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지학회 김동욱 회장, “이차전지 발전 위한 정보·기술·인력 협력의 장 만들 것”
  • 최종윤 기자
  • 승인 2024.03.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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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기술의 발전 및 산업적 응용 위해 협력 연구 구조 확립

[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확대돼온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23년 이차전지 수출액은 98억3,000만 달러로 전년 보다 1,6% 줄어들었다.

국내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한국전지학회 김동욱 회장은 “어떤 산업이든 급증세는 한없이 지속되기 어렵다”면서, “이차전지 산업의 내실을 다질 좋은 기회로 삼아 산업계는 시장의 요구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연구계에서는 혁신적인 소재 및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연간 이차전지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15년 이후 8년만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 해외생산 거점 본격 가동, 중국업체들과의 경쟁 격화 등 복합적인 원인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지학회 김동욱 회장은 “어떤 산업이든 급증세는 한없이 지속되기 어렵다”면서, “이차전지 산업의 내실을 다질 좋은 기회로 삼아 산업계는 시장의 요구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연구계에서는 혁신적인 소재 및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끊임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차전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 김 회장은 “전지는 소재 배합, 조립 및 공정 제어, 분석 및 평가 등 다양한 기술이 총체적으로 융합돼 있는 분야”라며, “기술의 발전 및 산업적 응용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이 협력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학회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한국전지학회를 통해 산업의 발전 방향 및 기술 발전의 심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보와 기술의 교류, 인적 협력의 장이 되도록 만들겠다”면서, “우리나라가 전지 기술 및 산업의 글로벌 선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지학회(Korea Battery Society)는 2001년 9월에 창립돼 올해 23주년을 맞았다. 산학연 연구자들이 모여 전지 기술의 연구, 개발, 응용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공유하며 산학연 연계를 통한 연구 지원과 협력의 창구가 되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2024년 김동욱 회장이 취임했다.

한국화학연구원 에너지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인 김동욱 회장은 △리튬이온전지 소재 및 소자 응용 기술 △고분자 전해질 소재 및 전고체 전지 응용기술 △기능성 고분자 소재 합성 및 응용기술 등 분야의 석학이다. 최근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를 비롯해 신소재 및 신기술 개발이 중요한 상황 속에 학회장으로 적임자라는 평가다. 김동욱 회장을 만나 이차전지 분야 기술개발 동향과 전망, 그리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선사항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국내외 이차전지 시장 확대와 산업 성장에 대한 의견은?

리튬이차전지와 같은 고성능 이차전지는 스마트폰, 노트북, 무선 청소기 등 무선 전자기기의 확산, 전기 자동차, 전기 버스, 전기 트럭 등과 같은 친환경차의 시장 확대, 대형 건물 비상 전원 시스템 및 신재생발전과 연계된 고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의 제도적 보급 정책 등에 힘입어 관련 산업 규모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특히 2017년 100만대를 넘어선 지 불과 5년 만에 10배 가량 증가한 전기차는 이차전지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다만 이러한 급증세는 한없이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급격한 성장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지 산업의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지나친 성장에 부풀렸던 근거 없는 기대감을 가라앉히고 냉정한 시각으로 시장의 요구를 면밀하게 다시 검토해야 한다. 양적 성장에 치우쳐 소홀했던 기술력을 보강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준비해 또 다른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한국전지학회장 취임에 대한 간단한 소감과 그간 이차전지 산업 분야에서의 활동 내용은?

흔히 배터리라고 불리는 이차전지는 관련 기술 동향 및 산업 현황이 거의 매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인지도가 매우 높다. 또한 반도체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성장동력 산업이면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분야다. 전지 기술의 발전 및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술 교류 및 협력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전지학회 회장으로서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연구자로서 지금까지 고성능 리튬 이차전지의 용량 증대 및 안전성 향상을 위한 학문적 탐구 및 산업적 응용 연구를 진행해 왔다. 다양한 정부과제 및 민간수탁과제를 수행하면서 전지 기술의 발전 및 산업적 응용을 위해 협력 연구가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절실하게 체험했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한국전지학회가 산업체, 대학, 연구소 간의 활발한 기술 교류를 이루는 협력의 장이 되도록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전지 산업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전지학회 김동욱 회장은 “전지 기술의 발전 및 산업적 응용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력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한국전지학회를 통해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산업체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학문적 기술 발전의 심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보와 기술의 교류, 인적 협력의 장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전지학회]

한국전지학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계획인지?

이차전지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 기술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원료물질로부터 전구체를 거쳐 활물질의 제조까지 이르는 정제 및 합성 기술, 다양한 소재의 선별 및 배합 기술, 슬러리부터 전극판 제조에 이르는 코팅 기술, 양극판·분리막·음극판 등 부품들의 조립 및 공정 제어 기술, 제조된 전지의 분석 및 평가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총체적으로 융합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지 기술의 발전 및 산업적 응용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협력 연구가 필수적인 이유다. 한국전지학회가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이끌겠다. 한국전지학회를 통해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산업체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학문적 기술 발전의 심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보와 기술의 교류, 인적 협력의 장이 되도록 만들겠다.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를 비롯해 신소재 및 신기술 개발이 중요한 상황이다.

