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등 급변하는 통상환경 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역할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APEC 통상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원국들은 최근 통상현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거쳐 공동선언문을 만장 일치로 채택했다. APEC 회원국들은 근본적인 도전과제에 직면한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해 우려를 공유하며, 무역 이슈 진전을 위해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법적 토대를 제공해온 WTO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한 WTO에서 현대 통상 이슈 논의를 심화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며 기업 친화적인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APEC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응고지(Ngozi) WTO 사무총장은 “WTO가 다시금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적실성 있는 기구로 거듭나겠다”면서 “WTO가 포괄적이고 의미있는 개혁을 달성할 수 있도록 APEC 통상장관들이 지지해달라”며 촉구했다.
앞서 전날(15일) 열린 개회식에는 APEC 기업인자문위(ABAC) 의장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참석해, 급변하는 글로벌 무역 및 금융환경에 대한 ABAC 권고사항을 각국 통상장관들에게 공유했다.
먼저 조 부회장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무역’의 유지를 역설하면서 글로벌 통상시스템의 안정, 예측 가능성, 비차별성을 핵심으로 하는 WTO 원칙을 지지해 줄 것을 각국 통상장관들에게 권유했다.
그는 이어 다자협력 강화를 위해 분쟁해결기구의 복원을 포함한 실질적인 WTO 개혁 필요성 강조했다. 이와 함께 △APEC 기업인 이동카드(ABTC) 시스템 개선 △무역의 디지털화 지원을 위해 종이없는 무역을 위한 APEC 우수센터 설립 등 ABAC 각 워크 그룹에서 논의되고 있는 다양한 아젠다에 대해 지원을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편 한국은 ‘AI 통상(AI for Trade) 이니셔티브’를 제안하고, 이에 대한 회원들의 폭넓은 관심과 지지를 확보했다 △관세·통관 행정에서의 AI 도입 확대 △각 회원들의 상이한 AI 정책에 대한 민간의 이해도 제고 △AI 표준 및 기술에 대한 자발적인 정보 교환 등 3대 추진 과제를 제안해 합의를 도출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올해 8월에 인천에서 ‘AI 통상 민관 다이얼로그’를 개최해 3대 과제 이행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미국, 중국, 일본, 호주, 캐나다, 칠레 등 아태 지역 21개 회원국 통상장관을 비롯해 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고위급이 참석했다.
한국은 1989년 APEC 창립 멤버이자 2005년 의장국을 맡아 통상장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20년 만에 다시 제주에서 열리는 것이다.
이틀간 회의를 주재한 정인교 통상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어 금번 통상장관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의장인 저를 비롯해 20개 회원 통상장관들과 100여명의 공동선언문 협상팀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이번 회의에서 이루어낸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에 개최될 외교통상각료회의 및 정상회의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