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에너지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기다. 이미 수많은 선진국들이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은 오히려 에너지 안보를 약화시키는 모습이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제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산업이라는 측면에서 태양광 시장과 국내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
지난 2월 15일 인포더 리더스홀에서 열린 ‘2023년 태양광 모듈 산업 발전방향과 시장 활성화 대책’ 간담회에 참석한 국산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 관계자들은 작금의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이같이 평가했다.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시장 축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산 모듈 제조기업들은 정부의 RPS 의무공급량 하락 발표, SMP 상승으로 인한 RPS 시장을 외면하는 발전사업자의 증가 등 유일한 보호수단이었던 탄소인증제가 점차 힘을 잃어감에 따라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의 마지막 수문장이었던 모듈산업마저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 아래 가격 및 기술 측면에서 이점을 높여가고 있지만, 국내 제조기업들은 기업 존폐위기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코너로 몰린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산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 관계자들 역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국내 태양광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월간 <솔라투데이>와 인터넷신문 <인더스트리뉴스>는 국산 태양광 모듈 제조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급격한 정책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태양광 산업 현황과 산업 발전을 위한 업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성이엔지 이민영 팀장과 권재범 차장, 에스디피브이 박일서 대표, 한솔테크닉스 한상종 팀장과 변재우 수석, 한화큐셀 정규창 파트장, 현대에너지솔루션 정규진 팀장 등 국내 태양광 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들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본지는 이날 간담회에서 거론된 주요 내용들을 정리했다.
사회자 : 기업별 2022년을 평가하자면?
에스디피브이 박일서 대표 : 희망에 부풀어 시작한 2022년이었지만,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매우 어려웠던 한 해였다. 신규 설치량 4GW를 돌파했던 2021년은 수요가 증가한 만큼, 제조업에게도 긍정적이었던 한 해였다. 이러한 기세를 이어받아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긍정적이었던 시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RPS 미달로 탄소인증 1,2등급 모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부침을 겪었다.
한솔테크닉스 한상종 팀장 : 에너지사업이다 보니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데, 다년간의 시간 중에서도 최근이 가장 힘들다고 느껴진다. 해외 수출도 겸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을 수도 있겠지만,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은 현재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RPS만 하더라도 14.5% 의무공급량 비율이 13%로 줄어들었고, 활발했던 발전공기업들의 자기 자본 투자를 통한 발전소 건설도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태양광 주택사업, 건물 지원사업, 농민들에게 저리로 빌려줬던 시설자금대출사업 등 정부 보급사업 예산이 상당히 삭감되면서 관련 산업에 기여 중인 기업들도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한화큐셀 정규창 파트장 : 국내 태양광 산업에 종사 중인 기업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전반에서 위기감을 가지고,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내 태양광 신규 설치량을 약 3GW 규모로 예상한다. 이 ‘3’이라는 숫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GW가 설비 확인 기준이라고 보면, 이전부터 인허가가 진행됐던 사업들이나 이미 시공은 완료됐으나 계통 연계 문제로 대기 중이다가 시작한 사업이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정체됐던 물량이 소화되고, 앞으로는 이격거리, 민원 등의 수용성 문제로 점점 신규 인허가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2023년은 이러한 어려움이 더욱 체감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소 소극적으로 올해 시장을 전망하자면, 2GW 정도의 신규 설치량을 예상할 수 있겠다.
한솔테크닉스 한상종 팀장 : 올해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를 당사 역시 2GW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내 모듈 제조기업의 제조용량(capacity)만 2GW를 상회한다. 더군다나 민간 주도의 RE100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유일한 국내산업 보호장치인 탄소인증제가 힘을 잃으면서 외산 제품과의 경쟁으로 국내 모듈 제조기업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신성이엔지 이민영 팀장 : 지난해 1분기에 발생했던 상황이 올해 1분기에도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다소 혼란스러웠던 정책과 이에 대한 후속 정책 발표가 계속 지연되면서 무언가가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들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발전사업자들은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제조기업들은 제품을 계속 생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만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쟁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이례적으로 모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대부분의 모듈 제조기업들이 손익 측면에서는 좋은 실적을 냈지만, 내부 환경적으로는 시장이 축소되고 제조기업간 경쟁이 심화돼 전반적으로는 어려운 시기였다.
신성이엔지 권재범 차장 : 우스갯소리로 하던 ‘오늘이 가장 쉬웠다’라는 말이 체감되는 요즘이다. 과거부터 계통인허가, 이격거리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최근의 상황이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가장 큰 요인은 태양광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조성 등 신규 사업 진행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기업들은 작년 대비 올해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 시장 전반적으로 저가 모듈을 고려하는 발전사업자들이 증가하면서 국산 제조기업들은 매우 어려운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스디피브이 박일서 대표 : 2GW, 잘해야 2.5GW 최대 이 정도로 보는 게 지금의 현실인 것 같다. 이는 글로벌 추세와는 완전히 역행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지면서 미국, EU 등이 자국 산업 강화에 나선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시장과 산업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하반기에는 파이낸싱까지 모두 중단되며,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게 고민하고 정책을 진행했으면 한다. 또한, 산업계 내부에서도 자구적인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 모든 참석자들이 중국기업과의 경쟁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경쟁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가?
