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에너지산업이 국가 경제를 흔드는 시대. 4차 산업혁명 발발 이후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는 에너지산업을 국가 경제를 이끌 제1산업으로 부상시켰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최근의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 등으로 인한 유가변동은 국가별 에너지 자립체계 구축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글로벌 공동 목표뿐만 아니라 기존의 화석연료 체계가 안정성을 잃어가면서 신재생에너지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기존 에너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거세다.
천연가스 가격 폭등에 에너지 가격 상승 전망
유럽 북단에 위치한 스칸디나비아 반도 내 국가들은 지리적 위치상 추운 날씨로 인해 겨울철 에너지 소비가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덴마크의 경우, 최근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녹색에너지 확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가스저장 용량은 석탄이나 석유보다 적기 때문에 가격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클 뿐만 아니라, 최근 독일과 러시아간 가스관 문제로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이는 산업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50%를 가스와 전기에 의존하고 있는 덴마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다.
이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덴마크 산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 즉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덴마크는 주택난방을 위해 사용되는 가스가격이 2021년 1월 대비 2021년 12월에 한때 최고 8배까지 상승한 바 있으며, 2022년 1월에도 여전히 6배 수준인 12DKK/m3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트라(KOTRA) 덴마크 코펜하겐 홍두영 무역관은 “코로나 사태 직전 오랫동안 전기가격은 최저치를 기록 중에 있었다”며,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기록하면서 산업계와 일반 소비자가 느끼는 에너지 가격 상승 부담은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코로나 이후 물가상승, 난방 등을 위한 천연가스 소비 증가와 함께 러시아의 서유럽에 대한 가스공급 거절도 가스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평균보다 부족한 강수량으로 인해 전력생산에 사용되는 북유럽 저수지의 담수량이 부족해졌다. 수력발전에 의한 전력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또한, 덴마크의 주요 에너지원인 풍력의 경우에도 평소보다 바람세기가 약하면서 에너지 생산량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풍력발전 등 그린에너지 비중이 높은 덴마크이지만, 여전히 가스와 석탄발전소의 전력생산 가격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 추이와 전기요금 상승 추이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풍력에너지 통한 에너지 외부 의존도 감소 추진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첫 발생 이후 빠르게 전세계로 확산되며,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오미크론 등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여전히 전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지만, 세계 경제는 초기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한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과 함께 전기, 석탄, 석유, 가스 등의 소비도 점차 정상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에너지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탄소중립 달성을 가속화하고 있는 유럽연합 소속 국가 내 대규모 탄소 배출기업들은 EU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통해 탄소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허용량을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탄소배출권은 중공업 기업들과 전기 생산업체들도 피해갈 수 없다.
유럽의 탄소배출 가격은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 중이다. EU는 소위 ‘시장안정준비금(Market Stability Reserve)을’ 통해 초과 쿼터를 없애면서 쿼터 가격이 59.5DKK/t에서 595DKK/t으로 10배가 상승했다.
덴마크 최대 은행인 ‘Danske Bank’는 2022년은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덴마크 국민의 60%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가계예산을 감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덴마크 정부는 두 자녀를 둔 가족의 경우 난방비가 한 달에 3,400DKK (약 US$ 53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홍 무역관은 “덴마크에서는 에너지 비용의 약 50%가 세금인데, 이는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로 인해 에너지 가격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극우 정당은 에너지부 장관에게 에너지 세금인하를 요청했고, 반대편 정당에서도 세금인하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덴마크 국민들은 겨울이 지나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 극심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바, 그린에너지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덴마크 재생에너지 시장의 확대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풍력발전의 성장세를 기대하게 한다.
홍 무역관은 “덴마크는 에너지 녹색전환을 통해 에너지 공급의 통제력과 자체 공급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풍력에너지 선도국가인 덴마크는 풍력을 통한 에너지 생산과 과잉 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해 활용하는 계획이 완성된다면, 에너지 외부 요인 의존도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