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리더스클럽15] 모션제어칩 국산화 신화 ‘아진엑스텍’, 로봇 플랫폼 기업 도약 시작
  • 최종윤 기자
  • 승인 2025.03.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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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호 대표, “본격 디지털트윈 환경 지원 솔루션 출시, 고객 평가 받을 것”

[인더스트리뉴스 최종윤 기자] 원천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 많을수록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으며, 국가 경제의 자립도는 높아진다. 반면 원천 기술이 없다면 부품·소재·장비 등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며, 이는 결국 제조 원가 상승과 기술 종속으로 이어진다.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는 “현재 아진엑스텍은 단순한 모션제어 부문을 넘어, 스마트팩토리 및 로봇 산업에서 핵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향후 로봇 플랫폼 기업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이런 의미에서 국내 제조업계에서 아진엑스텍(AJINEXTEK)이 가지는 존재는 남다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정밀가공 장비의 심장이라 불리는 모션제어칩. 오랫동안 일본·미국·독일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 시장에서, 아진엑스텍은 1997년 국내 기업 최초로 자체 모션제어칩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 독립을 이뤄냈다. 국내 유일 모션제어칩 제조사로 자리 잡은 아진엑스텍은 반도체·스마트팩토리·로봇산업의 자동화 혁신을 이끌며, 글로벌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1995년 설립돼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아진엑스텍. 그간의 성과를 집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는 “사람이 30살이면 ‘이립’(而立)이라고 해서 확고하게 두 발로 우뚝 서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더 정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과 새로운 신제품 등을 들고 올해 대외적인 전시회에 나가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받아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황무지’와 같던 모션제어 시장을 개척해온 부분에 대해서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서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창호 대표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인터넷에 모션제어, 모션컨트롤을 검색해도 나오는 것이 없었을 정도로 황무지였다”며, “그만큼 우리 엔지니어들이 글로벌 선도기업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김창호 대표는 고객들로부터 평가를 언급했지만, ‘기술자립’이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온 아진엑스텍의 도전과 성과는 이미 국내 모션제어 시장에서는 중요한 이정표와도 같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산업이 급성장하는 시기에 아진엑스텍은 장비업체들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면서 함께 산업을 성장시켰다. 실제 아진엑스텍이 만든 이 작은 칩은 국내 기업이 기술자립의 길을 걷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단순 기술 독립을 넘어 공급망에 있어서도 안정성을 가져왔다.

김 대표는 “우리가 모션제어칩을 개발하고 시장에 진입하자, 글로벌 기업도 국내에 공급하는 제어칩의 가격을 우리와 비슷하게 내렸다”면서, “비싼 가격에도 어쩔 수 없이 썼다는 뜻이다. 국내 기술이 없으면 그만큼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황무지’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첫걸음을 때다 보니 부침도 많았다. 김창호 대표는 “한 스무(20) 고개는 넘은 것 같다”면서, “기술 개발은 물론, 산업 내에서도 모든 게 다 처음이다 보니 영업도 쉽지 않았다”고 소회했다. 이어 김 대표는 “나는 영업, 자금확보 등으로, 우리 엔지니어들은 밤낮으로 기술지원으로 전국을 다 돌아다녔다”면서, “사실 돌이켜보면 너무 겁이 없었다. 뒤에 또 산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바로 앞에 있는 산만 보고 왔는데 오히려 그랬기에 희망을 가지고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상장 도전에 있어서도 산업 내 첫 사례다 보니, 레퍼런스도 기술을 평가할 전문가도 없어 한 번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 아진엑스텍. 지금은 그 자체로 기술 창업 기업들의 중요한 대표적인 레퍼런스 기업이 됐다.

