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태양광 인버터 시장, ‘정책·기술·생태계’ 삼박자 필요
  • 정한교 기자
  • 승인 2025.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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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기술 표준 요구 여전… “단가 중심 아닌 품질 및 장기적 운영 관점의 시장 조성 필요”

[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인버터(Inverter)’는 모듈과 함께 태양광발전소를 이루는 핵심 설비이다. 태양광발전과 관련 있다면, 인버터의 중요성을 모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여받은 역할도 매우 많을뿐더러, 조그만 이상이라도 발생한다면 발전소 가동을 중단시킬 수도 있는 설비가 인버터이다.

인버터는 발전량 최적화, 출력 안정성, 고장 대응, 유지보수 편의성 등 발전소 운영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설비이며, 전력계통의 복잡성과 불안정성 해소를 지원하는 ‘계통 안정화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gettyimage] 

인버터는 태양광 모듈에서 발생한 직류(DC)를 가정이나 산업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교류(AC)로 변환하는 설비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인버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태양광 모듈만 못하다.

글로벌 정세와 연계된 태양광 모듈 기업들의 전략 변화나 가격 등락에는 업계와 언론이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인버터 업계 관련 소식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태양광발전소 설비 투자비용에서 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인버터는 발전량 최적화, 출력 안정성, 고장 대응, 유지보수 편의성 등 발전소 운영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설비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전력계통의 복잡성과 불안정성 역시 증가하면서 인버터의 중요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제 인버터는 단순한 보조 설비가 아닌, ‘계통 안정화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최근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니터링, 계통 안정화 기능 등이 접목된 ‘스마트 인버터’가 주목받고 있으며, 고도화된 전력제어 기술이 적용된 인버터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특히, AI 기반의 발전량 예측, 고장 진단 기능, 자동 최적화 알고리즘 등이 적용된 스마트 인버터는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고 인버터 수명 연장을 지원해 사용자의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여준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자율관리 시스템(EMS)과의 연동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인버터는 태양광 O&M(유지보수), 리파워링, VPP 등 전력망 연계나 기능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설비”라며, “인버터 산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양광 인버터, 기술 경쟁 속 제도 개선이 관건

이러한 기술 발전과는 별개로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은 접속 계통 부족, 인허가 지연, 저가 수입품 공세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안정적인 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계통 연계 기준의 복잡성과 지역별 해석 차이, 장기적인 운영 안정성보다 초기 설치비용을 중시하는 분위기, 기술보다 가격 중심의 시장 구조가 고품질 제품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에서 활약 중인 인버터 기업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은 ‘KS인증’이다.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KS인증으로 인해 제조기업과 발전사업자 모두에게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KS인증의 가장 큰 문제는 인증 비용에 있다. 높은 비용을 내고 KS인증을 받은 제품도 추후 기술 기준이나 제품 성능 개선이 진행되면,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제조기업은 또다시 비용을 내고 얼마간의 인증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제·개정 당시부터 국제표준과 다른 길을 걸었던 KS인증은 기술 표준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더욱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업계는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KS인증을 진행하는 기관마다 요구하는 인증이나 규격에서 원하는 방향이 다르다 보니 중복된 규격을 요구하거나 한쪽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스펙을 변경해야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변경된 부분을 인정받기 위해 또 다른 추가 인증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별로 다른 계통 해석 방식 등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이 산업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통합된 해석 체계 등 시급한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버터 시장의 최근 이슈는 양면모듈 BNPI 적용”이라며, “모듈 기업만이 아닌 인버터 기업들의 혼란도 지속되고 있으며, 모듈과 인버터 간 105%의 DC/AC ratio 등 실제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축소된 시장 규모에서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점한 중국산 인버터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국산 인버터 제조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진=gettyimage]

위기 빠진 국산 인버터, “전략적 육성 및 보호 필요”

“예전에는 기업 간 기술 수준에 차이가 발생했다면, 최근 인버터 시장은 기술이 상향 평준화됐다. 기술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가격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작용했고, 중국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국산 태양광 기업들은 코너에 몰린 상황”

모듈에 가려져서 그렇지 국산 인버터 제조기업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산 제품과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국산 기업들은 노후 인버터 교체, 주택용 태양광 등의 사업으로 살길을 찾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버터 시장에 외산 인버터 제품이 넘쳐나며, 결국 동남아시아나 일본처럼 외산 제품이 시장을 독점해 버리면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아직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국내 산업에 대한 기여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가 앞으로 정부나 산업체 모두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단가 중심의 현재 시장은 품질 중심의 제품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며, “업계 전반에서 기술적 표준화와 정보 공유, 고품질 제품의 가치 재조명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발전소는 20년 이상 장기간 운영되는 사업이며, 인버터는 태양광발전소의 운영을 결정짓는 설비이다. 발전소 수익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긴 서비스 수명과 신속한 유지보수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발전사업자들이 겪는 가장 많은 애로사항이 바로 사후 서비스”라며, “가격 중심이 아닌, 품질 및 사후 서비스 측면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23년 약 30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2030년까지 78GW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이지만, 고무적인 것은 이전보다 보급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다.

78GW 중 태양광 55.7GW를 맡는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산업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수도 있다. 태양광 인버터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기술이자, 스마트 전력망 구축의 중추 설비이다. 기술적 진보뿐만 아니라 정책과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시장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국내 태양광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됐고, 시장 규모가 작아지니 국산 태양광 인버터 기업들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자칫 우리보다 일찍 태양광 시장이 성장했던 국가들에서 나타났던 사례를 반복할 수도 있다.

국산 기업들이 쌓아온 기술력과 현장 경험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다시금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향후 대규모 발전소가 국가 전략 시설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산 기술의 육성과 품질 확보를 위한 전략적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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