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조영탁 서기관, 15년 이어진 세무 ‘재능 기부’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4.12.14 13:2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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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등록 기피하는 봉제인들에게 투명 과세 이점 설득
거래질서 투명해지고 매출 신고 정상화되는 효과 거둬
봉제업 창업 준비 대학생들에게도 세무강의 자원봉사
국세청 조영탁 서기관이 15년 넘게 봉제인들에게 무료 세무상담 봉사활동을 이어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국세청 조영탁 서기관이 15년 넘게 봉제인들에게 무료 세무상담 봉사활동을 이어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한 세무 공무원의 재능기부 봉사활동이 관가의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국세청 조영탁 서기관은 봉제인들에게 15년이 넘도록 사업자등록 설명회와 무료 세무 상담으로 조용히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조 서기관이 처음부터 봉제인들에게 세무상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자영업자들이나 소상공인들 중에서 '투명한 과세'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을 가지고 있거나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업자등록을 하면 세금을 엄청 내게 된다거나 세무조사에 시달려야 한다’고 생각한 탓이다. 조 서기관이 처음에 만난 봉제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 서기관이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봉제인들을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이곳의 한 어린이공부방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국세청 공무원이란 사실을 알고선 한 분이 세금 관련 문의를 해왔다고 한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조 서기관은 그 사람의 '민원'을 모른 척 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봉제인들과의 만남은 운명처럼 처음 이뤄졌다. 조 서기관은 의류제조 기업을 운영하던 지금의 차경남 서울봉제산업협회 회장을 만나 사업자등록 설명회와 무료 세무 상담을 이어온 지 15년이 넘었다. 

조 서기관은 봉제인들이 '과세'에 대해 오해를 하면서 입는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들에게 '정직하게' 접근했다. 그는 사업자등록을 하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을 하나하나 짚어줬다. 등록증이 있어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책(노후 작업장 환경개선 지원, 클린사업장의 기계 설치 무료 지원, 신용보증기금 사업자대출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또한 간이사업자로 등록하면 대개는 면세 혜택을 받는다는 점도 덧붙였다. 

신고를 올바르게 하면 정부의 각종 지원 대상도 되는 데다 투명한 과세로 얻는 심리적 안정감도 더 크다. 조 서기관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공장을 운영해온 봉제 소공인들이 너무 많았다. 안타까웠다. 주민등록 없이 살아간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불편한 점이 많겠나. 취업은 물론 각종 제도적인 혜택을 누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조영탁 서기관이 봉제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세무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2012년 서울봉제산업협회가 설립된 이후에는 차 회장의 요청에 따른 현장 강의와 상담을 통한 ‘재능기부’ 활동이 부쩍 늘어났다. 세무 상담을 겸한 사업자등록증 캠페인을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어온 것이다. 토요일을 활용하거나 평일엔 일과 후에 짬을 내 강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봉제업체들의 거래질서가 투명해지고 동대문 등 전국의 도·소매상들의 매출 신고가 정상화되는 효과도 있었다. 영세 봉제인 입장에선 마침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의 일감을 따내는 데도 사업자등록이 큰 도움이 됐다. 사업자등록증이 없이는 거래를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감의 절반이 인터넷 쇼핑몰 분야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조 서기관은 “15년 봉사활동으로 인해 받는 행복보다 주는 행복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서 내가 오히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특히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조 서기관은 "봉제공장들이 사업자등록을 함으로써 거래질서가 투명화 되어 동대문 등 전국에 있는 수많은 의류 소,도매상들의 매출신고가 정상화되는 큰 바탕이 되었다. 비정상을 이렇게 정상화시키면 상인들과 정부 모두에게 큰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세리(稅吏). 세무직 공무원을 뜻하는 옛말이다. 예로부터 세리는 '짜내는 사람'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에는 세금을 물기 없는 걸레 짜내는 것에 비유할 정도로 '과세'는 한때 오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투명하고 공평하게 과세하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조 서기관은 영세한 업자들의 과세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을 '짜내주는', 국민들의 진정한 세리로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세수입을 총괄 담당하고 있는 국세청 공무원들은 요즘 경기가 나쁜데도 맡은 일을 충실히 하고 있다. 지금도 국세청에는 일요일도 잊은 채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과세가 복잡한 것도 있지만 공평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더 꼼꼼하게 일을 한다. 그들을 만나면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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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PH 2024-12-15 08:54:27
좋은 기사네

푸른세상 2024-12-15 00:34:43
재능기부 해봐서 아는데..쉽지 않은데..
공무원과 국민을 가깝게 해주는 기사네요

나라사랑 2024-12-14 21:31:19
15년은 진심이지

qpqp 2024-12-14 21:03:59
15년이면 몇백명 될텐데..창업하는 봉제인들에게 사업자 등록 설명회와 세무상담을 무려 15년간 무료로 해오셨다니 정말 선한영향력 대단합니다

얼음 2024-12-14 20:43:15
국세청에는 일요일도 잊은 채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그들을 만나면 좀 더 따뜻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이 말에서 서기관님 본인 소속과 직원에 대한 자부심과 존중이 느껴지네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