한솔테크닉스 한상종 팀장 : 역시 가격이다. 피부로 느끼기에는 이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폴리실리콘, 잉곳 등 업스트림 산업이 굉장히 잘 구축된 반면, 국내는 업스트림 산업이 사실상 붕괴된 상황이다.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에스디피브이 박일서 대표 : 역관세도 문제다. 한화큐셀, 현대에너지솔루션 등 셀을 제조하는 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일부 부자재를 빼고는 대부분의 원부자재를 중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원부자재들은 모두 관세로 국내에 유입된다. 이에 반해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모듈은 무관세로 유입된다. 이러한 역관세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국내 일부 기업의 모듈 원가와 탄소인증 미획득 기준으로 중국 모듈의 판매 단가를 비교해봤더니 원가보다 더 낮은 금액에 판매하고 있었다.
한솔테크닉스 변재우 수석 : 예전에 언론을 통해 한국 모듈이 실상은 모두 중국산 원부자재로 구성됐기 때문에 중국산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굉장히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적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중국기업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 아래 성장해왔다.
이에 반해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 등 태양광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던 국내기업들은 어떠한 지원도 없이 경쟁해야 했고, 결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이 무너지고, 모듈 제조기업들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개선방향이나 자구책에 대한 고민은 없이 비판 및 비난만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에스디피브이 박일서 대표 : 이제 효율 등 제품의 퀄리티에 차별성을 두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핵심은 가격 경쟁력이다. 그렇지만 변 수석의 이야기처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정책 아래에서는 국내기업들이 매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고민. 예를 들어, 붕괴된 국내 밸류체인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지에 대한 어떤 포괄적인 논의들이 진행돼야 한다. 태양광 제조업의 마지막 단계인 모듈산업만은 살아있어야 한다. 태양광 밸류체인에서 모듈산업이 무너진다면, 제조업뿐만 아니라 발전사업까지 모두 무너질 것이다.
한화큐셀 정규창 파트장 : 중국기업들의 기술적 발전도 상당히 빠른 상황이다. 예전에는 기술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고 가격 측면에서만 차이가 발생했다면, 최근의 모습은 n타입 모듈 등 공격적인 투자로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격차를 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일자리 및 공급망에 투자하며, 내수산업을 육성하려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한 번 산업이 뒤처지게 되면, 다시 따라잡기가 정말 어렵다.
사회자 : 최근 태양광 시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n타입 모듈이다. 이에 대한 전망은?
현대에너지솔루션 정규진 팀장 : 국내 태양광 셀은 현재 p타입 PERC에서 n타입 탑콘(TOPCON) 및 HJT와 같은 고효율 셀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이와 같은 고효율 제품을 양산해 국내기업보다 빠르게 고효율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며, 국내기업들도 시장의 트렌드에 발맞춰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향후 이와 같은 고효율 제품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디피브이 박일서 대표 : 그동안은 p타입 PERC셀이 대세였지만, 최근 기업들의 지속적인 투자로 효율이 높으면서 가격도 높았던 n타입 모듈이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기업들도 노력하고 있다.
신성이엔지 이민영 팀장 : 국내에서 유달리 모듈 출력에 대한 경쟁이 심한 것은 좁은 국토라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요인이 작용했다. 최대한 많이 설치를 하려다 보니 고출력에 대한 니즈가 강한 것이다. 2019년경만 해도 출력보다는 효율을 선호하는 시장이었다. 출력 경쟁이 심해진 것은 모듈 사이즈가 지나치게 대형화되면서부터다.
대부분의 제조기업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미 모듈 사이즈는 지나치게 커진 상태로 여기서 더욱 커진다면 제품 품질에 대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본다. 결국 앞으로의 시장은 모듈 사이즈를 키우기보다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조기업들이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엔 n타입 탑콘이나 HJT로 제품이 공급돼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제조기업들이 중국산 원부자재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국산 모듈이 원가경쟁력에서 이점을 가져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미 국내에 n타입 탑콘 모듈을 소개한 중국 제조기업들도 있는데, 국내기업의 p타입 모듈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기업들이 이제 투자를 시작해서 그 원가경쟁력을 따라갈 수 있을까?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이 n타입 탑콘 모듈의 KS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내년쯤이면 시장 양산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국산 제품이 n타입으로만 공급된다면,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p타입, n타입이 혼재된 시장에서는 국내 제조기업이 n타입으로 가격경쟁력을 가져가기엔 어렵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정책들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투자가 빠르게 이뤄지기 어려운 정책들을 내놓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사회자 : 국내 제조기업들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SMP 상승으로 인해 현물시장에 참여하는 발전사업자의 증가 등 유일한 국내기업 보호수단이었던 탄소인증제 마저 힘을 잃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은?
