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된 이차전지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기존의 리튬이온전지 대비 화재·폭발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손꼽힌다.
최근 전고체전지 분야 소재 연구는 액체 전해질과 비슷한 수준의 이온전도성(이온전도도 10mS/cm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소재 결정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소재 혼합 혹은 반응 이후 500°C 이상의 고온에서 최대 수일에 걸친 결정화 공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공정비용이 높아지고, 기계적 탄성 감소로 인한 전지 계면 접촉 문제를 갖고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 에너지소재연구센터 김형철 박사 연구팀은 슈퍼 이온전도성과 높은 탄성변형성을 가진 고체전해질을 상온·상압 원팟(One-pot) 공정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성과는 전고체전지 소재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탄성변형력을 제고해 고질적 계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상온·상압 조건에서 고탄성·고이온 전도성 고체전해질 소재를 합성하기 위해 황화물 아지로다이트(Argyrodite) 소재의 결정학적 특징에 주목했다. 이론적으로는 아지로다이트 결정 내 4a 및 4c 자리의 할로겐 치환율을 최대로 높인 상태에서 이온전도성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열역학적 불안정성으로 소재가 실용적으로 합성된 사례가 없었다.
또한 일반적인 슈퍼 이온전도성 아지로다이트 결정질 소재는 500°C 이상의 고온 열처리를 거쳐야하므로 할로겐 치환율을 극대화할 수 없었으며, 높아진 결정성만큼 탄성변형성은 낮아져 전지 성능의 빠른 열화를 가져왔다. 반대로 고온 열처리를 하지 않으면 유리질처럼 낮은 탄성계수 확보는 가능하지만, 이온전도도는 3mS/cm 내외에 머물러 고체전해질로의 가치가 낮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결정질과 유리질 각각의 장점을 취하고,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한 할로겐 완전 치환형 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 즉 아지로다이트의 결정화 온도를 낮추는 조성 제어법과 낮아진 결정화 온도에 적합한 2단 기계화학적 밀링(Milling) 신공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온 열처리 공정 없이 약 13.23mS/cm의 슈퍼 이온전도도를 가지는 할로겐 완전 치환형(약 90.67% 치환률) 아지로다이트 합성에 성공했다. 합성된 소재는 보고된 슈퍼 이온전도성 고체전해질 가운데 가장 낮은 약 12.51GPa의 탄성계수를 동시에 갖기 때문에 전고체전지 계면성능 향상에도 유리하다. 또한 상온·상압 원팟 신공정은 전체 15시간 이내에 공정이 완료돼 슈퍼 이온전도성을 확보한 고체전해질 가운데 생산성이 가장 높다. 이는 슈퍼 이온전도성 고체전해질을 합성하는 기존 공정 대비 약 2~6배가량 향상된 소재 생산성으로 독보적 성과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KIST 김형철 박사는 “상온·상압 신공정으로 고탄성·고이온전도성 고체 전해질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개발된 신소재는 고온 열처리 공정을 없애 소재 생산성이 극대화됐고, 전고전지 전극 계면 문제 해결에 적합한 고탄성·고이온전도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에 적합한 전고체전지 상업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기부가 지원한 KIST 주요사업 및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산업부가 지원한 리튬기반 차세대 이차전지 성능고도화 및 제조기술 개발사업 등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기능성 재료 분야 저널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KIST 에너지소재연구센터 김형철 박사 연구팀 연구진 1문 1답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모바일 기기에서 전기차 혹은 ESS로 배터리의 응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액체전해질에 버금가는 황화물 기반 고체전해질 소재들이 보고돼왔다. 하지만 기존 보고된 황화물 기반 결정질 소재는 높은 이온전도성에 초점이 맞춰져 기계적 특성에 대한 측면들이 간과돼왔다.
높은 탄성계수를 지닌 전해질은 전극과 전해질의 계면과 복합양극의 기계적 열화를 초래하며 셀 성능과 수명 특성의 열화를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이온전도성을 향상하기 위해 사용되는 장기 고온 소성 공정은 공정의 복잡성과 생산성 저해를 초래한다. 이에 따라 전고체전지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소재의 이온전도성뿐만 아니라 기계적 물성 특성 향상 및 상온 쾌속 공정 개발이 필수적이다.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고탄성·고이온전도성 원천소재는 전고체전지 양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운전 환경이 제어가 어려운 전기차나 ESS용 이차전지는 액체전해질 기반 소재 구성에서는 높은 화재 위험성으로 빈번한 화재가 보고되고 있어 실사용 측면에서 많은 한계가 있다. 이에 고체전해질을 기반으로 한 전고체전지는 배터리의 다양한 운전 환경에서의 화재 위험성을 현저히 낮추며 높은 에너지 밀도와 리튬 메탈 활용성을 증대해 혁신적인 차세대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될 것이다.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양산성이 우수한 슈퍼 이온전도성 신소재의 경우, 이온전도도 측정 및 전기화학적 안정성 평가 등 다양한 고체전해질의 기본 물성 평가는 물론 전고체전지 구성과 구동에 대한 기본적 셀 평가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실제 이차전지 제품으로서 방전 용량과 내구성을 고려한 최적의 전고체전지 구성을 위해서는 전극 소재와의 매칭 특성 및 캐스팅형 대면적 전극 제조 공정 적용 등과 같은 전지 공정 최적화와 같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