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3시간여만, 원저우 룽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국제공항치고는 다소 규모가 작은 공항이지만, 공항의 규모와는 달리 공항 앞에 펼쳐진 드넓은 평야와 공항 건물 위에 매달린 크고 새빨간 ‘溫州’라는 글자는 중국에 왔음을 실감케 했다.
![원저우 룽완 국제공항 [사진=인더스트리뉴스]<br>](/news/photo/202505/64006_73000_2547.jpg)
중국 동남부 저장성에 자리 잡은 도시 ‘원저우(温州)’. 중국의 저명한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와 깊은 인연을 맺은 도시로, ‘중국 서예의 고향’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한다. 왕희지가 원저우와 정확히 어떤 인연을 맺었는지는 모르지만, 중국 10대 명산 중 하나인 ‘옌당산(雁荡山)’을 보니 원저우가 왜 서예의 고향이라고 불리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원저우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국가급 역사 문화 도시이자, 중국 경제 발전의 중심지 중 하나인 산업도시이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인 ‘Fox ESS’의 제조공장으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서 원저우의 역사 문화와 중국 대표 산업도시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신발 브랜드와 중국 유수의 전기 설비 제조기업, 글로벌 전력 및 에너지솔루션 공급기업 등 중국 민영 경제의 발상지 중 하나인 원저우의 위상을 알리는 기업들이 있었다.
![Fox ESS 중국 제조공장 전경 [사진=인더스트리뉴스]](/news/photo/202505/64006_72999_1646.jpg)
한국을 떠난지 4시간여만, 원저우 공항에서 차로 약 30분을 달리면 Fox ESS의 제조공장을 만날 수 있다. Fox ESS는 최근 KS인증을 획득하며, 국내 태양광 시장에 진출한 신생기업이다.
Fox ESS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도 낯선 기업이다. 불과 설립 6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짧은 업력에도 Fox ESS는 글로벌 태양광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유럽과 호주에서 성장세가 매섭다.
보통 설립 6년의 기업이라고 하면, 스타트업 정도의 기업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Fox ESS 제조공장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태산’이었다. 정문 입구에서 바라본 공장 건물은 끝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현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공장에 상주하는 직원 수만 2,000여명. 대부분의 공정에 자동화가 이뤄진 현대식 공정임에도 그 많은 직원이 상주한다니, 전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활약 이유를 가늠케 한다.
함께 Fox ESS의 제조공장을 찾은 국내 태양광발전 시공사의 대표는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이 중국 제조기업의 제조설비를 방문하면 가장 놀라는 부분이 규모”라며, “자본력으로 중국기업을 의심하면 안 된다”고 경고 아닌 경고를 날렸다.
더군다나 Fox ESS의 중요 주주 중 하나가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강 제조기업인 칭산실업(青山实业) 그룹이다. 칭산실업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제조기업 중 하나인 REPT의 모회사이다.

실제로 Fox ESS의 제조공장은 REPT 제조공장의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공장 투어에서는 Fox ESS뿐만 아니라 REPT의 제조공장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규모가 너무 커 바로 옆임에도 차로 이동해야 할 정도였다.
이날 자사 제조공장을 소개한 Fox ESS의 루시 정(Lucy Zheng) 이사(Major Account Director, 주요 고객 총괄이사)는 “칭산실업은 상류 자원 개발에서 중류 REPT 배터리 제조, 하류 Fox ESS 시스템 제품에 이르는 원재료 채굴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연결된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국기업들 사이에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과 품질로 유럽, 호주,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주요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품질보증기간 ‘7년’… 가격 경쟁력에 고객 신뢰 더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Fox ESS 성장의 기반에는 ESS(에너지저장시스템)가 있다. Fox ESS의 형제사인 REPT가 자체 개발한 ‘원딩 기술(问顶技术)’을 적용한 ESS는 Fox ESS가 강력한 글로벌 입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루시 정 이사는 “원딩 기술은 탭(Tab)과 버스바(Busbar) 연결 방식을 조정해 배터리 상단 공간을 줄이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동시에 제조 원가를 절감하며 배터리 수명을 15년까지 연장했다”며, “TÜV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IEC62619, UL1973, UL9540A 등 권위 있는 국제 인증 3건을 획득하며, 우수성을 입증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REPT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제조기업 중 하나이며, ESS용 배터리 분야 업계 TOP 3 기업 중 하나이다. 동력 배터리 분야에서도 세계 8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REPT의 기술이 적용된 ESS를 통해 기술력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쌓은 Fox ESS는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도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Fox ESS 제조공장에는 이러한 인버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한국 태양광 시장에 선보인 65kW급과 125kW급뿐만 아니라 700W급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용량의 라인업이 방문자들을 맞이했다.
인버터는 이상 발생 시 발전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설비이다. 지속적인 O&M(유지관리)과 실시간 감시가 필요하다. Fox ESS는 이를 데이터로거(Data Logger)로 해결했다. 각각의 인버터마다 데이터로거를 연결하면, 와이파이를 통해 한글화가 완료된 전용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일괄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 편리성뿐만 아니라 품질에 대한 신뢰도도 높였다. 일반적인 인버터 제조기업이 품질보증기간을 5년으로 설정하는 데 반해, Fox ESS는 국내 시장에서 총 7년의 보증기간을 설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탄탄한 자본력과 자사 제품에 대한 믿음 없이는 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한다.
“Fox ESS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현저히 적은 ‘소음’”
인버터에 대한 소개를 끝마치고 직접 제조되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제조공장에 설치된 주차장 태양광발전소를 만났다. 길게 늘어진 주차장 태양광발전소에는 Fox ESS의 인버터와 ESS가 설치돼 있었다.
Fox ESS 제품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소음’이다. 현지 직원에 따르면, 타사 제품 대비 소음이 월등히 적다. ESS는 이미 유럽시장에서 가정용 ESS로 공급되며 이를 입증한 바 있다. 실내에 ESS를 설치해도 문제가 없다. 그만큼 Fox ESS의 제품은 소음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강점은 인버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의 주요 주민 민원 중 하나가 인버터 가동 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불만이다. 하지만 Fox ESS는 인버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거의 없었다.
실제 Fox ESS 제조공장에 설치된 주차장 태양광에서는 오전 11시가 넘어가는 시간임에도 인버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거의 없었다. 이날 함께 Fox ESS를 방문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 역시 인버터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내 태양광 시공사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에 더해 소음에 강한 인버터라는 강점은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품질에 대한 신뢰도만 확보한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생산라인 불량 발생률 0.003%… 가혹한 에이징 테스트로 인버터 장수명 보장
Fox ESS라는 회사의 신뢰도와 기술력을 확인한 뒤, 다음으로 Fox ESS의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쉽게도 공장 내부는 보안을 이유로 사진 촬영은 불가능했다. 입구부터 방진복과 모자를 쓰는 등 단단한 채비 끝에 내부로 들어설 수 있었다.

