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국에서 전기자동차가 가장 많은 곳이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제주도 내 전기차 등록 현황은 1만8,062대로 점유율은 22%대에 달한다. 서울 1만2,711대(점유율 15.3%), 경기도 1만1,035대(점유율 13.2%)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앞으로 서울과 경기도가 전기차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예정이어서 제주도의 전국 1위라는 아성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전기차의 불모지였던 시기부터 제주도는 도정과 도민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전기차 도입에 힘을 쏟았다. 대한민국의 전기차를 선도하는 지역, 그 명성만큼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높은 도민 의식, 성장한 인프라로 전국 1위 명예 지킨다
제주도에 전기차 도입이 수월했던 이유는 지리적인 여건도 크게 작용했다. 대체로 제주도민의 생활영역은 제주시나 서귀포시 같은 시내에서 일어난다. 특히 제주시의 활동 점유율이 전체의 50% 이상을 넘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제주도 내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평균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2시간을 넘지 않는다. 초창기 전기차 배터리의 평균 주행시간이 길지 않았던 시기여도 제주도 내에서라면 충분히 이용할 만했다.
가장 많이 보급된 현대차의 코나를 기준으로 전기차 1회 충전시 405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제주도를 일주할 수 있는 일주도로의 길이가 총 176km를 감안하면 2번은 일주하고도 남는 거리인 셈이다.
게다가 제주도 내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도 상당히 좋아진 상태다. 현재 제주도 내 자동차 충전기는 총 1만4,144대에 이르고 있어서 전기차 1대당 1기의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런 인프라와 도민의 성장된 의식을 바탕으로 제주도는 전기차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것으로 전망되는 2023년부터 전기차 보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서 2025년까지 22만7천여대, 2030년까지 37만7천여대를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것이 제주도의 카본프리아일랜드(CFI) 2030의 목표다.
전기차 충전서비스 특구로 새로운 전기차 비즈니스 모델 만든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전기차와 관련한 규제자유특구를 추진해온 결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19년 1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전기자동차 충전서비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받았다. 이에 따라서 제주도는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와 사업별 실증지를 포함해 총 17개 지역에서 사업비 267억원을 투입해 특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제주도는 △충전기 성능 개선 △ESS 탑재 이동형 충전기 △공유 충전 서비스 △이동형 전기차 진단 서비스 등 4가지 사업분야에서 특례를 받게 된다.
먼저 제주도는 현 50kW 충전기 두 대를 병합해 100kW짜리 충전기를 신설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제주도는 1기당 초기 설치비를 기존보다 2천만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제주도는 전기차 전용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수전용량 한계로 충전기를 설치하기 어려운 주차장에 ESS를 전동카트에 실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런 충전 서비스는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나 대규모 행사장처럼 한시적이고 시급한 상황에서 매우 요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제주도는 개인이 소유한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간대에 필요한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플랫폼 조성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이동형 전기차 점검차량 운행을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전기차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이 가시화될 경우 법적인 성능상태점검과 더불어 전기자동차 평가모델과 중고 전기차의 적정가치 산정모델을 개발해 서비스에 적용함으로써 전기차 중고거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이런 사업들과 관련해 총 15개 사업자들이 제주도의 특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 사업들을 통해 4년간 매출 330억원, 수출 300만불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제 극복으로 전기차 후방 산업의 선도자로 나선다
반면, 제주도의 전기차 사업에는 상당한 과제들도 산적해있다. 일단 전기차 구매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전기차 구매 상승폭도 줄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2030년까지 37만여 대를 전기차로 대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내연차들이 사라질 경우 주유소나 정비업체 일거리마저 사라질 수 있어서 기존 관련 사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또한, 제주도가 처음 추진하려 했던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및 전기차 개조와 제조 등의 계획은 이뤄지지 못하면서 특구 사업 자체가 처음 계획보다 상당히 축소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공공기관의 차량부터 전기차로 교체하는 한편, 충전요금 감면제 및 전기차 주차구역 지정, 편의 정책 선도 등을 통해서 도민의 전기차 구입을 독려하고 있다. 아울러 계속해서 전기차 특구 확장사업도 꾸준히 추진해 확대할 방안을 찾겠다는 포부다. 특히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전기차 폐배터리 유통이력 관리시스템’이 2019년에 구축된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다.
또한, 제주도는 이미 지난 2018년부터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센터와 배터리 산업화 센터 등을 설립한 상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제주도는 배터리 활용과 전세계 수준의 성능 평가 규정과 배터리 정보체계을 구축해 전기차 후방산업만큼은 글로벌급으로 우뚝 서겠다는 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