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실패하는 3가지 이유
[인더스트리뉴스 방제일 기자] 여기 A공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공장의 장비는 제각각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미 오랜 세월에 따라 노후했다. 현장의 케이블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며 매일 매일 일정 업무의 작업량을 통해 작업이 이뤄진다. 그 뿐 아니다. 가장 보편적인 수기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의 생산량과 판매량 등 주요 데이터를 기록한다. 하지만 매월 정산 때는 기록된 데이터와 실제가 달라 애를 먹기 일쑤다.
A공장 또한 어느 정도 자동화된 라인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자동화된 라인 안에서 인력은 필수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최근 발생했다. 바로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이다. 우스갯소리로 내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소제조기업 대표의 경우 직원들의 월급은 매년 오르는 것 같다. 그러나 대표인 내가 다달이 가져가는 돈은 매년 줄어드는 기현상에 직면해 있다. 어떤 대안을 찾고 싶으나 대안이 딱히 없다.
그러다 주변 B공장의 대표가 최근 스마트공장 지원 정책에 따라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B공장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니 5천만원을 투자하면 5천만원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B대표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만족스럽다며 껄껄 웃었다. A대표는 5천만원이란 비용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5천만원만으로 스마트공장을 구축할 수 있다고 하니 큰 맘 먹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해 거액을 투자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청사진을 그린 A대표.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렀다. A공장은 3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직원은 늘었고 수익은 줄었다. 처음에 꿈꿨던 스마트팩토리는 어디에도 없다. A대표에게 있어 스마트팩토리는 그저 한 여름밤의 꿈이었다.
대체 A공장의 A대표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첫 번째 이유 : 스마트팩토리를 지나치게 거창하게 생각했다
A공장의 상황은 중소제조 현장에 있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일 혹은 매월 일어나는 일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ICT 솔루션을 도입하고 생산량과 효율성을 높이자고 말한다. 하지만 투자여력도 인적자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하면 무언가 크게 변할 것이라 기대한다. 대기업과 같은 효율적인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을 통해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 믿는다. 이것은 환상이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무언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팩토리 구축 초기에는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여러 가지 관리 시스템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ERP, PLM, MES 등의 ICT 솔루션들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면 오히려 업무는 늘고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 : 스마트팩토리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필요성을 말함에 있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키워드는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제고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제고가 반드시 수익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이 제고되면 기존 손실되는 비용들은 인력고용이나 직원 재교육 비용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 할지라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팩토리는 오히려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이런 수익 구조 개선을 통해 향후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에서의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ERP, PLM 등 ICT 솔루션 전문 인력 고용을 통해 솔루션을 효율적으로 사용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인력 고용에는 또다시 비용이 소모되며 적자는 늘어난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는데 왜 수익은 늘지 않고 비용은 늘어날까란 고민이 몰려온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완성’이란 개념이 아니다. 애당초 스마트팩토리의 명확한 정의가 없다. 각 기업마다 다르고 처한 환경마다 다르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는 지속적인 유지보수 과정을 통해 나아가야할 방향성이라 이해하는 편이 옳다.
세 번째 이유 : 자사의 수준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이 말은 2,500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하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함에 있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사의 현 수준을 몰라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나친 비관과 낙관이 혼재돼 있다.
예를 들어 A공장의 대표가 ‘우리가 무슨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라고 생각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무관심하고 현실에 안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A공장은 아마도 3년이 지난 지금에는 벌써 폐업을 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올라가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A공장의 대표가 자사의 수준을 모르고 지나치게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매진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초기 투자 비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지보수 및 인력고용 비용까지 포함해서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고민하는 대표라면 반드시 계획이 있어야 한다. 무턱대고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다가는 오히려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스마트팩토리 구축은 현실에 맞게,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진행해야 한다. 옛 속담과 같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특히 중소제조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함에 있어 선제적으로 자사의 현실과 수준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어느 부분에서 개선할 것인지, 어느 부분에 어떤 ICT 솔루션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나아가 공급 기업과의 수많은 미팅을 통해 제대로 된 컨설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공급 기업과의 컨설팅을 통해 명확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나아가 정부 정책 또한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경우 스마트공장을 총 3단계에 걸쳐 지원한다. 이 단계별 지원에 맞춰 자사의 스마트팩토리도 단계별로 맞춤형으로 진해야 한다. 무리한 투자는 경계해야할 뿐 아니라 현재는 필요 없는 ICT 솔루션을 무리해서 도입할 필요는 없다.
소크라테스의 말과 같이 너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사의 현 수준을 명확하게 파악해 가능한 만큼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야 한다. 혹자가 A공장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상황을 보며 이것이 무슨 스마트팩토리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보다 생산성 향상과 효율성이 제고됐다면 분명히 그것은 A공장에게 있어서는 ‘스마트팩토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