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난해 초 극심한 실적부진 겪던 SK하이닉스 과감히 선택해 안목 입증
[인더스트리뉴스 홍윤기 기자] 탄핵정국 속 불안감고조에도 SK하이닉스에 대한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던 SK하이닉스에 대한 한발 빠른 투자에 나서 조갯속 진주를 찾아내는 놀라운 안목을 선보인 바 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훈풍이 불기도 전인 지난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4조원 가량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순매도 할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7683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미래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3일 밤)이후 이날 장 마감 까지 외국인 투자자의 SK하이닉스 순매수 규모는 110만5806주, 1948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 외국인 순매수 거래대금 규모는 네이버(순매수 2130억원) 다음으로 많아 전체 상장사 가운데 2위에 해당한다.
한편 삼성전자 주식은 같은기간 7403억원의 외국인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SK하이닉스와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1월 누적 외국인 순매도 3269억원(232만6302주)으로 외국인 투자가 주춤하던 터였다.
HBM,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AI용 메모리 수요는 늘었지만 범용 메모리 시장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2.0시대' 즉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의 확대도 외국인 매수 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해외매출 비중이 큰 반도체 산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민심 향방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자사의 주무기인 AI 가속기용 HBM 전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탄핵정국 속에서도 외국인 매수가 다시 이어지는 부분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지난해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선제적 투자를 보여준 바 있다.
2023년 1분기,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점유율 24.7%로, 미국 마이크론(27.2%)에 밀려 3위로 주저앉았다. 1개 분기 만에 무려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6월 HBM3(4세대 HBM) 양산에 성공하고 같은 해 3분기부터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해 왔으나 지난해 메모리 한파를 극복하기에는 아직 매출 규모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HBM 매출 신장이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SK하이닉스는 D램 점유율 31.0%로 마이크론을 다시 추월하더니, 3분기에는 35.0%로 올라서며 선두 삼성전자(39.4%)를 바짝 따라잡기에 이르렀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SK하이닉스 매수는 이보다 한 발 더 빨랐다.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총 1조5332억원(1377만1734주)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2조1964억원어치의 SK하이닉스 주식을 내다 팔았다.
지난해 총 외국인 투자자의 SK하이닉스 순매수 규모는 2조7683억원(2277만9011주)이었던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순매도 3조9102억원(3507만4771주)를 기록한 바 있다.