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로 예금금리는↓...대출금리는 가계대출 급증 우려에 제자리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예금 금리 차이)가 8개월 가까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의 경우 2022년 하반기 공시가 시작된 이래 최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금리인하기에 맞춰 예금금리는 내리고 있지만 대출금리의 경우 가계대출 급증 우려에 인하에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를 의미한다. 은행 수익의 원천으로 예대금리 차가 클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 장사를 통한 마진(이익)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38∼1.55%포인트(p)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예대금리차는 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 상품을 빼고 각 은행이 계산한 결과다. 저소득·저신용 서민 대상의 정책금융 상품의 금리가 높아 이를 많이 취급할수록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왜곡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1.55%p로 가장 컸다. 이어 신한(1.51%p)·KB국민(1.49%p)·하나(1.43%p)·우리(1.38%p) 순 이었다.
전체 19개 은행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북은행의 3월 예대금리차가 7.17%p로 압도적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4위의 한국씨티은행(2.71%p)·제주은행(2.65%p)·토스뱅크(2.46%p)·광주은행(2.34%p)도 2%p를 넘어섰다.
5대은행 예대금리차, 지난해 7월보다 0.70∼1.31%p 커져
2월과 비교하면, NH농협·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한 달 사이 각 0.08%p, 0.11%p, 0.16%p, 0.03%p, 0.08%p 더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8월이후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NH농협·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7월보다 현재 0.70%p, 1.31%p, 1.05%p, 0.90%p, 1.23%p나 높다.
지난해 3분기 수도권 주택 거래와 관련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대출 수요 억제를 주문했고, 은행권이 8월부터 앞다퉈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금리를 올린 뒤 아직 충분히 내리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별 시계열에서도 은행연합회 공시가 시작된 2022년 7월 이래 예대금리차 최대 기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1.51%p)과 하나은행(1.43%p)의 3월 예대금리차는 공시 집계가 존재하는 2년 9개월 사이 가장 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KB국민은행(1.49%p)은 2023년 1월(1.51%p) 이후 2년 2개월 만에, 우리은행(1.38%p)의 경우 2023년 2월(1.46%p) 이후 2년 1개월 만에 예대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NH농협은행도 1.55%p를 기록해 2023년 12월(1.71%p) 이후 1년 4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내리지만 대출금리는 그대로...가계대출 급증 우려에 예대차 확대 가능성↑
일반적으로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들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낮아져도 가계대출 급증 걱정에 대출금리가 묶여 있는 상태라 이례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상황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은행들은 줄줄이 예금금리를 낮췄다. SC제일은행은 23일 5개 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15%p 낮췄고 카카오뱅크도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금리를 0.10∼0.15%p 내렸다.
앞서 지난달 15일에는 우리은행과 토스뱅크가 예·적금 금리를 0.10∼0.25%p, 0.20%p씩 인하했다. IBK기업은행도 같은달 16일부터 26개 예·적금, 입출금식 상품의 금리를 0.10∼0.50%p 씩 낮췄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일 기준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58∼3.10%로 떨어진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월 주춤했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4월 다시 뛰었기 때문에, 특정 은행이 앞장서 대출 가산금리를 낮추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당국 반응, 대출 쏠림 현상 등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4월뿐 아니라 5월에도 예대금리차가 뚜렷하게 줄어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출 잔액은 급증하는 추세다. 4월 말 5대 은행의 가격대출 잔액은 743조848억원으로 3월 말보다 4조5337억원이 늘어났다. 2024년 9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폭의 증가세를 나타낸 셈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3조7495억원 급증해 이목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