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 없이 尹체포 길 터준 경호처…명예와 신뢰 추락 어쩌나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1.15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장 집행 저지한 경호요원 없어…내부 대기하거나 휴가 써

강경파 여론전은 '실패'…경찰, 분열 감지 후 "협조는 선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차벽을 넘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이 별다른 무력충돌 없이 비교적 수월하게 마무리됐다. 여기에는 대통령경호처의 '태업'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대통령경호처는 15일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에 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협조했다. 이에 15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재집행에 나선 공수처와 경찰은 관저 앞에서 영장을 제시한 지 약 3시간 만에 3차 저지선을 넘어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어 오전 10시 33분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공지했다.

지난 3일 1차 집행 당시 경호처 요원과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병사 등으로 구성된 '인간 방패'가 수사관들의 진입을 막아선 장면과 극명히 대비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수사관들은 이날 새벽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경호처 요원들의 저항을 맞닥뜨리지 않았다.

수사관들은 버스 차벽으로 구성된 1·2·3차 저지선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1차 저지선은 사다리로 버스를 넘어 진입했고, 2차 저지선은 버스 차벽을 우회해 통과했다. 3차 저지선도 버스로 가로막혔지만, 철문 옆 초소를 통해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수사관들이 1차 저지선에 설치된 철조망을 절단할 때도 별도로 저지를 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공수처와 실무 협의를 담당하는 소수 경호처 인력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경호관은 관저 내 대기동에서 머무르거나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집행 저지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호처 내 강경파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지휘부는 무력 사용을 하더라도 영장 집행을 저지해야 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호관들에게 '불법 영장 집행'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전'에 수차례 나섰지만, 일부 경호관을 제외하고는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번 집행은 막으면 안 된다는 내부 의견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경호 대상자에 대한 신변 안전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호처는 윤 대통령이 호송차나 자체 경호 차량을 타고 공수처 조사실로 이동할 경우 기존대로 근접 경호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관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경찰이 관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우려됐던 경호처와의 무력 충돌 없이 영장 집행이 순조롭게 진행된 배경에는 경찰 특별수사단이 사전에 벌여온 '심리전'이 자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별수사단은 지난주 경호처 내 '온건파'로 꼽혔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 등을 토대로 경호처 내 분열 분위기를 감지했다.

이후 영장 집행에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할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저지하는 직원들은 현행범 체포한 뒤 복수의 경찰서로 분산 호송해 조사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례적으로 작전 계획을 공개하며 '경호처 벽'을 사전에 허문다는 전략이었다.

공수처도 관저에 진입하면서 문 앞에 '영장집행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입간판까지 세우는 등 경고에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 공수처가 경호처의 완강한 저항에 대해 강한 압박과 함께 '선처' 등의 심리전까지 펼치며 양동작전을 펼치자 경호처는 결국 자포자기 심정으로 대통령 체포의 길을 열어주고 말았다.

정치권에서는 무력 충돌이 일어나지 않아 최악의 상황만은 피했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호처의 '항복'을 두고 '경호처가 명예와 전통 모든 것을 잃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이 아무런 충돌없이 끝나 천만다행이다. 한편으로는, 김성훈 경호차장 등 일부 강경파들이 강력하게 저항할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음에도 전혀 저항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것은 좀 씁쓸하다"라며 "대통령을 끝까지 지킨다는 경호처의 명예와 전통이 이번에 많이 상처를 입었다. 가장 힘든 사람들은 아마 경호관들일 것이다. 앞으로 실추된 경호관들의 명예회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경호처가 그간 쌓아온 국민의 신뢰와 명예를 한 순간에 짓밟았다는 점에서 경호관들의 '사병화'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