게도 상승 랠리가 미쳐 보잉 주가를 13.71% 끌어 올렸다. 이에 기체 부품사들이 대부부인 우리나라 항공기 제조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글로벌 민항기 시장에서는 미국 보잉과 프랑스 에어버스가 양분해 90% 가량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군용기 시장에는 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롭 3사가 85% 이상을 꿰찼다. 이러한 글로벌 원청 제조사들은 신형 항공기 개발 사업비 부담을 줄이고,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국제공동개발사업(RSP, Risk Sharing Program)의 일환으로 기술 신뢰도가 높은 아시아권에 2차, 3차 협력업체를 구축하는 등 아웃소싱을 확대해 왔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움직임에 편승해 기체부품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독자적으로 기술 개발도 진행해 왔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기 산업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 항공선진국 대열에 끼진 못하지만 그보다 낮은 독자 개발 가능한 수준까지는 도달했다. 

지난 2005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본사와 창원 공장을 사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항공기 중소 협력업체들이 모여 들었다. 2017년에는 경남 항공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됐다. 한창 일감이 많았던 2019년 말만 해도 야근은 물론 토요일 출근을 해야 물량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바빴다.

진주·사천을 포함한 경남도는 우리나라 항공 산업 생산액의 73%, 사업체 수 63%, 종사자 수 71% 등을 기록하며 명실공이 항공수도 역할을 도맡고 있다. 항공기 산업은 기계, 전자, IT, 소재 등 분야별 고도의 기술이 뭉쳐진 첨단산업이다. 항공기 부품 수는 자동차의 10배인 20만개 이상이며, 관련 기술들도 650여개가 넘어 자동차의 15배다. 개발·양산 기간도 타 업종에 비해 상당히 길다. 

진입 장벽도 높다.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인지라 부품·소재 자체 인증도 까다로운데다 각종 인증을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수밖에 없다. 항공기 탑재 기자재는 모두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으로부터 인증받아야 하며, 보잉, 에어버스 등에 납품하기 위해선 국가항공과 방위산업 협력업체 자격인증제조인 국제항공분야 특수공정인증(NADCAP)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현재 제조사 항공기의 날개 동체 부품 등을 쌓아 둘 공간도 없는 실정이며 운영과 고용까지 위태로워지고 있다.  [사진=하이즈항공]
하이즈항공은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항공기 생산업체와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신규물량을 납품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사진=하이즈항공]

흔들림 없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전력

여객 수요가 바닥만 치고 원청들도 맥을 못추고 있어 기체 부품 제조사들도 당분간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는 형국이다. 한화투자증권 이봉진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보잉과 에어버스의 감산으로 글로벌 항공 기체 부품 제조사인 스피릿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피릿 3분기 납품 실적이 항공기 1대 부품 정도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53%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항공기 업체들도 제조사 항공기의 날개 동체 부품 등의 재고만 비축하고 있을 뿐, 붙잡고 하소연 할 곳도 없이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항공기 산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에 몰두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남의 중소 항공업체 대다수가 후방동체, 날개구조물, 개폐문, 좌석 등 기체 구조단품 제작 위주의 생산과 연료공급장비, 착률 및 구동장치 등 항공기 계통 부품만 제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채비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이 있어 주목된다. 하이즈항공은 1999년부터 현대우주항공의 1차 협력사로서 보잉의 여객기 주익 개발 및 생산에 참여하면서 부품 제작 및 소조립, 중조립을 거쳐 최동 조립에 이르기까지 항공기 주익 생산 전 공정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했다. 특히, KAI 도움 없이도 외국 제조사와 수주계약을 체결하며, 코스닥 상장까지 일궈낸 민간 항공기업체로 명성이 자자하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항공기 제작사와 우호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신규물량을 수주해 납품하고 있다. 