Fox ESS 공장에는 대략 PCBA, 인버터, 배터리 및 충전기(충전 스테이션)로 구분되는 총 4개의 주요 생산라인이 있었다. 현지 엔지니어의 설명에 따르면, 이것은 1기 생산라인으로 현재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2기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라고 한다.
2기 생산라인까지 완공되면, 공장 대지는 약 12만600평 이상. 총 50개의 현대화된 생산라인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다. 이 중에는 11개의 SMT 라인, 10개의 DIP 라인, 10개의 조립라인 및 기타 라인이 포함되며, 연간 1,000만 대 이상의 인버터를 생산할 수 있다. 연간 60GW 이상의 인버터와 연간 10G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이다.
앞서 말했듯, Fox ESS는 신생기업이다. 당연히 설비들도 모두 신상이었다. 더군다나 자본력도 탄탄한 만큼, 모든 설비가 전부 최고급·최신식 설비라고 한다. 사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아무리 설비의 우수성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공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외한의 눈에는 단지 최고급·최신식 설비가 즐비하다는 정도가 받아들이는 느낌의 전부이다.
다만, 문과 출신에게도 인상적이었던 점은 굉장히 잘 정돈된 제조라인의 모습과 완벽한 분업화, 철저한 검수 과정이다. MES 시스템을 적용해 전 공정의 추적이 가능하며, 조립 후 테스트도 철저히 진행됐다. 전기 안전 테스트도 전압 오차가 1% 정도다.
이를 통해 생산라인에서 발생하는 불량률도 0.003%에 불과하다고 한다. 함께 공장 투어를 진행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니 매우 적은 수준이란다. 이마저도 불량 발생 시 제조과정에서 전면 폐기된다.
기밀 테스트 역시 최첨단 제품을 사용해 인버터, 배터리 등 제조라인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IP65 방수등급이 적용된다. 여기에 40~45℃ 온도, 15~20% 습도 등 가혹한 환경에서 에이징 테스트(Aging Test)가 제품에 따라 4시간에서 24시간까지 진행된다.

함께 Fox ESS를 찾은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각 제조과정마다 예전 유럽 인터버 기업의 제조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QC(품질관리) 프로세스가 적용됐다는 점”이라며, “깐깐한 품질 기준을 요구하는 유럽 수준의 QC 프로세스를 적용해 인버터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만큼 Fox ESS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생산라인 견학을 마치고 공장 밖으로 나오니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포장을 마친 인버터를 만날 수 있었다. Fox ESS는 오직 한국시장을 위한 인버터를 제조하고 있다. LCD 화면을 부착하고, 내부 구성도 KS인증에 적합하게 변경한 제품이다. Fox ESS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한 기술력과 품질 수준을 국내 태양광 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끝마친 모습이었다.
Fox ESS의 국내 시장 판매 총판을 맡은 알피오의 김재현 대표는 “Fox ESS가 비교적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유럽, 호주 등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현지화 전략”이라며, “Fox ESS가 한국시장을 대하는 자세에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 쌓아온 알피오의 서비스 전략을 더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 Fox ESS의 우수성을 알리고 점유율을 높인 뒤, 배터리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