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②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진실] 환경관련 위반 제재 건수... 영풍 22건 vs 고려아연 9건

지난 2019년 이후 환경법규 위반 건수 비교에서 고려아연 '승'
영풍 석포제련소 지난 10년간 환경법규 위반 76건이나 적발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와 패자가 갈릴 운명의 날이 한달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내년 1월 23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 파트너스간 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어느 쪽이 기업가치를 우선하는가 하는 근본적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측의 대결양상은 지분경쟁에서 시작해 경영능력 및 적법성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본지는 이에 최근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양사의 기업적 가치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ESG 측면에서 본 양사 지배구조를 신호탄으로 환경, 사회, 재무 등 총 4회에 걸쳐 부문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영풍 석포제련소(왼쪽)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 = 환경보건시민센터, 고려아연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운데 '환경' 부문에 대해 고려아연과 영풍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대처해나가는 지는 명확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지난 2019년 이후 환경법규 위반으로 양사가 받은 제재 건수만 비교해봐도 확연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환경관련 문제로 고려아연이 9건의 제재조치를 받는데 그친 반면, 영풍은 무려 22건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3년 이후 환경법규 위반 건수가 73건에 이르는 등 환경문제 이슈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환경 문제로 인해 영풍 장형진 고문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국민과 석포제련소 인근 주민을 상대로 사과를 해야만 했다.

20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2019년 이후 고려아연의 전 사업장(본사, 온산제련소)에서 발생한 환경 법규 위반 내역은 총 9건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건(과태료 610만원), 2021년 2건(과태료 208만원), 2022년 총 2건(벌금 및 과태료 5144만원), 2023년 3건(과태료 400만원) 등이다.

반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영풍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영풍 석포제련소에 부과된 환경 관련 제재는 총 22건에 달한다.

석포제련소는 영풍이 지난 1970년 낙동강 상류 경상북도 봉화군에 건설한 아연 생산공장으로, 생산량 측면에서는 단일공장 기준 세계 4위 규모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위반에 따른 제재조치를 살펴보면 조업정지가 2건이며 △정화명령 3건 △개선명령 5건 △경고 9건 △벌칙 2건 △과태료 1건 등이다. 이 가운데 경고 6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도 함께 부과된 것으로 조사됐다.

영풍이 받은 제재내용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조업정지 2건은 각각 2019년 4월 18일, 올해 6월 11일에 처분이 내려졌다. 이로 인한 조업정지 기간은 총 2개월 10일에 이른다.

영풍은 이 가운데 2019년 경상북도가 내린 2개월(1개월 30일) 조업정지 처분에 반발해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결국 대법원이 영풍즉의 소송을 기각하면서 올해 11월 1일 조업정지 확정 공시를 내게 된다. 구체적인 조업정지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업정지는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조업중단 기간뿐 아니라 가동중단 전 준비기간, 재가동 이후 복구 기간도 필요해 매출에 입히는 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영풍은 경북도의 조업정지처분과는 다른 사안으로 2019년 환경부로부터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당시 환경부는 영풍 석풍제련소 일대 환경 조사에서 낙동강으로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이 유출된 정황을 적발해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물린 바 있다.

영풍은 제련소에서 낙동강으로 카드뮴이 유출됐다는 사실이 온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라며 현재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카드뮴 유출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이강인 전 영풍 대표이사와 박영민 영풍 대표이사, 배상윤 석포제련소장 등 전·현직 임직원 7명과 영풍법인은 지난달 20일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을 맡은 대구지법 형사11부(이종길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고의로 카드뮴 유출을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고려아연측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 문제가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자 관계를 갈라놓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입장이다. 영풍측이 고려아연에 석포제련소의 폐기물을 넘기려했다는 고려아연측의 주장에 비춰볼 때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양사간 대응방식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인자(CTO) 부회장은 지난 9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은 한때는 동료 관계였고,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구속기소된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 배상윤 제련소장 등도 한때 나의 동료였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이 석포 제련소내 70만~80만톤에 이르는 폐기물을 고려아연으로 떠넘기려 하면서부터 두 기업의 사이가 틀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환경문제로 인해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장 고문은 지난 9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해 "국민과 주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장 고문은 앞서 열린 9월 8일 국감에도 출석하기로 돼 있었으나, 일본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가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편 2013년 이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환경위반건수는 총 76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