하이즈항공은 20여년 동안 축적한 복합재 관련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10월 26일 수소저장탱크 시제품 개발을 성공했다. [사진=하이즈항공]
하이즈항공은 20여년 동안 축적한 복합재 관련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10월 수소저장탱크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하이즈항공]

최근 하이즈항공은 20여년 동안 축적한 복합재 관련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저장탱크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무게 효율 측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뛰어난 것이 강점이다. 수소저장탱크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구성품으로 무인항공기, 방산 등을 비롯해 자동차, 선박 분야에도 적용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하이즈항공 하상헌 대표는 “수소저장탱크 개발은 복합재 항공기 기체 제조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중단 없는 연구개발로 추격형이 아닌 선도형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이즈항공은 작금의 코로나 위기를 선진화 시스템 도입을 위한 기회로 삼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특히, 인재 영입에 통크게 투자하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이즈항공은 11월 1일부로 장인혁(Ian Chang) 전 보잉그룹 본사 부사장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장인혁 부회장은 보잉 본사에서 엔지니어 책임자로 근무 후 2000년대 초부터 중국시장 총괄 책임을 맡아 왔으며 BTC보잉 천진, ACM 보잉 말레이시아, 보잉 상하이 MRO 센터 등 회장을 겸임한 입지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보잉그룹에서 30여년 쌓은 노하우가 하이즈항공이 항공기체 제조사의 메이져 tier1으로 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업체들 중 선박과 항공기를 결합한 위그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바다의 보잉’을 목표로 전력하고 있는 강소업체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31일 한국선급(KR)은 아론비행선박산업의 8인승 위그선 ‘M80’ 기종에 대해 해양수산부의 수면비행안전검사기준에 적합하게 건조됐음을 인증하는 건조승인(Approval for Construction)을 부여했다. 해양수산부 추산 시장규모가 34조원대로 전망되는 ‘하늘을 나는 배’ 위그선은 선박과 항공기의 장점을 결합한 미래 이동수단으로 꼽힌다. M80 기종은 바다 위 최고 150m 높이에서 비행 가능하며 최대 속력은 250km로 고속선보다 4배 가량 빠르다. 한번 뜨면 최대 600km를 이동하는 놀라운 성능을 자랑한다. 

해사안전법, 선박법, 수상레저안전법, 해운법 등 각종 국내법에 수면비행선박을 명시해 제도적 공백을 최소화한 아론비행선박산업은 세계 1위의 위그선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전 세계 규격을 표준화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아론비행선박산업은 세계 최초로 위그선 전문 교육기관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필기시험에 합격한 해기사 6급을 소지한 예비 조종사를 대상으로 아론비행선박산업 소속 육해공 조종사 출신 3명의 교관이 새만금에서 실습교육(95시간)을 진행하는 커리큘럼이다.

아론비행선박 위그선 [사진=아론비행선박]
아론비행선박 위그선 [사진=아론비행선박]

강소업체 비호해야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삼고 글로벌 항공기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될성부른 강소업체들에 대해 민관이 합심해 지원사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항공기 산업은 짧은 시간에 신흥강자로 부상하며, 민항기 부품에서 완제기 및 군항기까지 제작할 수 있게 됐다. 한국형 전투기 생산과 기술을 지속 축적하면 민항기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항공기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여러모로 성장이 제한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높은 성장세가 기대되는 산업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특히, 아마존의 드론 배송 및 우버의 에어택시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두되는 에어 모빌리티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더이상 항공기 산업을 도외시할 수 없는 국면에 왔다. 에어 모빌리티 수단들도 항공기 제작 분야에서 동떨어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IT, 모바일 등이 가세되면 에어 모빌리티의 핵심인 UAM 시장 선두 위치에 자리매김하는 일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한국무역협회의 ‘5대 신산업 수출경쟁력 국제비교 및 국민경제기여 효과’ 자료에 따르면 항공·드론 경쟁력은 여전히 낮지만 지난 10년간 비교우위 경쟁력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교역 성장의 둔화로 인해 총수출의 경제성장 기여가 낮아진 상황에서도, 항공·드론을 포함한 5대 신산업이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은 기술의 고도화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가적인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과감하게 신산업 관련 연구 및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우리나라도 수출산업의 성장 동력 약화에 따른 어려움 속에서 4차 산업혁명과 연관성이 큰 첨단 신산업에서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날개를 달아줘야 할 우리나라 항공기 제조산업에 두터운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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