‘도전’과 ‘혁신’으로 설명되는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는 그 자체로 아진엑스텍이었다. 담담한 어조 속에서는 단호함과 결단력이 묻어 나왔다. 현재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GRC) 회장직도 겸하고 있는 김창호 대표는 미래 기술 비전으로 ‘AI, 빅데이터, 로봇’을 언급했다. 자연스레 아진엑스텍은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그리고 있었다. 실제 현재 아진엑스텍은 단순한 모션제어 부문을 넘어, 스마트팩토리 및 로봇 산업에서 핵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디지털트윈, AI 등 기술을 모션제어와 접목해 반도체 장비,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협동로봇, AMR(자율이동로봇), AIoT(인공지능+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하며, 산업 자동화 전반에 걸친 기술 혁신을 이끌고 있다. 김창호 대표는 “모션 제어에서 이제 로봇 제어, 향후에는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위해 아진엑스텍은 그간 차곡차곡 하드웨어 설계 기술부터 소프트웨어 기술, 제조 품질 관리 역량을 쌓아왔다”고 밝혔다.

아진엑스텍은 본격 디지털트윈 환경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4종과 신규 제어기 4종을 동시에 출시했다.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오토메이션월드 2025’에서 대대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은 아진엑스텍 본사 쇼룸 전경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창립 30주년을 축하한다. 소회와 그간의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감사하다. 다만 30살을 사람으로 치면 이립(而立)이라고 해서 두 발로 우뚝서고, 그러고 난 뒤에는 혹하지 않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아직 아진엑스텍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 지금은 다시 방향을 잘 잡았지만 경영상 미스도 있었고, 지난 2년간 방황한 부분도 있다. 조금 더 우리가 당당하게 이립하기 위해 좀더 정진해야 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 경제도 전반적으로 불확실하고,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창립 30주년 행사를 크게 하기보다는 대외적인 전시회에서 그간의 성과를 고객에게 평가를 받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최근 개발한 신제품, 솔루션을 대대적으로 선보이려고 한다.

다만 황무지와도 같던 ‘모션제어’ 시장을 개척한 점에 대해서는 큰 보람을 느낀다. 우리가 시작할 때는 시장에 ‘모션’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인터넷에 ‘모션제어’, ‘모션컨트롤’을 검색하면 나오는 게 아예 없었다. 그런 시장 상황 속에서 우리 임직원들이 밤낮없이 뛰어서 지금의 30년을 만들어 냈다. 엔지니어들도 기술력을 글로벌 선도기업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동시에 우리 장비기업들에게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국가 산업의 발전과 함께 왔다는데 자부심이 있다.

창립 초기와 비교했을 때, 현재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모션 제어로 시작해 지금은 로봇 제어는 물론, 디지털트윈·AI 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도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하드웨어 설계 기술부터, 소프트웨어, 제조 품질 관리 역량 등까지 차곡차곡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어느 기업과 협업을 하더라도 기술적 장점을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향후에는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일단 올해는 대외적으로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새롭게 개발한 솔루션을 대대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많은 준비를 했으니 현장에서 아진엑스텍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해 보셨으면 한다.

국내 유일 모션제어칩 개발의 의미와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면?

모두가 못한다고 했던 일을 도전해 성공시켰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라 겁없이 덤볐던 것 같다. 정부부터 칩 설계부터 알고리즘까지 개발에 참여해야할 대학 교수님들까지 설득해 한 번에 성공시켰다. 당시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사실 국내 산업내에서는 대사건이었다. 우리가 모션제어칩을 개발하고 시장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우리 수준으로 국내에 공급하는 칩 가격을 내렸다. 그만큼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자국 기업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기술력이 없으면 외국 기업에 기술이 종속돼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계속 기술력을 높여 사이즈, 안전성은 물론, 저전력화 등 글로벌 수준의 칩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개발중인 제품이나 출시 예정인 신제품이 있다면?

아진엑스텍은 지난 30년 동안 고객사들과 함께하면서 개발하고, 제조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다.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도 반도체 전공정용 제어기, 산업용로봇 및 제어기, 5축 3D 경로 추종 모션, 다축 동기제어 모션 등을 공급할 것이다.

