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➃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진실] 받는데 익숙하고 베푸는데 인색한 '영풍'
  • 홍윤기 기자
  • 승인 2024.12.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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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지난 5년간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배당이 실질적 돈줄...배당 성향도 ↓
"영풍, 고려아연 배당수익 크게 늘었지만, 정작 자사 주주 배당에는 변화없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와 패자가 갈릴 운명의 날이 한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내년 1월 23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 파트너스간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어느 쪽이 기업가치를 우선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측의 대결양상은 지분경쟁에서 시작해 경영능력 및 적법성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본지는 이에 최근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양사의 기업적 가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ESG 측면에서 본 양사 지배구조를 신호탄으로 환경, 사회, 재무 등 총 4회에 걸쳐 부문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의 지분확보 경쟁이 지난 20일 주주명부 폐쇄로 마무리됐다. 양사간 남은 과제는 이제 우호지분 확보로 좁혀지게 됐다. 캐스팅보트는 지분 7.4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쥐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어느쪽이 더 나은 주주가치 제고 가능성을 보여주느냐가 승패를 결정지을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과거 배당 이력을 살펴보면 고려아연이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영풍을 한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은 지난 5년간 고려아연으로부터 받는 배당수입이 실질적 자금줄이었음에도 자사 주주 배당에 있어서는 인색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고려아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난 2019년부터 올해 3분기 까지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와 ㈜영풍 등 전체 특수관계자에 지급한 배당금은 6173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영풍에 지급된 배당금은 5438억원이다.

과거 동업자 시절부터 고려아연이 ㈜영풍에 배당한 금액은 총 1조1302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최윤범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이후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이 ㈜영풍에 지급한 연도별 배당금을 살펴보면 2019년 558억원에 이어 △2020년 710억원 △2021년 778억원 △2022년 1039억원 △2023년 1560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같은기간 영풍의 연결 기준 영업익을 살펴보면 △2019년 843억원 △2020년 466억원 △2021년 –267억원 △2022년 688억원 △2023년 –1698억원 등을 기록했다.

2019년을 제외하고 ㈜영풍의 영업익이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액 보다 적거나 아예 적자를 기록했다는 것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고려아연으로부터의 배당금 수익이 ㈜영풍의 사실상 돈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인해 ㈜영풍·MBK 파트너스의 부진한 경영 실적과 향후 사업계획의 미비로 인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영풍은 주 사업장인 석포제련소의 지속되는 환경문제와 산업재해로 인해 조업정지와 더불어 올해는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구속후 보석으로 풀려나는 등 심각한 경영 공백을 겪기도 했다.

그간 보여준 영풍의 낮은 주주환원율 역시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는 대목으로 꼽힌다.

영풍의 현금배당성향은 △2020년 12.97% △2021년 13.85% △2022년 4.68%를 기록한 반면 고려아연은 같은기간 △46.27% △43.58% △50.89%를 기록해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이달 초 행동주의 펀드 머스트자산운용은 영풍 측에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개선 방안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어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사인 메트리카파트너스도 영풍에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

데이미언 에드워즈 메트리카파트너스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영풍이 받는 고려아연 배당금이 2019년부터 최근 사이 약 560억원에서 1560억원으로 크게 올랐지만, 정작 자사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이 기간 내내 연 170억원으로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같은 우려가 계속 확산되자 MBK파트너스는 지난 10일 △주식액변분할을 통한 주식 유통량 감소에 따른 주가 불안정 해소 △고려아연 보유 자사주 전략 소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황급하게 내놓으며 개선의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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