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로보틱스-밥캣 ‘불공정합병’ 논란에 배임까지 ‘설상가상’
  • 한원석 기자
  • 승인 2024.07.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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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결과 수십억원 규모 배임… 일감 몰아주고 자재 비싸게 구매
- 지배구조 개편에 ‘극단적 불합리’·‘날강도’ 등 날선 비판 쏟아져
- 금감원 통과해도 주총·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 ‘산 넘어 산’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하려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불공정합병’을 주장하는 주식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두산밥캣에서 배임 사건까지 발생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 모습. [사진=두산그룹]
경기도 성남시 분당두산타워 모습. [사진=두산그룹]

두산밥캣은 자회사인 두산밥캣코리아에서 내부 감사결과 배임이 확인됐다고 26일 공시했다. 전직 임원 1명과 현직 임원 4명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원자재를 시세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수십억원 규모의 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배임 혐의 대상자 및 발생금액 등은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경우 지체 없이 관련사항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식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합병 반대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이달 11일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간 인적분할·합병,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이관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발표 후 금융투자 업계 등을 중심으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주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금융당국이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는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라 양사 간의 주식 교환 비율은 ‘로보틱스 1대 밥캣 0.63’으로 산정됐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530억원, 영업손실 192억원으로 최근 3개년 간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비해, 두산밥캣은 매출 9조7589억원, 영업이익 1조3899억원을 내는 두산그룹의 ‘캐시카우’이다.

업계에서 “실적기반으로 볼 때 적정 비율은 ‘밥캣 96대 로보틱스 4’”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극단적 불합리’, ‘날강도’라는 날선 비판마저 나온다.

이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나섰다.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가 15일 제출한 두산에너빌리티와의 분할합병, 두산밥캣과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24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주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구조개편과 관련한 배경, 주주가치에 대한 결정 내용,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보완하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금감원의 정정 요구 사항을 반영해 증권신고서를 보완한 뒤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받은 회사는 3개월 이내에 내용을 수정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과하면 주주총회를 넘어야 한다. 올해 3월말 기준 ㈜두산과 특수관계인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0.67%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국민연금이 6.78%로 2대주주이고, 소액주주 지분율은 63.40%다. 상법상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분할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

주총에서 가결되더라도 합병에 반대하는 두산밥캣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사업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9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매수 예정가 에너빌리티 2만890원, 로보틱스 8만472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때까지 주가가 매수 예정가격을 밑돌아 예상보다 많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다. 에너빌리티는 6000억원, 로보틱스는 5000억원의 주식 매수대금 한도를 설정했는데, 매수대금이 이를 넘어설 경우 이사회를 통해 분할 및 합병의 진행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9일 두산에너빌리티는 1만8530원에, 두산로보틱스는 7만2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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