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최인영 기자]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직류 전기를 그대로 전송할 수 있는 ‘중전압 직류배전망’ 국제표준을 우리나라가 국제전기기술원회(IEC) 총회에서 새롭게 제안하면서 우리 전기·전자 산업계가 세계 경쟁력을 갖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표준 제안은 지난 2011년 TC 119(인쇄전자), 2017년 TC 124(착용형스마트기기)에 이은 세 번째 사례로 미래 전력인프라 혁신을 주도하는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원장 진종욱)은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영국 에든버러에서 개최된 ‘2024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총회’에 참석해 ‘중전압 직류배전망(MVDC)’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기술위원회(TC) 신설을 제안했다고 28일 밝혔다.
IEC는 전기·전자 분야 국제표준을 관리하는 국제표준기구로 산하 TC에서 기술 분야별 국제표준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반도체, 이차전지, 전력 송·배전 등 전기·전자 분야 국제 표준을 지난해 12월 기준 1만 1,746종 보유하고 있다. 세계 3대 표준화 기구로서 165개 회원국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1963년에 가입했다.
이번 신규 TC 설립 제안은 지난 5월 우리나라가 제안한 중전압 직류배전망(MVDC) 기술이 IEC 차원의 미래 표준화 핵심 분야로 선정됨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를 통해 향후 직류배전망 국제표준화를 담당할 TC 간사국을 수임하는데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TC 119(인쇄전자, 2011년) △TC 124(착용형스마트기기,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로 TC 신설을 추진하는 사례다.
신규 TC 설립 제안에 따라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하는 직류를 그대로 전송할 수 있어 전력 전송 효율을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류로 생성된 전력을 교류배전망에 맞추기 위해 교류로 전환하고 전송하는 과정에서 효율이 저하되는 한계를 극복하는 셈이다. 전기차 급속충전설비, AI 데이터센터 등 직류를 직접 사용하는 미래 수요에 대응할 뿐 아니라 교류 대비 배전 설비 크기와 전자파 발생을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향후 5년 뒤 15조원 규모의 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직류배전망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 9월 대통령 체코순방 후속조치로 한국과 체코 간 산업·통상·에너지 등 경제협력 확대를 뒷받침하고자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충전기 분야 기술표준 워크숍, 한-체코 표준협력포럼 개최 등 체코 표준계량시험원과 표준협력 양해각서(MOU) 시행계획(2년간) 협약을 체결해 표준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2011년 9월 우리나라는 국제표준화기구 인쇄전자기술위원회(IEC/TC 119)를 설립하면서 글로벌 인쇄전자 분야 허브 역할을 맡았다. 소재, 생산장비 등 인쇄전자 관련 제품의 대외 인식을 높이면서 조명, 태양광, 배터리 등 타 분야 인쇄전자 기술 파급효과를 누리는 데 이바지한 셈이다.
인쇄전자는 기존 반도체 공정인 노광을 대신할 수 있는 기술로 산업용 인쇄기법을 이용해 전자회로를 종이에 인쇄하듯 제조하는 기술이다. 저가 고속 생산이 장점이며, 태양전지, RFID,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소자생산에 적용할 수 있다.
이어 2017년 2월에는 착용형 스마트기기(IEC/TC 124) 국제표준화 위원회를 우리 주도로 설립했다. 착용형 스마트기기 핵심 기술인 전자섬유, 인체 안전성, 제품 신뢰성 등 표준화 작업 전반을 총괄하면서 국제표준 주도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착용형 스마트기기는 신체에 부착되거나 삽입된 상태로 신체관리·의료, 생활·안전, 감성·오락, 교육, 산업현장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기기다. 기술개발에 따라 휴대형, 부착형, 이식/복용형 순으로 발전이 예상된다. 현재는 신체정보를 이용한 헬스케어와 AR/VR 분야에 집중 개발되고 있으나 향후 훈련, 생산현장 등의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진종욱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이번 IEC 총회에서 직류배전망 TC 신설 제안은 우리나라가 미래 전력인프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점에 의미가 있다”며, “TC 신설을 차질 없이 준비해 우리나라 전기·전자 산업계의 국제표준화 경쟁력 강화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