아울러 이더캣(EtherCAT)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125usec 제어 주기를 지원하는 고성능 8축 제품과 1msec 이하 제어 주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저가형 16축 제품을 시장에 런칭할 예정이다. 독립형 제어기 형태로 통신 품질과 신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 시켰다. 또한 원격 제어 기능과 PLC, HMI 연동, 모션 제어 전용 언어 등 을 지원한다.

아울러 향후 제조업은 비용 절감 및 생산 효율성 극대화, 노동력 해소를 위해 AI 결합형 스마트팩토리로의 전환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데이터 수집과 처리, 원격 관제 기술과 다양한 고객의 요구사항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자사 모든 제품에 RemoteManager 기능을 탑재했다. 사업장 내 여러 설비의 제어기들을 통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설비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한 PLC, HMI 등 IP 설정만으로 연결해 이기종간에도 제어가 가능하다. 둘째, 이지에뮬레이터(EzEmulator)라는 디지털트윈의 기반이 되는 제어기 에뮬레이터(Emulator)와 가상 설비의 센서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Signal Generating Tool을 제공한다. 설계 단계의 3D CAD 데이터를 이용해 제어 프로그램의 구현할 수 있으며,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셋째 AI 기술과 접목해 모션 및 산업용 로봇 제어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는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경영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철학이 있다면?

처음에 창업할 때는 한국의 전통적인 유교 정신에 바탕을 뒀다. 가족중심, 연공서열 등을 중시했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이것 가지고는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개발을 중시하며 정당하게 평가받기를 원하는 등 시대가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그래서 몇년 전에 슬로건을 단결을 중시해 영원히 함께 가자는 뜻인 ‘Together Forever’에서 ‘Happy Together, Better Together’로 바꿨다. 직원 하나 하나가 행복하게 일할 때 회사도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의 능동적인 행동은 행복할 때 나오고, 회사의 성장은 물론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전 세계 전시회들을 돌아다녀보면, 얼마전까지만해도 ‘자동화’라고 했지만, AI, 로봇 등 기술을 중심으로 ‘자율화’란 말로 바뀌었다. 자동화는 장비가 사람이 시키는데로 했지만, 자율화는 직접 분석, 판단해서 작동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추세에 발맞춰 아진엑스텍도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아진엑스텍은 단순한 모션제어 부문을 넘어, 스마트팩토리 및 로봇 산업에서 핵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아진엑스텍 김창호 대표
[사진=인더스트리뉴스]

48시간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옛날에는 텔레비전 많이 보고 했는데, 요즘에는 조용히 앉아서 내가 살아온 길 등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을 즐긴다. 시와 수필을 쓰고 있는데, 그러려면 자꾸 비워내야 한다. 그래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멍하게 있으면서 성찰의 시간을 통해 내 안의 것을 비워내고 싶다.

직원들과의 소통은?

평소 직원들에게도 현장으로 다가가서 숨결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하는 만큼, 과거에는 신입사원까지 다 챙겼는데 지금은 조직구조가 부문장 중심으로 가고 있어, 어느 정도 팀장급들과 주기적으로 식사를 하면서 소통을 하고 있다.

평소 직원들에게 업무외적으로 강조하는 게 있다면?

놀 줄 모르는 사람은 일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거는 일단 해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내 인생에 즐거움을 느껴야 일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자기 인생이 즐거워야 일이 된다고 말해 준다.

평소 건강 관리는?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시간이 나면 골프를 치고, 식습관을 좋게 가지고 가려고 한다. 별거 없다. 그게 건강관리 비결이다.

평상시 개인적으로 소중한 시간이 있다면?

혼자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 사람에 시달리지 않고 조용한 상태에서 마음의 고요를 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고요하게 자기 마음을 다스려야 제대로된 판단도 할 수 있다.

감명 깊게 읽은 책 또는 영화가 있다면?

춘추전국시대를 소개한 5권으로 된 책이 있었는데, 많은 감명을 받았다. 굉장히 교훈을 많이 받았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고, 난세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한마디 한다면?

사람은 어쨌든 즐겁게 살아야 한다. 현대인들이 굉장히 바쁘지만 가끔은 자기를 조금 내려놓고 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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