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코 AI 얼라이언스·K-AI 얼라이언스로 외부 협력 ‘투 트랙’
해외 투자로 AI 반도체·인프라·서비스서 경쟁력 강화 교두보 마련
범죄 예방·발달장애인 치유 등 ESG 활동에 AI 기술 적극 활용
[인더스트리뉴스 한원석 기자]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Chat) GPT’를 선보이며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구글·아마존·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전 세계 선도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AI 기술 연구에 앞다퉈 뛰어든 것도 이즈음이다.
![[사진=SKT]](/news/photo/202408/54782_61934_1835.jpg)
이런 분위기는 국내 기업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일찌감치 AI 기술 상용화에 뛰어든 SK텔레콤(SKT)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SKT는 최근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하면서 유망한 AI 기업에 문호를 확대하는 ‘오픈형 얼라이언스’를 강조하는 등 리딩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AI를 미래 핵심으로 낙점한 데 이어 21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천포럼 2024’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AI뿐 아니라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80조 원의 재원 확보도 추진하기로 했다.
SKT, 기술 개발·외부 협력·유망 업체에 투자
‘AI 컴퍼니’를 향한 SKT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를 꼽을수 있다. 자체 기술 개발과 외부와의 협력, 그리고 유망한 업체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기술 개발의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기술 실증을 마친 텔코 에지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로봇 기술이다.
AI 기반 초정밀 측위 기술인 ‘VLAM(이미지 기반 센서 융합 측위 및 공간 데이터 생성 기술)’이 적용돼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복잡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자율주행 로봇 기술을 연구중인 SK텔레콤 연구원들 모습. [사진=SKT]](/news/photo/202408/54782_61935_2053.jpg)
또한 이 기술을 활용하면 수집한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전송하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 강화에 적합하고, AI가 실시간으로 경로 계산을 처리하면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해 로봇 운용 시간이 연장되고 유지보수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SKT의 설명이다.
SKT는 지난 4월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총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AI 동시통역 솔루션 ‘트랜스 토커’를 출시했다.
AI 기반 동시 통역을 위해 음성 인식(STT), 자연어 처리(NPU), 번역 엔진, LLM(거대언어모델) 등의 기능이 적용됐다.
외국인이 투명 스크린 앞에 설치된 마이크에 본인의 언어로 질문하면 한국어로 번역된 문장이 안내데스크 스크린에 표시되고, 이를 한국어로 답변하면 실시간으로 외국인 언어로 변환되는 방식이다.
SKT는 자체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외부와의 적극적인 기술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3’에서 SKT는 AI 사업 협력과 글로벌 공동 진출을 추진하기 위한 ‘K-AI 얼라이언스’ 출범을 발표했다.
이어 올해 7월에는 국내 AI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유망한 AI 기업에 문호를 확대하는 ‘오픈형 얼라이언스’로 전환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SKT는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역량 있는 AI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이같은 행보에 나섰다는 이입장이다.
‘K-AI 얼라이언스’는 이번 결정을 통해 파트너사간 협업 구조 고도화와 시너지 창출 가속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7월 서울 워커힐서 열린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CEO 서밋’에 유영상 SKT 사장(사진 오른쪽)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T]](/news/photo/202408/54782_61936_4645.jpg)
외부와의 기술 협력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SKT는 도이치텔레콤, 이앤(e&)그룹, 싱텔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 이들의 가입자 규모는 모두 12억명에 달한다.
4개사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주요 골자는 ‘텔코 AI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고, 이를 위한 신규 투자, 공동 연구·개발(R&D) 등 논의를 위한 워킹 그룹을 운영하며, 각국별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퍼블리싱, 버티컬 서비스 제휴, 마케팅 운영 등에서의 협력이다.
아울러 SKT는 적극적으로 유망한 해외 업체에 대한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한 ‘앤트로픽(Anthrophic)’에 시리즈C 투자에 이어, 8월에는 1억달러(한화 약 135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양사는 거대언어모델(LLM) 공동 개발 및 AI 플랫폼 구축 등에 있어 사업 협력을 도모한다. 특히 SKT가 자체 개발·보유한 LLM의 성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앤트로픽은 LLM을목적에 따라 미세 조정하고 최적화하는 툴을 SKT에 공급할 예정이다.
SKT가 앤트로픽에 투자한 이유는 이 회사의 AI 챗봇 ‘클로드(Claude)’가 오픈AI의 챗GPT와 함께 현존 가장 뛰어난 AI 챗봇 중 하나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앞서 구글과 세일즈포스 등 미국 빅테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본격 추진을 위한 그래픽 처리장치(GPU)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GPU 클라우드 회사인 람다(Lambda)에 투자를 단행했다. 람다는 엔비디아(NVidia)로부터 최신 GPU를 공급받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어 6월에는 미국의 ‘생성형 AI 검색엔진’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구글의 대항마로 주목받으며 엔비디아와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도 투자를 한 유니콘 기업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기업인 스마트 글로벌홀딩스(SGH)에 AI 투자 최대 규모인 2억달러를 전격 투자하고, 향후 보통주 전환을 통해 약 10%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로써 SKT는 ‘AI 밸류체인’ 3대 영역인 ▲AI반도체 ▲AI인프라 ▲AI서비스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AI 생태계, 이윤 추구 뿐만 아니라 ESG 활동에도 적극 활용
이렇게 개발한 AI 생태계를 SKT는 이윤 추구만이 아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6월 SKT는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와 ‘AI 기반 범죄 예방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측은 첫 과제로 첨단 금융범죄 피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AI기술의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범죄현장을 담은 CCTV에 비전AI를 접목시키는 등 기술 협력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SKT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함께 ‘배리어프리(barrier free)’ AI를 추진하고 있다.
‘배리어프리’란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이며 제도적인 장벽을 허무는 운동을 말한다.
![소셜벤처 투아트(Tuat)와 SKT가 손잡고 AI 기술을 더해 만든 시각장애인용 서비스 ‘설리번파인더’ 사용 화면. [사진=SKT]](/news/photo/202408/54782_61937_1321.jpg)
먼저 시각장애인을 위한 ‘설리번 서비스’가 있다. 2018년 소셜벤처 투아트(Tuat)가 만든 ‘설리번플러스’를 기반으로 SKT의 AI 기술을 더한 ‘설리번A’를 거쳐 출시된 ‘설리번파인더’는 AI 기반 시각보조 음성 안내 서비스로 시각장애인이 주변 상황과 물체들을 정확하고 자세히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쇼핑 ▲음식점 ▲보행과 안전이라는 3가지 기능을 제공하며, 음성 대화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SKT가 내놓은 AI 발달장애 케어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자동으로 기록하고 분석해, 전문 인력들이 필요한 상황에 투입되도록 돕는 기술이다.
청각 장애인의 자활을 돕기 위해 SKT는 2018년부터 고요한M 운영사인 코액터스(Coactus)와 협업해, ‘청각장애인용 TMAP 택시 앱’에 깜빡이 알림 기능, 배차 알림 팝업, 메시징 기능 등을 추가해 기사와 승객의 이용 편의성을 높였다.
4차 산업혁명에서 자율주행, 항공드론, 지식서비스 등 AI 산업이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전세계적인 수요는 급증하고 있고, 향후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AI 관련 분야 인재 양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AI 산업을 선도하려면 핵심 인재가 매우 중요한데,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최상급 인재는 매우 부족한 현실”이라며 “장기적으로 AI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지에 대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구체화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와 학계, 민간 기업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최상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