신성이엔지 이민영 팀장 : 기후위기 시대에 저탄소 제품을 써야 된다는 취지는 옳다. 그렇다면 이러한 탄소인증 제품을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물시장이 좋아지면서 저탄소 인증을 받지 못했던 중국산 제품들이 다시 공급을 높여가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 태양광 시장이 위축되면서 그나마 기업들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융복합 시장이다. 정부 지원사업인 융복합 시장은 국산 제품을 사용해야 되지만, 탄소인증제가 적용되지 않는 시장이다.
그런데 태양광 모듈의 탄소인증 등급에서 1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모듈 제조 원가에는 차이가 없다. 미국이나 독일에서 제조된 폴리실리콘을 사용해야 하는 1등급을 제외한 2등급부터 등급이 없는 제품들까지는 사실 동일한 원가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융복합 시장에서는 등급이 없는 모듈들이 위축된 시장에서 그나마 점유율을 높이고자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 정규진 팀장 : 지난해 상반기 RPS 입찰 미달 사태로 중국산 모듈을 사용한 사업자들이 높은 가격으로 입찰을 진행해 낙찰된 사례도 있다. 현물시장 가격이 여전히 매력적인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RPS 시장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올해부터는 중국산 모듈도 탄소인증제도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RPS 입찰가 상한선을 정해놓고 입찰 시장이 미달되는 상황에서는 탄소인증제도의 기여도는 없다고 봐야한다.
태양광 모듈과는 별도로 최근의 국내 태양광 시장에 대한 아쉬운 점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최근 한전에서 신설한 재생에너지 직접 PPA 요금제다. 이미 자주 언급되고 있는 요금의 불합리성은 차치하더라도 ESS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일반 전기요금제 대비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제는 ESS 확대 정책과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경부하 시간대 요금을 올리고 중간~최대 부하 시간대는 인하했다. ESS의 본래 목적은 경부하때 충전한 전기를 부족한 시간대 사용해 혜택을 얻어야 하는데, ESS를 충전해야 할 경부하 시간대 요금이 인상되고 최대부하 조건에서는 요금이 인하된 것이다. PPA로 1%라도 조달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제도가 적용되는 현 제도하에 혜택이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ESS 확대 정책과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자 입장에서는 PPA로 일부만 조달하더라도 나머지 전력에 대한 전체 요금을 기본 요금제보다 비싸게 사용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ESS 사용으로 인한 혜택까지 축소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또한, 전력거래소가 부과하는 거래수수료를 3년간 면제, 중소/중견 기업들에 망 이용요금 지원과 같은 정책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인다. 망 사용요금은 사용량에 따른 개념이 아니라 통신망 같은 렌탈료 개념의 고정적인 요금제도가 RE100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에스디피브이 박일서 대표 : 우리가 그동안 1, 2등급 모듈을 가지고 2년여 정도를 버텨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그나마도 무력화된 상황이다. 국내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시적인 대책이겠지만, 전체 입찰 물량의 일정 부분을 1등급으로 진행하는 정책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올해 하반기에 중국 제품들도 탄소인증을 획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이마저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현대에너지솔루션 정규진 팀장 : 탄소등급제도에 중국산 모듈이 진입하기 시작하면, 국내 태양광 모듈 가격도 점차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동일 등급 내에서 중국산과 가격 경쟁을 진행해야 하는 탄소인증제도 도입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RE100 시장에도 국산 모듈 사용 및 탄소인증제도 도입 등의 제도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한솔테크닉스 한상종 팀장 : 탄소인증제가 장기입찰시장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는 제도이다 보니 최근 현물시장의 수요 증가로 영향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더군다나 RPS 의무공급량을 줄여버렸으니 앞으로도 효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예전 산지태양광, 지붕형태양광에 가중치를 줬던 것처럼, 탄소인증 모듈에도 가중치를 주는 방법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융복합 시장에도 적용된 탄소인증 제품에 대한 보조금도 가격 차별화를 더욱 넓히는 등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화큐셀 정규창 파트장 : 현재로서는 가중치가 가장 좋은 대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산 제품들도 탄소인증제도 안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가중치로도 차별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의 탄소인증제는 코로나19 등 시기적으로 운이 좋았다. 앞으로는 탄소인증제를 넘어설 수 있는 수입산 제품에 대한 규제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에스디피브이 박일서 대표 : 결국 에너지 안보의 문제다. 전세계적으로도 이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고,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도 특별 보고서를 낼 정도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이 전세계 밸류체인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었다. 결국 대륙별, 국가별로 밸류체인을 단단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정책적 제도 보완과 함께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앞서 언급됐던 RE100을 통해 국내기업들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 등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제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성이엔지 이민영 팀장 : 한 번 소멸된 산업을 다시 살리기는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에너지 전쟁이다. 이제 에너지 안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제조기업들이 자국산 보호정책을 주장하는 모습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말고, 에너지 안보 위기 차원에서 자국 태양광 산업을 바라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