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반기문, 출마 선언 20일만에 '포기'..."사무실, 교통비 전부 내돈" 푸념
'관용차 사용이 취미'인 한덕수 대행 '과연 제 돈 쓰며 선거운동 할까' 의구심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6.3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진짜 출마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고 벌써부터 한 대행에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대행은 4월 24일 국회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 뒤 “출마 여부를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생이 많다”며 빠져나갔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의 이런 ‘유보적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공백상태가 된 국정을 챙기고 대선 관리도 해야 할 당사자임에도 지난 4월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지속적으로 대선 출마설이 쏟아져 나옴에도 일체 그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그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함께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 대행이 끊임없이 대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관세 협상을 지휘할 때 오로지 국익만 바라볼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퇴 후 대선 행보를 생각한다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영어’를 등에 업고 미국을 자신의 최대 우군으로 확보하려 할 것이고 그 정지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세 협상에서도 미국에 저자세로 임하거나 그들의 요구를 ‘조건부’로 들어줄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대행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미국과 관세 협상에 임했다면 과연 그 스탠스가 어땠을지 따져보는 것도 지금은 유의미한 상황이다.
이런 ‘정치적 논란’을 뒤로 하고 한덕수 대망론은 일단 그 시동이 걸릴 조짐이다. 다음 주 30일 출마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 스케줄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측과 진보진영 인사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반기문 학습효과’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 동시에 출마를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을 ‘돈’으로 보고 있다. 시계를 잠시 2016~2017년으로 되돌려보자.

반 전 총장은 2016년 12월 20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이 원한다면 대선 출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을 불살라서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떠나 10여년 미국에서 지낸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처음’ 내질렀을 때 국민들은 ‘정치 물정도 모르는 양반이 왜 저러나’ 이런 생각보다 ‘반기문이 뭔가 있기는 있구나’ 하는 생각에 더 설렜는지도 모른다.
그 뒤 반 전 총장이 2017년 1월 12일 10년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인천공항은 새로운 대권주자의 출현에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2017년 2월 1일, 반 전 총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홀연히 링을 떠나버렸다. 그해 1월 대권 도전 의사를 표명한 지 불과 20일 만이었다.
여러 가지 이설이 떠돌았지만 반 전 총장이 20일만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것은 바로 ‘돈’ 문제였다는 것을 증명할 정황이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나흘 만인 1월 16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잔뜩 푸념을 늘어놨다.
“정당 없이 홀로 (선거운동을) 하려니까 너무 힘이 든다”고 운을 뗀 그는 “캠프 사무실 두 곳 모두 사비로 얻었고, 차량ㆍ운전기사ㆍ비서 지원, 여기저기 오가는 교통비까지 모두 내 돈으로 한다”며 불편하고 힘든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로부터 보름 후 반 전 총장은 “현실정치의 벽이 너무 높았다”는 말을 남긴 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실정치의 벽이 아니라 현실의 돈 문제가 너무도 벅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옆에서 힘차게 펌프질을 했던 현역 국회의원들이나 지지자들일지라도 움직이면 돈인 정치세계의 자금 문제를 너무도 몰랐거나, 외면했거나, ‘너가 알아서 하라’며 등만 떠밀었을 것이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반 전 총장이 귀국 후 21일 동안 지출한 비용을 대략 추산한 적이 있었다. 반 전 총장은 대선 예비캠프로 운용한 서울 마포구 사무실 두 곳의 보증금 및 월세로 3,400만원을 사용했고, 전국을 돌며 선거 운동을 하기 위해 구입한 차량 2대 값만도 7,000여만원을 지불했다. 여기에 지방으로 갈 때마다 대동한 캠프 인원들의 식비와 숙박비 및 월급까지 포함하면 거의 2억원 가깝게 지출했을 것으로 추산됐다(2025년은 2017년에 비해 물가가 많이 올라 한덕수 대행이 출마한다면 20여일 동안 그 곱배기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2017년 당시 공직선거법의 경우 무소속 주자들은 공식 대선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전 후원금을 모집할 수 없도록 돼 있다. 2025년 현재도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공식 후보 등록 이전에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돈 문제만 보면 ‘반기문=한덕수’ 꼴이다.
사실 이는 정당 소속 예비후보가 중앙당을 통해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불리한 조건으로 정치적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불평등 규정’에 대한 개정이나 완화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현행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이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이기 때문에 그들 ‘입맛’에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산 20억여원 대부분을 아파트 등 현금화가 어려운 부동산으로 보유한 반 전 총장 입장에선 자금의 압박이, 서서히 떨어지던 지지율 하락보다 더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지불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2억원도 어느 ‘독지가’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정치권에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성향’을 볼 때 ‘제 돈 쓰며 정치할 사람이 아니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대행은 평생을 공무원으로 ‘편하게’ 살아왔다. 처갓집이 부자라 장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도 있다.
관가에서는 ‘한덕수 대행은 관용차 사용이 취미’라는 말도 있다. 거의 평생을 자기 돈으로 기름 넣고 차를 굴린 적이 없이 살아온 습관이 남아 있을 것이란 추측에서 나온 '별칭'이다.
지난 2022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 한덕수 후보자가 한국무역협회 회장 시절 받은 1억원 상당의 호텔 피트니스(헬스) 평생 무료이용권이 GS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호텔에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한 후보자는 공직 기간에는 해당 이용권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기간 제한 없는 이용권은 공직 퇴임 후에도 사용할 수 있어 대기업으로부터 특혜를 받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1억짜리 무료 이용권이 무슨 대수냐’며 과잉검증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공직자의 평소 자기관리와 돈에 대한 개념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덕수 대행이 대선에 나오더라도 ‘제 돈’ 쓰며 선거운동을 할까. 회의적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은 게 정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누가, 많든 적든 그 돈을 내주려고 할까. 한 대행이 출마 결심을 한다면 그게 가장 궁금하다. ‘쩐주’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