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거대한 큐브 상자 속, 작은 큐브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큐브들 위로는 자율주행로봇이 계속 움직이며 상자를 이동시킨다. 사용자는 거대 큐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포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선택하면 된다. 어느 새 포트에 도착한 작은 상자에는 지시했던 물품이 담겨 있다. 간단하지만 상상만 해왔던 물류관리가 어느 새 현실이 됐다.
물류를 위한 공간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노르웨이 기업 ‘오토스토어(AutoStore)’(한국지사 대표 김경수)가 물류자동화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큐브형 창고 자동화 시스템’을 발명한 오토스토어는 지난 1996년 노르웨이에 설립됐다. 심플하면서도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3조원 가량의 투자 유치와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하나의 표준 시스템만으로 현재 전세계 40여개국에서 다양한 산업 900여 현장에 도입돼 38,000여대의 로봇들이 가동되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 2020년 지사를 설립하고 본격 진출했다. 당시 오토스토어 아태지역 스벤 오게 호텔란트 영업이사는 “오토스토어는 한국내 성장전망을 높게 판단하고 있다”면서,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한국지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허공’도 저장공간
오토스토어의 ‘큐브형 창고 자동화 시스템’은 심플하다. 시스템은 상품을 적재하는 △빈, 로봇주행 트랙과 지지구조물인 △그리드, 빈을 이동시키는 △로봇, 입출고 작업을 진행하는 △포트,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컨트롤러로 구성된다. 오토스토어 최준갑 사업개발부장은 “오토스토어는 전체 그리드 크기에 상관없이 다섯 가지 표준화된 모듈을 통해 전체 시스템을 구성한다”면서, “모듈의 숫자만 변경될 뿐 구성은 간단하다”고 밝혔다. 10평짜리든 수십만평이든 구성요소는 동일하다는 뜻이다.
특히 핵심 하드웨어를 구성하는 빈이 사각형으로 심플해, 어떠한 모양의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허공까지 촘촘하게 채워진다. 최준갑 부장은 “벽에 붙여서도, 짜투리 공간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사실 제조공장은 공간자체가 여유롭지 않고, 굉장히 타이트하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남는 공간을 100% 활용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공간구성의 심플함은 초고밀도 저장공간을 만든다. 특히 기존 ‘팔레트’ 선반 방식과 비교했을 때, 장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기존 방식에서 빈공간일 수밖에 없는 선반 위 공간까지 활용되면서, 물류면적 활용이 극대화되는 것. 최 부장은 “큐브 스토리지는 통로와 허공을 제거해 약 75%의 물류면적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기존 1/4 면적에 동일한 물량을 저장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24시간 최적화 상태, 작업효율 최대 10배 높아
큐브 최상단에서 로봇은 24시간 큐브 스토리지를 최적화한다. 모든 로봇이 모든 구역을 함께 최적화된 동선으로 이동해 작업한다. 입출하 속도도 로봇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증감이 가능하다. 당연히 사람을 대신하므로 인건비가 절약되며, 로봇이 상품을 직접 작업자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작업 효율이 10배 가량 높다.
여전히 제조업에서 자재 창고 관리업무는 상당한 숙련도가 요구되는 게 현실이다. 일반인은 라벨로 표준화한다 해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자동화 창고는 직면한 현실적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최준갑 부장은 “오토스토어는 저장효율과 작업효율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면서, “자동화 창고 기술 중에는 가장 안정적이고, 편하게 구성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장은 “물건이 작업자에게 자동으로 오다보니 작업자의 숙련도가 높지 않아도 되며, 낙상 등 창고에서 많이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오토스토어의 시스템은 창고를 24시간 최적화 상태로 유지한다. 생산계획을 미리 잡는 제조업의 경우를 예로 들면, 출고작업에 앞서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로봇들이 필요자재가 든 빈들을 상부에 미리 준비해 놓는 식이다.
레고 블록처럼 늘리는 ‘성장형 물류창고’
간단한 시스템 구성과 기술적 완성도는 기존 물류창고에서는 어려웠던 것들을 쉽게 가능하게 한다. 창고의 확장이 간편하다. 최준갑 부장은 “오토스토어의 시스템은 레고 블록처럼 표준화가 돼 있어, 옆으로 붙여나가는 형태로 손쉽게 확장이 가능하다”면서, “일단 현재 필요한 만큼만 구축하고, 늘려나가는 형태로 ‘성장형 물류창고’ 도입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리드를 추가하는 형태로 물류창고를 늘려갈 수 있고, 만약 처리속도를 올리고 싶다면 로봇과 포트를 추가하는 식으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
공간 등 제약에서 자유롭고, 간편한 오토스토어의 ‘큐브형 창고 자동화 시스템’은 실제 산업분야를 가리지 않고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일단 다품종·소량을 특징으로 하는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이 시작된 모습이다.
최준갑 부장은 “국내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을 시작으로, 이제 제조업 등에서도 본격적으로 도입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철강, 자동차, 항공 등 많은 부품과 스페어 파트 등 재고관리가 필수인 분야에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