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드는 변화, 숙련자와 중간 숙련자의 격차 생길 것
[인더스트리뉴스 박관희 기자]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국내 도시락 업체 중 한 곳은 무인판매기로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은 높였다고 소개했고,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한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집합체인 빅데이터는 사람 수준의 자각이나 이성적 판단이 가능해 호시탐탐 인간의 일자리를 넘보고 있다.
급기야 청년의 일자리를 우려하는 수준이 됐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을 품고 있는 청년의 일자리는 개인의 역량을 통해 기업 등 조직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고, 조직 단위를 넘어서는 국가적 경쟁력 확보의 수단이 되고 있다.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잰걸음 행보를 보이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제주도가 ‘4차산업혁명 펀드’를 제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와 관련 “4차산업혁명 펀드는 민관이 하나 돼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이자 혁신의 4차 산업혁명 기업의 뿌리를 제주에 내려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가 목표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제주청년을 4차 산업혁명의 인재, ICT 전문가로 성장시키겠다는 것이고, 추가적으로 4차 산업혁명과 카본프리 아일랜드 2030 프로젝트를 융합해 새로운 산업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석이다.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비교해 생존의 문제에서 절실함이 덜하지 않은 기업들의 대응도 고도화 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AI가 일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 전략을 공개했다. 스마트한 공장보다 한 단계 더 진화된 지능화(Intelligent) 된 공장이다. 일반적으로 AI는 설비와 공정, 검사와 자재·물류 등 제조 4대 핵심영역에서 인간을 대신해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삼성 관계자는 ‘AI가 엔지니어를 대체해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을 해결해주는 역할의 가치가 크다’고 소개했다. 삼성의 AI가 하는 일도 실제 다르지 않지만, 업무를 담당하던 기존 엔지니어들이 앞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결정하는 역할, 또 AI 운용을 위해 더욱 전문성이 부여된 업무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는 말인데, 이점이 현재 디지털 경제 사회가 요구하는 미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KT는 5년간 23조원 투자해 AI 인재 양성에 나선다. KT는 4차산업혁명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맞춤형 무상교육 시스템인 '4차산업아카데미' 등 교육과정을 신설한다. 연간 400명씩 5년간 2,0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삼성과 KT의 사례에서 보면 기존 인력의 전문화, 또 전문 인력의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산업연구원 윤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산업혁명 이후 세계경제는 다섯 차례의 기술혁신 사이클을 거쳤고, 이런 숨 가쁜 혁신의 사이클은 새로운 기술의 변화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기업조직이나 시장제도의 역동성이 중요해졌고 기업들은 디지털 환경에 맞도록 조직의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노동력의 기술숙련도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에서는 인간이 독점하고 있던 인지능력과 지각능력까지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되는 노동작업의 영역이 과거보다 훨씬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디지털 격차가 더욱 벌어져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위원은 “신디지털 경제로 이행하는 과도기에는 일부 고숙련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주어지지만 높은 수준의 지능화와 자동화로 인해 중간 숙련노동자들은 임금 하락 등 노동 조건의 악화에 직면할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 “일자리의 양극화와 임금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금 보험과 같은 강력한 디지털 세이프가드 장치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