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읽기] 단일화의 역발상, '어른' 김문수가 접으면 이준석이 뜬다? 
  • 성기노 기자
  • 승인 2025.05.27 17: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문수측 "개혁신당 뜻 존중...단일화 없어도 이길 수 있다" 자강론 선회
이준석 "비상계엄 세력으로의 단일화는 없다" 돌아갈 다리 불사르며 '직진'
보수층 일각 "이준석으로 단일화 해야 金 지지층 덜 빠져 나가 해볼 만" 압박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5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5월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성기노 기자] 6.3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막판 변수는 보수 대결집과 후보 단일화 여부다. 이 2개의 명제는 하나로 묶여 있다. 보수 대결집이 이뤄지려면 뭔가 추동력, 명분이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후보 단일화 외 실의에 빠진 보수와 탄핵으로 실망한 중도층의 어깨를 들썩거릴 만한 이슈가 없다. 하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오늘 최후의 일격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선거에 없다"며 돌아갈 다리를 불살라 버렸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측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통해 "“개혁신당의 뜻을 존중한다. 단일화 없어도 김문수 후보가 이길 수 있다”며 사실상 단일화의 문을 닫아버렸다. 김 후보측은 자강론으로도 충분히 3자 대결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단일화 당사자인 김문수-이준석 모두 퇴로가 없는 직진 모드로 돌입했다. 

사실 김-이 캠프 모두 쉽게 양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후보는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라는 막중한 책임감과 양자대결시 이준석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점 때문에 물러날 처지가 아니다. 이준석 후보 또한 막판 지지율이 10%대를 넘어서면서 내심 15%(선거비 전액 보전 커트라인) 이상 득표를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가 15%를 득표한다면 보수세력의 확고한 독자 영역 구축과 함께 차세대주자로 '공증'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대선에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실력을 한번 검증받고 싶은 욕망이 클 것이다. 

이렇게 김-이 후보 모두 단일화에 대해 물러설 수 없는 명분과 동기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이 후보 주변 인물이나 세력이 억지로 두 후보를 몰아세우며 단일화를 '강요'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27일 모 보수언론의 한 칼럼이 그 불을 지폈다. '진짜 김문수'가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결단을 내리라는 게 요지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거부 입장을 거듭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한 거부 입장을 거듭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보수언론이 분위기를 잡으며 토스를 하자 개혁신당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 공을 받아 쳤다. 이동훈 개혁신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27일 페이스북에 “김문수가 사퇴하면 이준석이 이긴다”며 “이재명 총통 시대를 막기 위해 이준석으로 승부 보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중앙일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24~25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이준석 후보의 지지층의 48%가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준석 후보로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김 후보 지지층의 이탈 규모는 24%로 줄었다(전국 성인 1004명 대상,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준석 후보로 단일화를 해야 이탈표가 적게 나와 그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지난 24~25일 여론조사회사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도 한국갤럽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김문수’ 양자 대결이 치러질 경우 이준석 후보 지지층 절반 이상인 52.3%가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재명-이준석’ 양자 대결이 치러질 경우 김 후보의 지지층 37.5%가 이탈했다. 이번 조사는 전화면접(100%) 방식으로 무선 RDD를 표본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0.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조사결과에 고무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측은 줄기차게 "이준석 후보에게 표를 주는 순간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를 먼저 언급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게 맞다'는 논리가 설파되고 있다.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단일화 얘기를 먼저 꺼낸 사람(김문수)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오늘(27일) TV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준석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사퇴하면 단일화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민주당에서도 이 시나리오에 굉장히 예민하고 반응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번 대선판이 ‘윤석열 심판’에서 ‘이재명 심판’으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만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문수 후보측은 '김문수 양보론'을 '헛된 망상'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특히 3자 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이 넘친다. 김 후보측의 대응 논리는 두 가지다. 먼저 '사표 방지 전략 투표'다.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대선이 3자(이재명·김문수·이준석) 대결 구도로 치러지면 국민은 투표장에서 스스로 판단해 사실상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며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이 나서서 단일화를 이뤄줄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사표 방지 심리가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준석 후보 당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김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나머지 하나는 보수 분열의 책임론이다. 김 실장은 단일화를 거부하는 이준석 후보의 전격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10%의 지지율을 가지고 대선에 승리할 수는 없다. 10%를 얻어서 여러 가지 정치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현재 보수 분열의 책임을 그것까지 감수하겠느냐"며 "앞으로 보수 진영의 지도자로서 정치 활동을 할 텐데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도 어떤 방법이 가장 현명한 길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단일화는 원래 강자가 약자에게 '사표 방지'를 위해 자신 밑으로 들어오라는 게 핵심이다. 현재 보수후보 1위 강자인 데다 지지율도 앞서고 있는 김문수 후보가 어떻게 '드롭'을 선언하며 이준석 후보에게 양보를 할 수 있을까. 말이 되지 않지만, 일부 보수층에서는 "김문수가 사퇴해야 보수가 이긴다"며 불이 꺼진 단일화에 다시 불씨를 쑤셔넣고 있다. "'어른' 김문수가 젊은 세대에 새로운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점잖은 충고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보좌관은 이에 대해 "단일화는 불과 몇 분 사이에도 일어날 수 있다. 후보 한 사람이 두 눈 딱 감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내일(28일)까지 결정되면 좋겠지만 투표날 직전인 6월 2일 밤 11시 55분이라도 전격 성사될 수도 있다. 막판에 극적 타결이 된다면 그 효과나 주목도도 배가된다. 단일화 여부를 두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끝까지 끌고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물론 보수 후보 막판 단일화는 진보진영의 재결집을 부르는 또 다른 촉매가 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