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검찰 조서 증거로 채택하겠다'는 선언도 탄핵심판 결정 속도 내기 위한 차원 해석도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빠른 시일 내 끝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가 정한 마지막 변론 기일이 오는 13일 다가오는 데다 검찰 조서 내용을 탄핵 심판 증거로 쓰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탄핵심판 결정이 빠르면 3월 초에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주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11일 7차 변론, 13일 8차 변론이 예정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6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8차까지 일괄 지정한 이후 추가 일정을 아직 잡지 않고 있다.
헌재는 7~8차 변론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총 8명의 증인들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적법성과 사전모의 여부, 부정선거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며 심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1일 7차 변론에는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 4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특히 이 전 장관과 신 실장은 국회와 윤 대통령 양측이 모두 신청해 관심이 모아진다.
이 전 장관 증인신문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에 대한 질문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13일 열리는 8차 변론에는 조태용 국정원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지호 경찰청장과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 등 4명이 출석한다.
조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윤 대통령 측, 조 청장은 국회 측이 각각 신청했다.
이렇게 13일에도 4명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고, 양쪽의 변론과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까지 들으려면 최소 2∼3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헌재가 애초에 정한 변론 일정에서 며칠 기일이 연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의 변론기일 진행 상황을 볼 때 기일이 추가로 지정되더라도 한두 차례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헌재는 윤 대통령이 신청한 증인 중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경민 방첩사령관 직무대리에 대해선 채택을 보류한 바 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추가 변론 기일 지정 논의와 관련해 "아직 따로 전달받은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국회와 윤 대통령 양쪽에서 추가 기일지정 요청이나 증인 신청은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1~2회 기일이 연장되더라도 2월 안으로 변론이 종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선고기일은 3월 중 잡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헌재가 최종 변론을 하고 약 2주 후에 선고를 내렸다.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2월 중으로 마무리만 되면 통상 2주간의 재판관 평의 기간을 고려할 때 3월 중 결정 선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 후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결정이 선고됐다.

한편 헌재는 추가 기일 지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탄핵심판 최종 결론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시그널이 포착된다.
헌재는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죄 수사에 대한 검찰의 조서 내용을 탄핵심판 증거로 쓰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해서 탄핵심판 결론을 앞당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는 검찰 신문조서를 증거로 활용한 바 있는데 이 전례를 따르겠다는것이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10일 오전 정기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고 형사재판과 성질도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헌재법 40조에 따라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다만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라는 조건이 붙는다.
헌재는 이에 따라 변호인 입회하에 진술이 이뤄지고 본인이 서명하는 등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면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가 확립한 기준이라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 사건 이후인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만' 형사재판의 증거로 쓸 수 있도록 바뀌었다. 공범의 피신조서도 피고인이 인정하지 않으면 형사재판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윤 대통령은 이진우·여인형·곽종근 전 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입장을 고수하면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형사재판에서는 이들의 피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탄핵심판에서는 여전히 증거로 쓸 수 있는 셈이다.
천재현 공보관은 '형사소송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2017년의 선례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헌재 심판정에서 나온 증언과 신문조서의 내용이 다른 경우에 "증언의 신빙성은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항이고, 재판부가 고려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더욱 강화된 증거 법칙을 이전의 선례로 완화하는 것은 인권 보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퇴행적 결정"이라며 헌재가 2017년의 선례를 그대로 따라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헌재가 13일을 끝으로 새로운 증인 신문을 잡지 않는다면 마지막 한 차례 정도 변론기일을 잡고 국회와 대통령 측 입장을 들은 다음 바로 선고날짜를 정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런 일정에 따라 탄핵이 인용된다면 '4월 말 5월 초'에 조기 대선이 실시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