배터리에서 용량과 같은 성능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높은 용량을 발현하는 것이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와 같은 성능이 최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판매 급증과 동시에 사고도 많아지면서 안전성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성능이라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전기차를 구입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

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전고체 전지 개발을 내세우고 있다. 휘발성이 강하고 화재 위험성이 높은 액체 전해액을 대신해 불에 붙지 않고 안전한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전지는 반도체 등과 달리 원가에서 소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전고체 전지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의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혁신적인 소재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이온전도성이 우수하면서 열안정성 및 화재 안정성이 우수한 고체 전해질 소재를 비롯해 안정적이면서도 용량이 우수한 양극 및 음극 소재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분야가 그러

하겠지만 특히 소재 개발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양성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며 다양한 기술 개발을 수행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비로소 혁신적인 소재 개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산업체,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연구 개발 환경 조성을 위한 시의적절한 정부 시책 또한 매우 중요해 보인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차전지 산업 분야 연구 주제는?

이차전지 산업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성능, 비용 그리고 안전이다. 첫째, 성능면에서는 고용량 전극 소재 개발이 중요하다. 이에 고용량 리튬 메탈을 음극으로 하는 리튬 금속 전지가 주목받고 있다. 또한 리튬 메탈을 음극 소재로 하고 고용량 황을 양극 소재로 하는 리튬-황 배터리도 고용량 차세대 배터리로 연구되고 있다. 둘째, 최근 비용적인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주제는 테슬라 등 여러 글로벌 전기차에서 채택하고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을 소홀히 한 반면, 중국은 상당 기간동안 연구 개발을 통해 성능과 비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만큼 기술 수준을 향상시켰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작년부터 성능 고도화 및 양산 기술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식 전극 기술 개발도 비용 측면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다. 습식 전극 공정에서 사용되는 열풍 건조 과정은 대량의 전기 에너지를 소모한다. 건식 전극 공정 기술은 건조 과정을 생략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 절감 및 공정 비용 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

셋째, 안전은 최근에 가장 부각되고 있는 주제다. 액체 전해액을 고체 전해질로 바꿔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성능의 고체 전해질 뿐 아니라 고체 전해질에 적합한 전극 및 관련 소재 개발이 필수적이다. 한국전지학회는 이러한 연구 분야 주제가 학문적으로 그리고 산업적으로 중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산학연 전문가들을 학술대회에 초청해 관련 분야 연구 개발 활성화를 이끌도록 하겠다.

한국전지학회 김동욱 회장이 지난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여받고 있다. [사진=한국전지학회]

이차전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휘발유를 태우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이제는 지속가능한 산업도 될 수 없다. 석유가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차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밀집된 도심에서의 대기오염을 해소하고 미세먼지를 완화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이차전지 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친환경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차전지의 원료가 되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유한한 자원들이 순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다. 이차전지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전기차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는 5~10년의 기간동안 성능을 보증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보증 기간 이후 노후화된 배터리를 매립하거나 혹은 태운다면 지속가능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 잔존 성능에 따라 재사용 혹은 재활용하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잔존 성능이 충분한 배터리만 따로 선별해 비교적 고성능이 요구되지 않는 용도, 예를 들어 전력예비저장장치 등에 재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배터리 잔존 성능의 신속한 판별을 위한 분석 기술의 개발 및 재사용 배터리 관련 산업의 육성 노력도 필요하다. 잔존성능이 매우 부족한 배터리의 경우 자원 재활용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채굴과정에서 환경 파괴 논란이 있는 리튬과 특정 지역에 한정돼 매장되어 있는 코발트 등의 중요 소재 등은 필수적으로 재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활용 기술 개발 뿐 아니라 폐기 배터리의 수집 및 재활용 자원 관련 분야 산업을 위한 정부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전지학회의 2024년 계획과 향후 중점 추진 사업 내용을 소개한다면?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기술 교류와 인적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전지학회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산학연 협력 연구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정기적인 학술대회를 통해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를 선정하고 저명한 전문가를 초빙해 강연 및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을 열도록 하겠다. 발표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기술 협력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특히 최근 산업계, 대학, 연구소에 대거 진출한 패기 넘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신진 연구자들과 축적된 경험을 지닌 선배 연구자들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융합의 장을 만들겠다.

이러한 기조를 전문학술지인 한국전지학회지 발간에도 투영해 핵심 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아울러 한국전지학회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 가입해 다른 분야 학술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할 것이다. 수시로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의견을 수렴해 이를 관련 부처에 전달하는 통로 역할도 충실하게 담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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