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태양광시장에서 한화솔루션 점유율 향상 이끌 전초기지 역할 전망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전체 면적만 19만㎡. 5만7,000평에 이르며, 축구장 26개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셀 4.5GW, 모듈 1.6GW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연간 620만명이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다.
자타공인 국내 태양광산업의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 진천공장은 지난 2016년 준공 이후 현재까지 한화큐셀이 글로벌 태양광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화솔루션은 이러한 진천공장을 기반으로 제2의 도약에 나선다. 고효율 셀의 연구개발(R&D)과 생산능력을 강화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 기술 리더십을 강화한다. 10년 이상 태양광 셀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확보한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제품을 생산, 글로벌 톱-티어(Top-tier)로서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시작은 2023년 기존 퍼크(PERC)셀 보다 1%P(포인트) 이상 효율을 향상시킨 탑콘(TOPCon)셀 상용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셀 2026년 6월 양산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12일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에 위치한 진천공장에서 국내외 태양광 산업의 흐름과 기술현황, 한화솔루션의 태양광사업 추진방향을 소개하는 미디어설명회를 개최하며, 이같은 ‘기술 로드맵’을 밝혔다.
타사 대비 효율 높인 탑콘셀, 2023년 4월 상업 생산 계획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퍼크셀은 후면에 반사막을 삽입해 빛을 반사시켜 발전효율을 높인 제품으로, 평균 효율은 약 23%에 이른다. 이러한 퍼크 기술은 지난 몇 년간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트렌드를 이끌어왔다.
기업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에 몰두해왔고, 퍼크 기술은 재료비, 운송비, 토지비 등을 고려한 효율성 향상의 이론적 한계인 24%에 근접한 상황이다. 그러나 고효율, 고출력이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시장은 더욱 높은 수준의 발전효율을 요구하고 있고, 기업들은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24% 이상의 발전효율을 제공하는 탑콘, 헤테로정션 등의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양병기 개발팀장은 “탑콘셀은 기존 퍼크셀 대비 2~3% 발전효율을 높임으로서 원가(~1/Wp) 10% 절감 효과를 제공하는 제품”이라며, “현재 시양산 제품의 효율은 24.3%, 내년 양산 계획 중인 제품의 효율은 24.85%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기업 등 이미 탑콘셀을 상용화한 기업들도 있다”며, “경쟁사 대비 양산시기는 늦었지만,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태양광시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 규모를 키워감에 따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한화큐셀은 이러한 시장에서 확실한 기술적 우위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타사 대비 높은 효율뿐만 아니라 태양전지에 은도금(Silver paste)시 실버 사용량을 경쟁사 대비 줄여 셀 재료비도 낮췄다.
한화큐셀은 내년 상반기 양산 예정인 탑콘셀을 활용해 연간 20~30%의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약 1조7,000억원인 진천공장의 태양광 수출액이 내년에는 2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탠덤셀, 2026년 6월 양산 목표… “기술 격차 통한 글로벌 선도기업 목표”
한화큐셀의 또 다른 기술 우위 확보 전략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셀’이다. 학계는 퍼크, 탑콘 등 기존의 실리콘 기반 셀은 이론적 발전효율 한계를 최대 29%로 보고 있다. 이에 태양광 업계에서는 차세대 태양광 시장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완전한 페로브스카이트셀의 중간단계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기반의 탠덤셀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탠덤셀은 우리나라가 선두에 위치한 기술이다. 업계에서도 중국기업들이 주도하는 태양광시장의 흐름을 바꾸기 위한 시도로 탠덤셀을 주목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이러한 탠덤셀 분야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화큐셀은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도 2026년 6월 양산을 목표로 R&D를 진행하고 있다. 탠덤셀은 상부 셀과 하부 셀을 연결해, 상부 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등 단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하부셀에서는 실리콘이 적외선 등 장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위아래 층에서 서로 다른 영역대의 빛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탠덤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은 44% 수준으로, 한화큐셀은 지난 3월에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HZB, Helmholtz-Zentrum Berlin)와 협력해 최대 28.7% 효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40% 이상의 효율까지 기술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양병기 개발팀장은 “기존 셀 대비 최대 2배 이상의 발전효율을 가진 탠덤셀 연구개발에 집중해 미래 태양광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통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관리 실현하는 진천공장, 스마트팩토리로 장기 신뢰성 확보
고효율 셀 연구개발(R&D)과 생산능력 강화의 선봉장 역할은 한화큐셀 진천공장이 맡는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11월부터 연 300MW 용량의 탑콘셀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며, 이미 지난 5월에는 총 1,800억원을 투자해 한국공장의 셀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4.5GW에서 5.4GW로 확대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중 1,300억원이 탑콘 셀 양산을 위한 라인 전환과 설비 도입에 사용되며, 연간 3.9GW의 퍼크셀과 1.5GW의 탑콘셀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한화큐셀 최경덕 운영팀장은 “탑콘셀 제조공정은 기존 퍼크셀 제조공정과 호환성이 높아 이미 대규모 퍼크셀 제조라인을 보유한 진천공장에서 제조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라며, “내년 상반기 양산 예정인 탑콘 셀을 활용해 연간 20~30%의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은 이러한 진천공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태양광 셀의 소재인 웨이퍼 입고부터 모듈 출하까지 전 공정을 자동화시킨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이미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품질 검사 기준보다 최대 3배 혹독한 기준으로 품질관리를 진행하고 있는 한화큐셀이지만, 더욱 엄격한 품질관리로 장기적 신뢰성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해 공장 내 물류 이동과 작업환경 제어, 불량관리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여기에 생산하는 셀 전면에 레이저 식별마크를 새겨 품질 데이터를 관리하고 불량률 낮추는 트라큐(TRA-Q) 시스템을 접목시켰다.
길이 300m에 달하는 진천2공장 셀 생산라인에서는 수천 대의 장비들과 수백 대 로봇이 곳곳에 배치돼 자동으로 셀을 제조한다. 폴리실리콘으로 구성된 웨이퍼에 태양광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표면 특수처리와 반사막 형성 공정을 거쳐 표면에 전기가 흐를 수 있는 회로를 만들면 태양광 셀이 생산된다. 이 곳에서 생산된 태양광 셀은 미국, 독일, 말레이시아, 중국 등 큐셀 공장이 소재한 국가들로 옮겨져 유리와 백시트, EVA 등 여러 자재를 결합하는 모듈 공정을 통해 태양광 모듈로 제조된다.
엄격한 품질관리에 한화큐셀의 독자 IP 기술이 접목된 퍼크셀 제조기술은 여전히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화큐셀은 지난해 셀 사이 간격을 없애 같은 면적의 모듈이 더욱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하는 제로갭(zero-gap) 기술을 접목시킨 고출력 모듈 ‘큐피크 듀오 G11’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진천공장에서 탑콘셀, 탠덤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기술력을 보유한 제품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를 통해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생산한 탑콘셀이 적용된 고효율 모듈로 미국의 주거 및 상업용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의 미국 내 재생에너지 시장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산업 진흥 정책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가 통과되면서 기반은 마련됐다. 미국 조지아공장이 현재 1.7GW에서 2023년 하반기에 3.1GW의 모듈 생산량을 확보하게 되는 한화큐셀 입장에선 IRA 수혜에 따라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