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한국무역협회(KITA)는 지난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간, 정만기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을 미국 워싱턴 D.C.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사절단에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박태성 부회장, 한국철강협회 변영만 부회장,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김민석 부회장,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서정란 상무 등 주요 업종별 단체 관계자가 동행했다.
사절단은 16일(현지시각) 워싱턴 D.C. 현지에서 미국 싱크탱크인 윌슨센터(Wilson Center) 및 워싱턴 주재 한국 기업인과 간담회를 가졌다. 윌슨센터는 1968년 미국의 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을 추모하기 위해 의회 법령에 의해 설립된 공공-민간 파트너십 연구소로 전 세계 싱크탱크 순위 10위로 평가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오전 개최된 기업 간담회에는 LG, 포스코, 현대제철, 한국항공우주 등 워싱턴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기업인 10여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미국 대선 결과를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는 강화될 것”이라 전망하며, “다만 공화당 집권 시에는 관세 정책 위주로, 민주당 집권 시에는 보조금 정책을 위주로 미국 우선주의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또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등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단행했거나 향후 투자 계획이 있는 산업과 관련해 “설령 트럼프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 등 IRA 관련 산업의 성장 기조는 속도는 다르겠으나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인들은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산업 등 미국 내 우리 기업의 주요 투자 지역은 주로 공화당 의원들이 당선된 지역으로 해당 지역 의원들의 의견 반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11월에는 대통령 선거뿐만 아니라 상·하원의원 선거도 동시에 진행되는데, 양원 모두 공화당이 절반 이상 당선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예측이 있어 대선 이후 IRA 등 주요 법안의 개정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어 “미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신속 성장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정치적 변수가 아니라 시장 요인”이라며, “전기차의 경우 초기 단계를 넘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내 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면서 운전자 불편이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 전기차 충전 방식 통일 등 충전 편의성 확대를 위해 미국이 노력하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며, “해당 분야의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는 장기적 안목에서 당초 계획대로 지속 추진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사절단은 16일 윌슨센터와 간담회를 갖고 美 대선에 따른 통상·산업 정책 변화 전망 및 업계 영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는 윌슨센터 던칸 우드(Duncan Wood) 부원장 겸 수석고문, 시호코 고토(Shihoko Goto) 아시아·인도태평양 국장, 카일라 올타(Kayla Orta) 수석연구원 등 6명이 참석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미국 대선 이후의 상황에 대해 한국 기업은 대미 투자나 양국 간 무역 향방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 시 미국의 탄소 중립 정책이나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디에고 팔로모(Diego Palomo) 연구원 등 참석자들은 “전기차나 배터리 산업은 중국이 기술 측면에서 매우 앞서가고 있어 중국 견제 차원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 혁신과 산업 추격이 가속화될 필요가 있다”며, “연말 대선 결과를 현재로서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설령 트럼프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탄소 중립 기조나 전기차·배터리 산업 육성 정책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던컨 우드(Duncan Wood) 부원장 겸 수석고문은 “바이든 정부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인디애나, 테네시 주 등 주요 지역은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으로 이들 의원들의 영향으로 IRA 등 주요 법안의 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재집권 시 친환경·탄소 중립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지는 않겠지만 이미 엑손(Exxon) 등 민간 기업이나 지방 정부가 탈탄소화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탄소중립 전략이나 정책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어 미국 전체로는 탄소중립이나 전기차 등 신산업이 지속 성장해갈 것”이라며, “특히 배터리나 전기차 등에 대한 미국 내 수요는 큰 변화 없이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윌슨센터 연구원들은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첨단산업 위주로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으나 미국 시민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며, “한국이 대규모 투자로 첨단산업 발전이나 고용 창출 등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미국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철강협회 변영만 부회장은 “철강 산업에서 자국 우선주의나 보호무역주의가 우선되는 경우 자유 시장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김민석 부회장의 트럼프 집권 시 주한 미군 철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시호코 고토(Shihoko Goto) 연구원 등은 “트럼프는 주한 미군 철군뿐만 아니라 나토(NATO) 탈퇴도 자주 언급하고 있다”며, “주한 미군 철군 언급은 실제 의도는 없는 일종의 레토릭(Rhetoric)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미국 대선 결과는 불확실하나 비록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탄소 중립이나 전기차·배터리 등 산업 육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대미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해 가되 미국 대선에 따른 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속도를 조절해 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차원에서 한국무역협회는 향후 윌슨센터와 한미 주요 경제 이슈 관련 공동 연구, 세미나·포럼 개최 등을 통해 업계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지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