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침체 일로인데 사회 분위기상 대대적 마케팅도 못해”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산업계가 또다시 예기치 못한 ‘비상계엄’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특히 연중 최대 성수기인 연말연시를 앞두고 대목을 노렸던 식품‧백화점‧호텔‧항공업계에는 제대로 찬물이 끼얹어졌다.
누구도 예상못한 난데없는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정치권의 탄핵 정국 돌입은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며 소비 위축과 대외 신뢰도 하락,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산업계를 ‘삼중고’로 밀어넣고 있다.
9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환율 급등에 따른 원자재가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국 불안으로 원화 가치 하락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 나오며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 업계에서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1,436.2원을 기록하고 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3일 밤 환율은 2022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인 1442.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환율이 올해 9월 1300원대 초반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새 100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국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1500원대까지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식량 자급률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국가”라며 “결국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환율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이런(탄핵정국) 혼란이 금방 해소가 안 될 이슈라는 점”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환율이 계속 오르던 상황이었는데 (비상계엄이) 기름을 부어 급격히 오르게 했다. 내년 사업이 쉽지는 않을 듯해 걱정”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같은 원자재가 상승은 곧 ‘가격 인상 요인 심화’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연말 대목에 소비 심리 위축은 정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정치권에서 만든 ‘위기’로 환율 상승은 커지고 가격 인상 요인은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원인을 제공한 정치권 눈치 때문에 제품가 인상도 할 수 없어 앞뒤가 꽉 막힌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한국 입국을 꺼리고 있다는 점도 비상계엄이 불러온 부정적 여파”라고 지적했다.
◆ 연말 최대 성수기 앞두고 소비심리 위축…“대대적 마케팅도 못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하던 유통업계도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소비 분위기가 가라앉자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또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을 상대로 특수를 노리던 호텔, 백화점 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뿐 아니라 최근에는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도 한국 관광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예약 취소 등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양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연말연시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탄핵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사상 처음으로 접하는 상황은 아니어서 몇 번의 경험치를 통해 적절하게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 역시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난 지 아직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실질적인 매출 하락 등 눈에 띄는 타격은 없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탄핵 정국이 길어지고 이로 인한 집회‧시위가 격화된다면 교통체증과 혼란으로 인한 연말연시 매출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우려하며 “성수기 대목에 소비심리가 가라앉은 것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큰 마케팅 프로모션 등도 할 수 없다는 게 더 답답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치솟는 원‧달러 환율…고민 깊어지는 항공업계
항공 업계도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후폭풍을 맞고 있는 대표적 산업으로 꼽힌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항공사들의 운영에 즉각적 부담으로 작용되기 때문이다. 또 주요국들의 한국에 대한 여행 주의보 발령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 시국을 막 벗어난 국내 항공 산업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주요 비용인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를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고 있어 환율이 오를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야 하지만 특수한(비상계엄) 상황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 인바운드(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예약 증가 추세는 없다”며 “동시에 환율 상승으로 내국인이 외국으로 나가는 상황도 없어 연말 특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한 항공사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파생상품’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에 나선 실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