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칩 수요 감소로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실적 연쇄적 타격 우려
반면, AI 저변 확대로 인해 중소 후발 주자 향 HBM 매출 증가 기대감도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중국발 인공지능 '딥시크'가 챗 GPT 대비 20분의 1 수준의 개발비로 대등한 수준의 가성비 AI모델을 내놓자 글로벌 AI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딥시크 AI 등장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우려섞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신 엔비디아 AI칩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엔비디아가 실적에 타격을 입으면,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도 연쇄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이에따른 낙관적 전망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딥시크 AI 역시 SK하이닉스의 HBM3가 탑재된 엔비디아의 H800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국 후발 주자들도 종국에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잠재적인 고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신 세대 모델인 HBM3E 납품 지연으로 인한 실적 부진을 이전세대 모델 판매로 일부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딥시크 AI에 사용된 H800에 HBM3(4세대 HBM)이 탑재됐다는 점에서 딥시크도 HBM3의 엔비디아 독점공급사였던 SK하이닉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30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중국향 AI칩 수출 제한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제재 방침에는 현재 엔비디아가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H20’이 포함됐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딥시크가 자사 AI모델 개발에 오래된 엔비디아 칩을 활용했다고 밝혔다”면서 “더 강화된 규제가 엔비디아에 결정되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두 경제권의 긴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앞서 바이든 정부의 강화된 대중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수출 품목을 H800에서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으로 변경한 바 있다.
H800과 H20의 성능은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H100 대비 각각 50%, 2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H800은 딥시크가 AI개발에 활용한 제품인 것으로 보인다.
H800은 HBM3(4세대 HBM)가 탑재됐는데,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3E(5세대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지만, HBM3도 양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딥시크가 자사 AI개발에 엔비디아 H800을 사용했는지는 현재로서는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HBM3는 구체적인 생산비중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현역 제품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딥시크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AI 업계에 충격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지만 딥시크도 SK하이닉스의 HBM이 탑재된 AI칩을 활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AI생태계 확장 효과로 인해 수요처가 넓어지면서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생태계 저변 확대는 SK하이닉스 보다 삼성전자에 더욱 호재가 될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AI용 GPU 큰 손인 엔비디아에 HBM3E 공급이 지연되면서,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엔비디아 뿐 아니라 중국기업에도 HBM3 등 이전 세대 제품 판매를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R1 발표는 ‘AI 슈퍼사이클’을 오히려 가속화할 것”이라며 “중소 후발 주자들의 가능성을 보여줘 추가 수요를 더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