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올해 2분기 차입금 의존도는 28.0%로, 1년 반 전인 2022년 4분기(27.4%)보다 소폭(0.6%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주요 대기업의 차입금 규모는 110조원 가량 증가했다. 특히 배터리 관련 업체들과 석유화학 업체들이 설비투자 확대와 업황 부진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3년 기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022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반기·사업보고서를 모두 제출한 279곳(금융사 제외)을 대상으로 차입금 규모와 의존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 대비 차입금 비중을 의미하는 것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올라가면 금융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500대 기업의 2분기 총차입금 규모는 1040조9461억원으로, 2022년 4분기에 비해 110조688억원 늘었다.
기업별로는 이차전지 업체인 엘앤에프의 차입금 의존도가 2022년 4분기 30.1%에서 올해 2분기 61.7%로 31.6%p 급증하며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어 ▲신세계건설 25.7%p ▲코오롱글로벌 25.2%p ▲에코프로비엠 19.2%p ▲SK케미칼 15.0%p ▲포스코퓨처엠 14.9%p ▲SGC E&C 13.7%p ▲씨에스윈드 13.1%p ▲에코플라스틱 11.6%p ▲한화솔루션 11.0%p 등의 순이었다.
특히 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의 배터리 소재 관련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 확대가 두드러졌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확대로 공장 증설 등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위한 차입금 규모를 늘렸지만,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이 부진해 이를 만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SK케미칼과 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업체들도 공급 과잉과 수출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비화학·친환경 신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금 의존도가 커졌다.
반면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크게 낮아진 곳은 SK쉴더스 58.8%p로 이 기간중 61.0%에서 2.2%로 크게 낮아졌다. 이어 ▲SK네트웍스 –24.6%p ▲SK인천석유화학 –20.3%p ▲HD현대삼호 –18.8%p ▲CJ CGV –18.0%p ▲현대로템 –15.4%p ▲화승코퍼레이션 –11.4%p ▲한솔테크닉스 –10.4%p ▲롯데건설 –10.3%p ▲티웨이항공 –10.0%p 등의 순으로 하락률이 컸다.
올해 2분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효성화학(79.4%)으로 조사됐다. 이어 한국가스공사(70.6%)와 SK렌터카(70.4%), 팜스코(69.3%), 롯데렌탈(64.9%), HD현대케미칼(64.8%), 도이치모터스(64.2%), 롯데글로벌로지스(62.1%), 엘앤에프(61.7%), GS E&R(59.8%) 등이 뒤를 이었다.
차입금 의존도가 가장 낮은 기업은 세메스(0.1%)로 나타났고, 현대엔지니어링(0.3%), 포스코DX(0.6%), 오리온(0.6%), 한전KPS(0.8%), HD현대삼호(1.0%), LX세미콘(1.3%), 강원랜드(1.3%), 에스원(1.4%), 삼성E&A(1.5%) 등의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업계의 차입금 의존도가 2022년 4분기 30.2%에서 올해 2분기 34.7%로 4.5%p 상승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IT·전기·전자 2.5%p ▲공기업1.9%p ▲철강 1.3%p ▲통신 0.4%p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