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LG화학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세상에 없던 ESG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플라스틱 생산,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까지 망라하는 ESG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LG화학은 국내 혁신 스타트업인 이너보틀과(Innerbottle)과 손잡고,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가 완벽하게 재활용되는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Plastic Eco-Platform)’을 구축한다고 3월 23일 밝혔다.
이너보틀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혁신 스타트업으로, 50여건에 달하는 국내 및 해외에 등록된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기업이다. 2019년에는 혁신적인 기능과 제품 디자인을 인정받아 아시아개발은행(ADB) ‘올해의 스타트업’ 선정 및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양사가 구축하는 에코 플랫폼은 ‘소재(LG화학)→제품(이너보틀)→수거(물류업체)→리사이클(LG화학·이너보틀)’로 이어지는 구조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사용된 이너보틀의 용기만을 회수하는 전용 물류 시스템을 통해 수거한 뒤, 다시 LG화학과 이너보틀이 원료 형태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LG화학의 플라스틱 소재만으로 단일화된 용기를 전용 시스템을 통해 수거하고 재활용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자원을 빠르고 완벽하게 100% 재사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이너보틀이 용기 제조에 사용할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양사가 공동으로 용기의 생산부터 수거까지 이동 경로를 정교하게 추적할 수 있는 유통망 및 물류 회수 시스템도 만들 예정이다.
화장품 분야부터 시작, 향후 식품·의약품 등 적용 영역 확대
양사는 올해 하반기 이너보틀이 생산 중인 화장품 용기부터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고, 이후 식품·의약품 용기 분야 등으로 적용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너보틀은 투명한 플라스틱 병 안에 풍선 모양의 ‘실리콘 파우치’를 넣은 화장품 용기를 제작하고 있는데, 내부의 실리콘 파우치에만 내용물이 담기기 때문에 외부 플라스틱 용기를 별도의 세척 과정 없이 바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실리콘 파우치의 탄성으로 인해 내용물 또한 잔량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으로 각광받으며, 글로벌 명품 화장품 업체로부터 공급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장품 용기는 용액의 변질을 막기 위해 대부분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플라스틱(OTHER)’이 사용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소재도 용기 안에 남아있는 내용물 때문에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
LG화학은 이너보틀에 OTHER를 대체할 PCR(Post Consumer Recycle) ABS(고부가합성수지)·EP(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를 제공하는 것과 함께 향후 이너보틀의 실리콘 파우치를 LG화학의 NB라텍스(Nitrile Butadiene Latex)로 대체하는 공동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NB라텍스는 실리콘 파우치 보다 탄성이 높고 산소차단율도 5배 이상 좋아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내용물의 변질을 막는데도 유리하다.
LG화학은 에코 플랫폼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전 산업 영역으로 확대되면 △별도의 폐기, 분류, 세척 등의 절차 생략에 따른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 비용 절감, △재활용 원료 사용에 따른 화석 원료 사용량의 획기적 감축 △대규모 탄소 감축 효과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전세계에서 150억병의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가 버려지고 있는데, 이중 약 10%인 15억병만 에코 플랫폼을 통해 재활용해도 연간 약 7만5,000t의 이산화탄소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1,14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다.
LG화학 석유화학 글로벌사업추진총괄 허성우 부사장은 “글로벌 메가 트렌드인 ESG 분야의 시장 기회를 선점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세계 최초의 플라스틱 자원 순환 생태계를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환경과 공존하는 친환경 석유화학 사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